오늘 남편과 아내, 그러니깐 한쌍의 부부를 만났습니다.
남편을 먼저 알게 되었는데 그는 한번 지나가는 말로 아내 자랑을
했더랬습니다. 그때 머쓱해지는게 어, 이런 남자도 있구나 싶어서
그가 다시 보였습니다. 그러니깐 아내가 예쁘다거나 살림 솜씨가 좋다거나
이런 자랑이 아니라 아내가 똑똑한 사람인데 집에만 있기가 아깝다는 거였습니다.
맞벌이를 하고 싶다는 말인지, 어떤 뜻인지 언뜻 분간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달리 보이는 것은 그런 남자가 흔치 않은 까닭이었겠지요.
어찌 어찌 가깝고도 먼 인연의 끈을 타고 오늘 나는 그 부부를 함께 만났습니다.
부연설명, 군말 없이 요점만 꼭꼭 짚어서 명확하게 말하는 솜씨를 가진
그의 아내는
첫눈에도 딱부러지게 똑똑해보이기도 했는데...
무엇보다 그의 아내가 제 마음에 쏘옥 들어온 것은...
그는 지혜로운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선택한 삶에 대해서 별로 후회해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나
또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 그 일이 재밌고 없고를 떠나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서 그동안 집에만 있었노라고 말하는,
한편으로는 남편이 자신을 인정해주었던 것도 전업주부로
불평없이 살아가는 큰 힘이 되었노라는...
이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편안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일하면서 잠시잠깐 연애하던 이야기도 듣고...
아이들 이야기도 듣고,
새벽 네시나 다섯시에나 집에 들어간다는 남편의 이야기도 듣고.....
그래도 주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과 함께 보내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회사에서 고민이 생겼을 때는 아내의 조언을 많이 듣기도 한다는,
아이들 책 한권을 사줄 때 인터넷을 뒤지고 서점에 나가서 직접
들춰보기도 하고 청계천 책방을 돌아다녀도 본다는...
친구처럼 가끔은 마주 보며 웃기도 하고
가끔은 가볍게 토닥거리기도 하는..두 사람이
나는 많이 좋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