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이야기

글쓴이 천선아

등록일 2002-09-14 10:05

조회수 3,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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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이런 친구 저런 친구가 있습니다.

한 친구는 벌써 십수년이 된 친구인데 제 앨범에는 이 친구와 여고시절 수학여행때 동해안 바닷가에서 꼭 껴안고 찍은 사진이 있지요. 함께 대학을 다녔고 직장생활을 할 때 방을 같이 썼던 친구인데 항상 우리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자기 꿈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친구입니다.

전 이 친구가 좋습니다. 항상 제자리에 있으니깐요. 그리고 항상 제게 힘을 줍니다. 넌 잘 할 수 있을거야라고. 그래서 정말로 전 제가 잘할 수 있을거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이 친구때문에...

또 한친구가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든 온 몸으로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항상 분주하고 항상 영특해보이고 항상 절 가르치려 합니다. 그래서 둘은 가끔 언성을 높이면서 서로 잘났다고 다투기도 합니다. 사실 이 친구를 보면 좀 속이 아리기도 합니다. 왠지 이 친구에게는 행운이란 단어같은 것은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신은 공평하야 이 친구는 행운은 없지만 많은 재주가 있으니 괜찮습니다. 게다가 열정까지 있으니 무엇이 아쉽겠습니까. 이 친구는 우공이 태산을 움직인다는 말을 생각하게 합니다.
저같은 사람은 본전생각에 절대 뿌리지 않을 씨를 이 친구는 하나씩 뿌리고 다닙니다. 저는 그녀가 꼭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그 많은 노력들이, 그래서 저도 그녀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으니 그녀의 삶이 방식이 성공해야만 저도 나름대로 성공할 수 있으니깐요. 그러니깐 이 친구는 온 몸으로 제게 세상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또 한친구는...항상 물 먹은 솜같습니다. 잊어버리고 있으면 전화해서 "으응..나야.'라며 기운하나 없는 목소리로 자기가 생존해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푸흐. 그리고 뜬금없이 꿈에 절 봤는데 무슨 일 없느냐는 투로 물어봅니다. 그러니깐 아주 불길한 꿈을 꾸고선 걱정이 되서리 전화를 건게겠지요. 전 수영을 못하는데, 그래도 가끔 시간이 있을 때 수영장에 가게 한 친구가 이 친구입니다. 그냥 전화로 너한테는 수영이 잘 맞으니깐 수영으로 건강관리를 하는게 좋아..라고 말을 합니다. 들을 때는 흐응...이라고 생각했는데..이상하게 수영장에 제가 있더군요. ^^; 이 친구가 제게 가르쳐준 것은 살아가는 일은 네가 다 벌려놓은 일이므로 세상 탓할 거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날 밤 너무 힘들고 답답해서 한숨을 땅이 꺼지도록 내 쉬고 있던 깊은 밤에 이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퍽퍽 울었습니다. 한참을 울고서 그 친구의 물먹은 듯한 말을 들었습니다. 니 일을 정리하고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너 뿐이라고. 그건 네 욕심에 벌려놓았던 일이고, 그 일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그 말이 제겐 아주 효험이 있었던 약이었습니다. 그 뒤로 전 절대로 누굴 탓하는 일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제 일 때문만큼은요.

세 사람 모두 제겐 아주 소중한 친구들입니다. 항상 너무 바빠서 주변정리가 안되는 바람에 친구들 연락도 모두 끊기고 연락도 못하지만 이 친구들은 언제 어디서든 제가 힘들고 어려울 때면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친구일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사실 전화하면 언제든 어제 만났던 것처럼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신세타령도 할 수 있고, 제가 아무리 잘난척을 하여도 넉넉하게 웃으면서 들어주는 그런 친구들인 셈입니다.

오늘 아침, 어디엔가 들렸다가(물론 인터넷 사이트) 갑자기 소중한 만남 생각이 났습니다.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 공간이 또 하나 있었더군요.

그동안 했던 고민 가운데 하나가 ...내가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음 속에 담긴 생각이나 느낌들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워졌던 것입니다. 예전엔 글을 쓰는 일이 제게는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였는데...그런 즐거움이 사라졌습니다. 사는 일에 너무 허둥대다 보니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도 없었고, 항상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그것만을 향해 한시라도 바삐 가야 했던 까닭에 내게 소중했던 것들을 모두 하나둘씩 미뤄두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소중한 만남으로 돌아와 친구 이야기를 쓰는 것은 소중한 만남 역시 제 친구들처럼 제가 언제고 이런 저런 투덜투덜 궁시렁 궁시렁 거릴 수 있는 그런 공간이길..그런 공간이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살아가는 일이 막막하거나 답답할 때, 또는 어느 길 한가운데서 길을 잃고 헤맬때, 나는 이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그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소중한 만남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즐거운 주말입니다. 모두 행복한 주말 보내시고...따듯한 가을채비 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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