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는 2000년, 부성애를 상징하는 가시고기에 빗대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을 그린 소설 <가시고기>
즉 ‘가시고기 신드롬’이란 말이 붙을만큼 수많은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이후에 나온 작가 조창인의 장편소설이다.
<등대지기>는 오랜시간 등대를 찾아 다니면 고된 취재끝에 완성한 작품으로, 외딴섬 등대지기의 외롭고 고단한 삶과 일상생활속에
감추어진 미움과 갈등, 화해의 과정을 담고 있다.
등대지기가 존재하는 이유는 오직 등댓불을 밝히기 위해서다.
내일 당장 죽음이 찾아와도 나에겐 여전히 오늘이 남아있고,
오늘의 몫으로 등대를 사랑하는거다.
“오래전에 묻고 싶은게 있었어요.
등대지기는 울지 않는다. 정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세요?”
“물끄러미 등탑을 바라보다 까닭없이 세번쯤 통곡을 하고 나서야 진짜 등대지기가 되는거야”
희망도 계획도 없이 아무렇게나 살다 아무곳에나 쓰러져 죽어가길 원했던 사내가 있었다. 그 사내를 기꺼이 받아준 등대였다.
가족도 사랑했던 사람에게서도 버림받은 외로운 영혼, 그 영혼을
두팔벌려 감싼 등대였다.
사내는 그게 눈물겹도록 고마웠다.
8년이었다. 비바람과 폭풍우, 뙤약볕과 혹한속을 함께 달려온 세월이었다.
그 세월동안 등대는 사내에게 벗이었고 연인이었다.
하지만 떠나야 한단다.
등대지기를 떠나보낸 등대.
등대지기의 숨결이, 육체가, 영혼이 담기지 못한 등대는 온전한
모습일 수 있을까
(본문중에서)
이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남구의 항구도시 영안에서 꼬박 3시간 바다를 헤쳐 나가야 하는 구명도라는 머나먼 섬에서 등대지기를 하는 유재우.
그는 현재 8년째 아무도 찾아주지 않고 기억도 해주지 않는 등대지기를 하고 있다.
방위산업체에서 군복무를 대신해 선반공으로 일하며 수년을 보낸뒤 그는 공무원 시험을 통해서 등대지기에 입문한다.
구명도에는 42년간을 등대지기를 한 퇴직을 앞둔 정소장(구명도에 면회오던 그의 아내와 자식을 폭풍 때문에 잃지만 그는 등대 불을 끄지 않기 위해 계속 그의 일을 하게 된다 )과 그밑에 직원 몇몇이 있었고, 그는 3개월을 못 버틴다고 생각했지만 구명도 등대지기로서 계속 그 일을 맡았다.
재우는 아픈 과거가 있다.
그는 대학 국문과를 졸업해 시인이 되고자 했으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에 진학못하고 수재인 형의 뒷바라지를 위해 실업계 고교에 진학 방위산업체에 근무하며 자신의 꿈을 져버려야 했다.
형은 명문대 법대를 졸업했으나 사법고시 2차시험에 계속 떨어졌고 동생 재우와 어머니가 피땀흘려 번돈으로 유흥비를 탕진했으며, 허송세월을 보내다 직장에 취직했으나 어머니 사정이 안좋아지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어느날 연락도 끊겼던 형으로부터 전화가 왔고,
어머니가 치매로 고생하고 계신다고 하였다.
형과 누나는 너가 어머니를 맡아야 된다고 하며 어머니를 떠넘기려 하였다.
형은 자기는 미국에 출장을 가야 되니까 안되고, 누나는 출가외인으로 어머니를 맡을 수 없다고 하였지만 재우는 그걸 무시하였다..
그렇지만 어머니를 요양원에 맡기는 것은 형이나 누나가 반대하였다.
형은 1년후에 돌아오니까 그 기간만 맡아달라고, 누나는 매형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면 반대파로부터 흠을 잡힐 수 있다는 말로 변명을 하고….
누구도 어머니를 모시지 않으려고 했고, 어머니를 염려하거나 사랑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재우는 형집을 나왔고 구명도로 돌아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후 형수가 구명도로 찾아와서 1년간만 어머니를 봐주면 찾아갈 테니까 맡아달라고 하였으며 재우는 마침내 승복하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봐준다.
불만이 많은지 어머니는 계속 먹어대고 대소변을 못가리니까 옷에다 묻히고 재우는 사랑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은 어머니 때문에 동료들의 눈치속에 어려운 등대지기 생활을 하게 된다.
하루에도 속옷을 수십번 빨아대고 또 등대를 없앤다는 방침으로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는 재우의 앞날은 엎친데 덮친격이었지만 지방 일간 신문에 어려운 등대지기원이 치매 노모를 모시고 생활한다는 기사가 실려 그에게는 또다른 기회가 찾아온 듯 싶었다.
1년만 참자고 하면서 세월을 보낸 재우는 어머니에 대한 정도 사랑도 없었지만 어머니와 생활하면서 어머니가 모든 자식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형이 찾아온다는 것은 바로 거짓말이 되었지만…
새로운 청장이 구명도에 며칠동안 머무르면서 어머니를 누구의 눈에도 안띄게 유류창고에 가둬놓는 재우는 자신에 대해 가책을 느낀다.
어머니는 유류창고에서 고생을 하고 열병에 걸리게 되고 그것을 본 재우는 안쓰러워 하며 서러움에 복받쳐한다.
서른둘 재우의 나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는 삼남매를 길러낸 고단한 인생을 보내신거다.
재우는 어머니가 아프실 때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어머니를 육지에 보내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를 보내려고 육지에 나왔고 어머니가 좋아하는 찬송가 테이프를 사러갔다가 어머니를 잊어버리게 된다.
우여곡절끝에 어머니를 찾게 되고 어머니는 그전에 사준 옥수수를 먹지도 않고 꼭 쥐고 있었다. 다 큰 재우하고 먹을려고 하루종일 굶으신 것이다.
바로 자식에 대한 사랑을 알아차린 재우는 다시 어머니를 모시고 구명도 가고 거기서 계속 어머니를 모신다.
그에게는 어릴때부터 주인집 딸인 정난희라는 방송작가인 친구가 있었고 그녀는 그가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으나 등대지기를 그만두고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라고 하나 재우는 그것만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심장병과 치매로 앓고 있는 어머니와 등대지기 재우의 삶은 어려운 구명도 에서 모자간의 정을 쌓아가고…..
그렇지만 재우는 구조조정을 당해 구명도에서 마지막 근무를 하게 된다.
8년간 자신을 받아주었던 등대. 어머니와 모자간의 어두었던 과거를 묻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 등대지기의 삶을 마무리하려니 그의 가슴은 아프기만 하다.
모두 추석을 쇠러 육지로 나가고 구명도에는 어머니와 재우만 남게 되고 그날 폭풍우가 몰아쳐 등대불을 꺼지지 않게 하기 위해 등대위로 재우는 올라간다. 어머니가 가지말라는 것을 뒤로 한채…
재우는 등대를 지키다가 벼락을 맞게 되고 어머니는 자식이 오지 않아 보통사람도 올라가기 어려운 등대위에 올라가서 온몸이 마비된 자식을 지키기 위해 초인적으로 몸을 움직인다.
등탑의 깨진 부분을 어머니는 온몸으로 막고 빗물을 받아 재우에게 먹이고, 어머니는 몸이 안좋아 기진맥진한다.
정신을 잃다가 다시 깨어난 어머니는 자신의 속옷을 벗어 바닥에 고인 빗물을 적셔 재우의 입에 넣어주고 재우는 어머니의 젖은 속옷을 핥아가며 생을 연명하게 되지만 어머니는 결국 눈을 감는다.
자신의 살과 뼈를 내주며 삼남매를 키운 어머니는 자식의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도 못하고 숨을 거둔다.
바로 어머니는 거미엄마를 의미한다.
어미거미는 제 등에 산란해 놓고, 부화된 새끼거미들은 어미의 등에 촉수를 박아 진액을 빼먹으며 자라나고, 결국 자식들에게 자신의 전부를 빼앗긴 어미는 껍질만 남아버리는 참혹한 희생.
하반신이 마비된 재우는 정소장의 도움으로 구명도에 어머니의 유골을 뿌리고 정소장은 재우에게 어머니의 유품이 젖은 속옷을 주며 모친이 자네에게 바라던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삶에 희망을 가지라고 한다.
재우는 마지막으로 “아들이 등대지기라면 엄마도 절반은 등대지기라는 말 생각나요? 그런데 엄마 혼자서 구명도 등대를 다 차지하고 있군요. 잘됐어요. 잘됐어요. 이제부터는 엄마가 재우의 등대지기인거예요.”
소설 <등대지기>는 모자간의 사랑과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재우의 삶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기라는 의미는 간혹 좋지않은 이미지로 쓰이기도 하지만
무엇을 자신만의 노하우로써 평생을 지켜나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참좋을 듯 싶다.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은 교육지기
무역에 종사하는 사람은 비즈니스지기
방송가의 성우는 소리지기
보험에 종사한 사람은 보험지기 등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신경을 써주지 않아도 오늘 등대불은 계속 불을 밝히는 것처럼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
소설 <등대지기>를 통해서 바로 자신의 맡은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언제 어느때고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다.
<용의 눈물>, <여인천하>의 연출가 김재형씨가 어느 일간지에서 인터뷰에서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방송 연출 때문에 하루밖에 빈소를 지키지 못했다고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불효자로 볼 수 있었으나 그의 연출지기로써
자신의 일에 충실한 일면을 볼 수 있었다.
술마시며 허송하는 세월이 아까워 술은 절대 입에 안갖다 대면서, 평생 자신의 일을 하는 그의 모습에서 또다른 등대지기를 보는 듯 싶다.
<등대지기> 는바쁜 일상가운데서도 한번은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소설 <가시고기>처럼 한번 손에 쥐면 놓기가 아쉬워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감동에 무감각한 세대,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를 붙이지 못하는 세대에 작가는 자신의 메시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