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전화로 알려준 위치를 적은 메모지를 보면서 골목길에 접어들면서
그 동네 전경부터 마음에 들기 시작했어요.
벽돌집 주택가가 죽 늘어서 있는 골목이 아늑하고 정겹게 느껴졌었나 봐요.
그리고 친구가 알려준 대로 작은 건물 옆에서 두번째 집이고 조그만 식당
바로 앞에 있는 집을 찾은 순간 탄성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친구가 살고 있는 집이 너무 멋진 집이었거든요. 담 넘어 죽죽 늘어선 나무엔
과일이 주렁 주렁 달려 있었고, 그 과일이 모과 아니면 틀림없이 석류일거라고
생각하며 벨을 누르자 친구가 금새 달려 나왔습니다.
전화통화만 하던 친구의 얼굴은 별로 많이 변한 것 같지는 않았고
내 변한 모습이 친구눈에 어떻게 보일까 생각하며 웃었지만
우리는 점심을 먹으면서 다시 옛날로 돌아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왔다가
즐거운 수다를 한참 떨었습니다.
친구의 집은 정말로 멋 있었습니다. 잔디가 깔린 정원도 멋 있고
제가 궁금했던 나무는 모과 나무였거든요. 모과가 주렁 주렁 가득 달려 있는,
살아 있는 나무를(생산하는 그런 나무를) 가까이 본 게 언제가 싶더라구요.
잔디를 밟고 걸으면서 우리 아이들이 이런 집에서 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 내내 부럽다는 말을 연발했습니다. 친구의 얼굴도 정말 행복해보이는 그런 얼굴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열심히 일했고, 그래서 마련한 집이려니 그런 생각도 들었답니다.
한참 부러워 하던 마음은 어느새 내 어린 시절로 돌아갔습니다. 우리도 한때는 마당이 있거나 또는 연못이 있는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엄마가 화분 가꾸는 것을 좋아하셔서 온 집안에는 화분도 가득했고 사시사철 그 화분에선 꽃이 피어있곤 했었지요. 하지만 정작 엄마는 우리가 어느 정도 자라자 아파트로 이사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셨죠. 집안 일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로 이사간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아파트로 이사를 한 후에는 정말로 엄마의 일이 반으로 쑥 줄었던 기억까지 되살아 났습니다.
이 기억을 꺼낸 나도 역시 그래, 아이들은 이런 집에서 자라면 좋겠지만 나는 이 집 관리하려면 얼마나 힘들겠어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저는 빵점짜리 주부인가봐요. 아이들이 더 크기전에 남편을 졸라서 우리도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해볼까 싶은 욕심까지 내다가 결국은 집안일이 무서워 금새 포기하게 되는 걸 보니 말이에요.
거의 10년 이상을 아파트에만 살다가 갑자기 정원이 있는 집에서 호젓하게 차도 마시고 수다도 떨고 잔디도 밟아보고 비에 젖은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행복했던 하루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