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이탈리아 경기가 시작되었을 즈음 우리 아들이 붉은 악마 옷을 사달라고 합니다. "가만 있어봐. 오늘 경기에서 우리가 이기면 사줄께." "지면요?" "지면 이제 응원할 수가 없으니까 못 사는 거지." 우리 아들 열심히 텔레비전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안정환의 페널티킥 실축, 왠지 모르게 안뛰는 것 같은 선수들, 몸이 무거워보이는 선수들...옆에 남편은 온갖 욕(?)을 해대며 졌다를 연발합니다. 그래도 나는 아이에게 "끝까지 가봐야 아는거야. 아직 경기 안끝났어" 하며 달랩니다. 이탈리아가 한 골 넣고 어째 질질 끌려다니는 것이 남편말대로 질려나~했습니다. 아침에 역술인들이 우리나라가 이길거라고 하더니만..쯧쯧..이제 역술인들 문 닫게 생겼네..(속으로) 그러고 있는데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거지요..
그렇게 욕을 먹던 설기현이 동점골을 넣었구..연장 후반 또 그렇게도 욕을 먹던 안정환이 골든골을 넣었네요..
우리 아들은 우리가 이겨서 8강을 갔다는 것보다 붉은 악마 옷을 입게 되었다고 얼마나 좋아하는지요..
"모든 건 끝까지 가봐야 아는거야..처음부터 포기하면 안돼. 알았지?"
아이가 알아듣는지 고개를 끄덕끄덕 하네요..
우리 나라는 안될 듯 안될 듯 하면서도 되는 나라입니다..
그런 되는 나라를 위정자들이 만들어 나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축구라는..둥근 공도 우리에게 이렇게 커다란 기쁨을 주는데...
국민들이 진정으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나라로의 도약, 이제부터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히딩크 감독..정말 존경스럽더군요..
스페인전 관람하는 여유와 믿음, 자신감...이미 독일이나 브라질 관람도 끝냈을지 모릅니다.. 미리 미리 준비하고 분석하고 생각하는 모습이 커다란 감명으로 다가왔습니다..어쩌면 한 치 앞도 내다볼 줄 모르면서 발 등에 떨어진 불 끄기에 급급한 우리의 모습에서 그의 모습은 신선한 자극이 되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