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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세딸들에게.. |
글쓴이
은비
등록일
2002-02-26 02:43
조회수
5,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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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딸아이가 벌써 돌이 지나가고 있는 봄입니다.
집집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정말 위험한 순간들이 한둘이 아닐테지요..
하지만 올 봄이 시작되면서 저는 정말 다시한번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
분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3년전, 큰 딸아이의 심장 수술을 지켜봐야 했던 그 악몽스런 순간들이 다
시 겹치면서..
결혼을 순조롭게 시작했던 저는 그리 윤택하지는 않았지만 안정적인 직업
의 신랑과 더불어 신혼 베이비라고 해도 좋을 첫 딸을 얻었습니다.
맡이였지만 딸이라도 너무 이뻐해주시는 시댁어른들께 귀염받으면서 정말
행복했었지요..
그러나 그 행복은 채 8개월을 가지 못했습니다.
언제부턴지 젖을 빨기가 너무 힘들어 하는 큰 딸은 분유역시 잘 빨아대지
못하고 몸은 불기는 커녕 더 야위어 가는것 같았습니다.
생후 8개월이 되어가는데도 기지 못하고 무언가 잡을것이 있다면 이리저리
뒹굴어 다니면서 잡아내는 딸아이를 보던 저는 불현듯, 심장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워 졌습니다.
사실, 친정 어머니께서 심장 질환을 앓으셨고 저역시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는 일상 생활에서 불편을 겪을정도로 심장이 약했던 편이었습니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소아과를 찾아가 심장소리를 들어봐 달랬던 저는
역시 가벼운 어투로 초음파를 찍어 보라는 의사의 말을 쫓아 분당의 어느
대학병원에 가서 아이 심장 초음파를 찍어보았습니다.
정초였고, 시댁이 분당이라 그냥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저는 그날 어떻게 집에 왔는지도 모르게 청천벼락을 맞은 기분으로 병원을
돌아나왔습니다.
머리속에서는 잔인하게도 솔직히 말하던 의사의 매정한 말들이 맴돌고 있을
뿐, 정말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집에 도착했는지 기억이 안나는군요.
"이 정도면 수술이 필요 없습니다.. 안정을 취하게 하시고 바른 자리를 알
아 보시지요.."
그래도 어떤 정신이었는지 의료 추천서를 써달라고 해서 추천서 한장 달랑
들고 시댁으로 왔습니다.
차마 궁금해 하시는 시어른들께 아이가 가망없다는 소리는 못하고,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만 올린채 불안한 마음으로 서울 삼성의료원에 진료를 보러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의료의뢰서를 보시고 이정도라면 정말 가망이 없겠지
만, 아이와 어른 심장이 보는것이 틀릴수 있으니 다시 재검진을 받아보자
고 하셨고.. 다행히 재 검사후, 손을 못쓸 정도는 아니어서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99년 2월 18일.. 2월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하늘에선 갑자기 눈이 내리더군
요.
우리식구는 그것이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큰 딸에 대한 은총이라고 믿고 병
원 지하에 있던 성당에 모두 들어가 매달리듯 기도를 했습니다.
수술시작한지 5여 시간만에 수술이 끝났고..
중환자실로 들어간 아이를 보기 위해 기다리던 그 가슴 떨림..
하지만 마침내 중환자실로 들어선 저희 신랑이나 저는 그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움직일수가 없었습니다..
어른이 누워도 클것같은 그 큰 침대에 자그마한 몸이 가운데 대자로 누워
있고..
심장 수술부위에서 고이는 진물을 빼기위한 굵은 빨대굵기의 호스가 배로
연결되있고, 산소마스크에 피 얼룩덜룩한 몸으로 링겔이 목으로 연결..
손에도 연결..
친정 어머니의 수술후 모습을 보았던 저로서도 얼굴이 질리는데, 신랑은 정
말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애서는 아이 곁에 오지도 못하고 그자리에 서있다
가 나갔습니다.
여자아이니 수술부위 잘 신경써달라고 부탁했던 의사분은 저한테 웃으시면
서 수술부위 작고 이쁘죠? 하시던게 지금도 참 고맙게 느껴집니다.
수술이 잘 끝나고 다행이 자기 살로 다 꼬매어서 이차 수술이 필요 없다던
의사 선생님의 말에 또한번 울음을 삼키던..
다행이 아이가 중환자실에서 여섯시간만에 깨어나 일반 병실로 옮겼다고 해
서 새벽에 다시 병원으로 출동, 그 후 일주일간의 입원시간을 거쳐 큰 딸아
이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침 이사때가 되어 집을 아예 시댁 근처로 얻고 집에서 둘째를 가졌던 부
른 배를 안고 큰딸아이 요양을 시켰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수술전에 엑스레이 결과를 나중에 다 끝나고 외래 진찰
보러갔을때야 보여 주면서 수술전과 후를 비교하는 것이니 마음 쓰지 말라
던 당부끝에 보여주셨던 의사 선생님의 세심한 배려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수술전에 아이 심장이 거의 가슴에 다 맡닿을정도로 부어있던 사진을 보여
주면 임신중이었던 제가 놀래서 유산이라도 할까봐 말씀을 못하셨다고 하시
더군요..
그렇게 정말 힘겹게 99년 봄을 지냈던 제게 이번엔 막내가 또 이상한겁니
다.
돌이 다 되어가는 아이 몸무게가 아직도 5키로를 갓 넘은 상태이니..
소아과에서는 심장 소리는 괜찮은데 그래도 피 검사를 해보자고 해서 시댁
어른들께는 말씀도 못드리고 벙어리 냉 가슴 앓듯, 몰래 피 검사를 시켰습
니다.
검사 결과 뚜렷이 나쁜 곳은 없지만 간염치수랑 빈혈치수가 좀 걱정 스럽다
면서 다시 큰 종합 병원에 예약을 하라고 하시더군요..
아.. 정말 다시 그런 큰 일에 휘말려들게 되다니..
무서웠습니다. 종합병원에 가면 또 우리아이 잃게 될까봐, 아니 큰병이라
도 걸렷다고 선고 받을까봐 정말 무서웠습니다.
게다가 감기와 함께 찾아온 장염은 가뜩이나 얇은 우리 아이 살을 파먹듯
깍아 먹어 갔고 그나마 몸무게는 5키로도 채 안되게 깍여 버렸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가까스로 살려 기운내자 기운내야 한다
하면서 하루하루 버티듯 그렇게 날을 보냈습니다.
오늘.. 시어머니께서 큰 딸이 유치원 들어가기 전에 한약으로 몸을 만들자
고 해서 따라 나섰다가 막내도 보였습니다.
뜻밖에 한의사선생님께서는 막내의 진맥을 보시고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
도 된다면서 한약으로 일년간 꾸준히 치료해보자고 하셨습니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의 몸무게에 너무 신경 쓰는것 같다"며 아이가 돌때 하
는 서기라던지 걷는 시늉을 한다던지 하는것을 다 하는데 왜 사서 걱정을
하냐고 하시는데
정말 십년 묵은 체증까지 다 내려가는듯 하더군요..
한순간에 하늘에 햇빛이 쏴~ 하고 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힘을 내야겠지요..
우리 이뿐 보석들..
큰딸 경진이, 작은딸 효진이, 막내딸 예진이를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경진아, 이제 아프지 말고 힘차게 뛰고 있는 그 심장처럼 앞으로 착하고 예
쁜 맡딸이 되어주렴..
효진아, 사내 처럼 이것저것 좌충우돌 하는 네 성격을 앞으로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듬직한 딸이 되어주렴..
예진아, 작고 작은 내 피앙새..
이제 그만 씩씩하고 예쁜 엄마맘도 잘 헤아려 주는 그런 사려깊은 사람으
로 자라나길..
이제 앞으로 우리 가정에 더없는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길 바래봅니다.
긴 글 지루하셨지만 끝까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님들 가정에도 평화와 행복이 충만하시기를..바랍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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