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외려 칼같이 살았던 버나드 쇼의 인생보다 오늘의 한국사회를 가리키는 말 같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우리나라를 항공위험국 2급으로 판정했다. 한국은 말 그대로 2류 국가, 위험국가가 되었고 한국국민은 2등 국민으로 전락했다는 느낌이다. 기가 막힌 것은 수많은 경고와 지적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행정당국이 이를 무시하고 별 것 아니라고 버텼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일할 때 우리나라 항공사에서 일하는 현지인 직원이 “한국비행기 타지 마세요. 얼마나 위험한데요”라고 말하는 소리를 수십 번 들었다. 실제로 그 직원은 자신이 일하는 한국비행기를 이용해 여행을 하면 엄청난 할인을 받는데도 그 티켓을 절대로 쓰지 않았다. 나는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그렇지만 그 뒤에도 나는 되도록 국적기를 이용했다. 그것은 내가 특별히 애국심이 있어서나 한국말 하는 승무원이 필요해서가 절대 아니었다. 바로 내가 ‘위험불감증환자’이기 때문이다. 이 병은 오로지 전세계에서 한국인만이 걸리는 치명적인 병인데 그 증세는 목숨을 내놓고 사는 것을 매우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이다. 어떤 위험에도 불안에 떨지 않고 그저 배짱과 오기로 살아가며 정부는 물론 그 누구의 탓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이 험한 와중에도 ‘나는 괜찮겠지’하는 비정상적인 낙천성을 갖는 것도 특징이다.
어떤 이는 ‘인간의 삶이란 수많은 저격병이 쏘는 화살을 피해가는 것’이라고 했는데 바로 이처럼 한국인의 삶을 꼭 집어 표현한 말도 없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러한 병을 나의 운명으로 여기고 성수대교가 무너지기 하루 전까지 “룰루랄라”하며 그 다리를 건넜다. 그 뿐인가. “이 다리도 성수대교처럼 확 무너질지 몰라요”라는 택시운전기사의 말에도 “아, 그래요”하고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인재가 아니라 천재’이다. 그런데도 얼마 전 물난리가 났을 때 관계자는 “이렇게 한꺼번에 집중적으로 비가 오니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당당하게 전문가의 입장을 피력했다. 물론 이럴 때도 한국인들은 너그럽게 이해한다.
이번 항공위험국 판정도 한국인들은 다 이렇게 될 줄 알았을 것이다. 여기저기 외국을 많이 다닌 기업에서 일하는 이들은 한국이 민간부문은 많이 나아졌는데 관료들은 여전히 ‘넘어온 공’ 보내기와 철밥통 보전에 정신없는 결과라고 그 원인을 분석한다. 그러나 그것은 요새 유행하는 말로 한국사회를 모르는 ‘가당찮은 말’이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드높인 항공사고를 내고, 지난번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파업에서 드러난 사고위험의 문제점 등 수많은 옐로카드가 발부되었지만 염려할 것 하나 없는 ‘무사안일’이라는 대원칙 아래 당당히 ‘항공위험국’ 2등국 판정을 받아낸 것이다. 아마도 속절없이 2등국민이 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죠. 3등국은 아니니까’라고 얼굴에 철판 깔고 생색 못 낼 것도 없지 않은가?
나를 비롯한 한국인들이 무엇을 잘못했는가? 탐욕스러운 이들이 짜고 허가낸 부실건물 삼풍백화점에 깔려 죽기까지 했다. 그 뿐인가? 내 목숨보다 더 고이 기른 대여섯 살 아이들 18명을 씨랜드라는 부실 수련원에서 생화장을 시켜버렸다.
왜 내가 총체적 위험국가의 2등국민이 돼야하나? 이 나라를 떠나는 수많은 이들― 그들은 왜 이 땅을 떠나는가? 제 정신 차리고 제대로 살고 싶어서, 세금내는 국민에게 최소한의 안전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이 행정위험국, 3류 아마추어 국가로부터 더이상 상처받을 수 없어 그들은 떠나는 것이다.
어떻게든 열심히 일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이 국민의 발목을 잡아끌어 ‘2류’라는 오명을 붙인 물귀신 행정을 나는 규탄한다. 그리고 2등국민, 2류국민으로서 명예회복을 나는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