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 멀리 계시니 출산 후가 아니더라도 얼마나 외로우실까요.
게다가 신랑분은 자리잡기 위해서 열심히 뛰셔야 하니....
저도 애기 낳고 한달만에 바로 지방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아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는 곳이라서 처음 애를 키우면서 겁도 나고, 막막하고 그랬어요.
빨래하다 보면 애기 우는 소리가 환청으로 들려서 빨래 하다말고, 몇 번씩 뛰어나와 보기도 하고 그랬죠. 너무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두 달동안 밥을 한끼만 먹고 살았어요.(덕분에 두달동안 살이 9kg 빠졌어요.)
저녁 5시쯤 되면 배가 고픈게 느껴져서 대충 물말아서 찌게에 먹고 말고.... 저처럼 먹을 거 좋아하는 사람이 말이죠. 여태까지 살면서 식욕을 잃어본 적은 애기낳고 백일 전까지 뿐입니다.
아가는 너무 연약해서 뭐든 조심스럽고, 몸도 내 몸이 아니고, 컨디션도 영 엉망이죠. 누가와서 도와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 조그만 아이를 데리고 집앞으로 나서는 것도 두려웠답니다.
아이 백일이 지나니까 저도 좀 나아졌어요.
백일이 지나고 아이가 뒤집고, 기고, 엄마를 알아보면 그 기쁨에 우울증이 금방 가시더라구요. 저 보다는 더 힘든 상황에 계신 것 같지만, 이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 나누고, 좀 여유있게 생각을 가지세요.
아이가 누워있을 때가 좋다고들 어른들이 말씀하시죠? 지금 아니면 조용히 책 볼 시간도, 컴퓨터 들여다볼 시간도 내기 어려워요. 님이 온전히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때가 얼마 안남았으니 즐기세요. 어떤 식으로든.
저희 아기가 이제 21개월인데요, 정말 비디오 한편 조용히 볼 수가 없어요. 가서 비디오 끄고, 티비 끄고 난립니다.
그리고, 아이 데리고 외출하기 힘들겠지만, 집앞 도로라도 나가서 산책하시구요. 바깥 공기, 햇볕이 우울한 기분 날리는데는 많은 도움이 되죠. 미리 아기가 크면 어떤 옷 입힐까....어떤 옷이 이쁜가. 보러도 다니시구요.
20개월 전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두서없이 몇 자 적었어요.
힘 내시구요. 이곳에서 자주 뵙기를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