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
126만원 짜리 명품 유모차가 20~30대 주부들을 위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부유층에서 주로 소비를 하겠지만, 급여 생활자 등 소위 중산층에서도 소비가 되고 있다 한다. |
36세에 늦은 결혼을 한 이씨는 전업주부다. 결혼 2년 후 남편과 함께 그렇게 기다리던 아기를 가질 수 있었다. 지금은 임신 8개월. 노산에 첫아이여서 힘들기도 하지만, 2달 후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들뜬다. 쇼핑을 하면서 아기 용품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요즘의 즐거움이다. 기저귀, 배냇저고리, 목욕용품, 예쁜 신발, 딸랑이 등 유아용 장난감…하나밖에 없을 아기를 위해서 최고급 용품으로 준비하는 것은 물론이다... |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던 이씨의 눈에 갑자기 눈에 들어온 건 65만원 짜리 유모차. 원 터치 방식으로 사용이 편리하고, 첨단 소재를 사용하여 가볍고, 접이 식으로 운반이 용이하며, 아기의 안전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되어 있어 승차감이 뛰어나다고 한다. 더해서 이태리 풍의 독특하고 뛰어난 디자인은 태어날 귀여운 아기를 태우고 다니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 것 같다. 점원의 말을 들어보니 다음주에는 126만원 짜리 유모차가 판매되기 시작하는데, 벌써 예약이 많이 되어 있다고 한다. 이씨의 고민이 시작된다. 남편과는 아이는 하나만 갖기로 합의를 보았기 때문에 태어날 아기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아기다. 망설임 끝에 과감히 신용카드를 꺼내 들고 126만원 노르웨이제 유모차를 예약한다. 이씨는 유모차와 아기를 생각하며 흐믓한 웃음을 지으며, 집으로 향한다. 소위 지름신이 아기를 통해 이씨에게 강림하는 순간이다. |
이씨는 결혼 전 모아놓은 돈을 남편과 합쳐서 결혼자금으로 사용하고, 남은 돈과 대출금(8천만원)을 합하여 1억8천만원의 전세를 살고 있다. 남편의 급여 400만원이 소득의 전부인 이씨는 2년 여 동안 250만원 씩 대출금을 상환하느라고 저축을 전혀 못하고 있다.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기 위해서 1년 정도의 기간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그 동안 아기용품으로 지출한 돈은 유모차를 포함해서 350만원 정도… 남편이 유아용품에 지출이 너무 과한 것 아니냐고 말하고, 이씨 자신도 우리 형편에 너무했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나를 위한 지출이 아닌, 우리 아기를 위한 지출이다”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생각을 접는다. 이씨에게는 이유 있는, 꼭 필요한 지출이다. 앞으로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를 핑계로 한 이러한 이유 있는 지출은 더 늘어날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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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2 |
출산한 지 2달 된 김씨는 아기용품점에서 8만원 짜리 유모차를 구입했다. 아기에게 미안한 마음에 보다 좋은 것을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꾹 눌러 참고 저가의 유모차를 구입했다. 비싼 유모차를 사게 되면 김씨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김씨의 계획은 아기 명의의 적금과 요즘 유행하는 적립식 펀드를 가입하는 것이다. 아기가 대학을 갈 경우 학자금으로, 그렇지 못할 때 하고 싶은 것을 지원해 주기 위한 목적으로 오늘 금융기관을 찾아가 가입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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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와 김씨의 사례에서 어느 엄마가 더 아이를 위한 현명한 지출을 한 것일까? 짧게는 6개월에서 1년, 길게는 3년 정도를 사용하는 유아용품에 꼭 명품이 필요한지 따져봐야 한다. 126만원 짜리 명품 유모차. 갓 태어난 아기에게는 어떤 가치가 있을까? 내가 값비싼 유모차를 타고 다니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명품 족 이라는 것을 갓 태어난 아기가 알고 있을까? |
아기를 위한다는 “이유 있는 소비”가 아기가 누리는 안전과 편안함보다 엄마에게 주는 뿌듯함과 명품을 소비하면서 주는 허영심을 더 만족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모든 아이들의 엄마는 아이들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있는 소비”를 한다. 그러나 모두 엄마로서 현명한 소비, 가치 있는 소비를 하지는 않는다. |
TV뉴스 인터뷰에 나온 한 학부모는 [엄마들 사이에 소문이 나고, 학교에서 “누가 이런 명품 가방 들었네” 라는 소리가 들리거든요. 형편에 안 맞더라도 우리 아이를 최고로 보이고 싶어서 사주죠.]라며, 초등학생에게 20만원짜리 가방을 들려 학교에 보낸다. 또 [엄마들이 명품가방 들듯이 과시욕 같은 게 있어요. 엄마들이 볼 때 메이커부터 보잖아요] 라고 말한다. |
엄마의 허영심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달돼 다음세대의 된장녀/남을 키우고 있다. 엄마들의 순간의 과시욕과 허영심을 위한 충동적인 소비는 단순히 돈의 낭비라는 잘못된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
엄마들이 자신도 모르게 진짜 소비하는 것은 소중한 아기의 미래일 수도 있다. 돈은 정말 필요한 곳에 써야 그 가치가 제대로 살아난다. 아기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장래에 공부하고 싶을 때, 삶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지원해주는 일이다. 이때를 위해 지금의 소비를 나중으로 미루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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