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다향이고, 열살이에요.
초등학교 삼학년 나이지만 학교는 다니지 않아요.
“빨리 일어나.”
“빨리 밥 먹어.”
“빨리 씻고 옷 입어.”
“빨리빨리 하라니까 뭐하니? 왜 그렇게 꿈지럭거려?”
“빨리해. 학교에 또 늦겠다.”
아빠의 잔소리가 계속된다.
학교에 다니면서 아침마다 귀가 아플 지경이다.
그렇다고 학교가 재미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이 욕을 많이 하고, 거짓말도 한다.
남자애들은 툭하면 싸우고 쌍코피가 터지기도 한다.
중간놀이시간에 재미있게 놀다가도 종이 울리면 교실로 들어가야 한다.
조금만 늦게 들어가도 야단맞고 벌을 선다.
복도에서는 바보처럼 열중쉬어자세로 다녀야 한다.
“누가 발표해볼래?”
선생님이 물으면 “저요, 저요” 하고 시끄러워진다.
선생님이 가리키면 “제가 발표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박수를 두 번 쳐야한다.
동시를 쓰는 게 재미있는데 동시로 일기를 쓰지 못하게 한다.
일기를 그림으로 그려가도 뭐라고 한다.
학교화장실에서는 냄새가 난다.
하지 말라는 규칙이 너무 많다.
자유시간이라는 초콜릿도 있는데 학교에는 자유가 없다.
학교는 지루하고 재미없다.
중간놀이시간에 친구들과 노는 건 재미있는데 너무 짧다.
친구들하고 급식 먹는 건 좋은데 학교에 가기가 싫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아빠엄마한테 말했다.
야단을 맞을 줄 알았는데 ‘그럼 학교를 그만 두라’고 한다.
그러면서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를 써보라고 한다.
생각나는 대로 쭉 썼다.
그렇게 나의 홈스쿨링이 시작되었다.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고, 밥을 빨리 먹지 않아도 된다.
‘빨리빨리’란 잔소리도 사라졌다.
마음대로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색종이 접기도 실컷 할 수 있다.
복도에서와 달리 마음껏 뛰어다녀도 혼나지 않는다.
그림도 마음대로 그린다.
미술연필, 목탄, 물감, 색연필로 그림을 그린다.
잉크를 찍어서 펜화도 그리고, 벼루에 먹을 갈아서 수묵화도 그린다.
밀가루놀이도 많이 한다.
쿠키도 굽고, 빵도 만든다.
부침개도 부치고, 만두도 빚는다.
아빠랑 축구도 하고 캐치볼도 한다.
주먹밥을 만들어서 소풍을 간다.
바다에서 조개껍질도 줍고, 두꺼비집과 모래성도 쌓는다.
나뭇가지를 주워서 모래밭에 동시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
운이 좋으면 햇볕을 쬐는 새를 발견하기도 한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논짓물에서 낚시도 하고, 교래리에서 말을 타기도 한다.
학교를 그만두니까 재미있는 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