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은 대학시절 유아교육을 전공했다. 하지만 만화 공부가 너무 하고 싶어 미국으로 건너가 미술공부를 하고, 만화애니메이션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까지 진학했다. 이후 만화작가, 강사로 활동하며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그녀의 남편은 ‘Mr. 주저리'라는 독립만화로 알려진 김국남(38)씨. 둘은 ‘99년 장애우를 위한 만화 교육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연을 맺게 됐다.
만화가 커플의 사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문득 궁금증이 앞섰다. “매일 작업실에 틀어박혀서 집 밥도 못 먹는 남편이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서 친정엄마에게 전수 받은 음식 솜씨로 도시락을 싸줬어요. 뭐니 뭐니 해도 밥이 보약이잖아요.”
양양의 말 속에서 소박하고 정겨운 사랑이 묻어났다. 마침내 커플은 결혼했고 2001년 사랑의 결실을 맺어 김양극렬(6세, 이하 야무-야무지게 크라고 붙힌 아들의 애칭)도 맞이하게 됐다. 부모로서의 힘든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육아는 놀랍게도 남편이 도맡아 책임져 줬다. 시간운용이 자유로운 만화가라는 직업 탓에 가능하기도 했지만 "내 자식은 온전히 내가 키워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남편은 작업실을 집으로 옮기면서까지 정성으로 육아와 집안일을 병행했다.
하지만 야무가 돌이 될 무렵 독립만화를 그리고 싶어 하는 남편을 대신해 양양은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집중적으로 아이를 돌보게 됐다. 야무의 공부를 제대로 시켜보고자 하는 욕심도 있었기 때문이다.
퇴사를 결심하게 되기까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양양은 이것이 오히려 만화에 집중하게 된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고 말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녀의 성공비결이 자못 궁금하다.
큰 꿈을 그린 후 결정한 일이지만 퇴사 후 그녀는 크게 좌절했다. 5만원으로 한 달을 보내야 할 정도로 형편이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힘들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모든 걸 감내해야 했죠. 아이가 더 커지면 그럴 수 없으니까. 그래서 전 생계를 위해 학습지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죠. 남편이 독립만화를 그릴 수 있도록 도와야 했으니까요. 남편과 저는 함께 아이를 키우며 서로를 배려하고 만화가로서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그녀는 남편과 함께 작업실운영과 육아를 병행하며 생활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무리 힘들어도 섣불리 만화를 그리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더욱 고군분투했다.
이러한 두 사람의 노력이 빛을 발해 남편은 얼마 전 만화가로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게 됐다. <동아·LG만화페스티벌>과 <한국문화컨텐츠진행원의 문화 운영만화공모전>, <문화관광부 지원프로젝트>에서 3차례 수상의 영애를 안게 된 것이다.
“남편은 독립만화로 내년부터는 많이 알려지게 될 것 같아요. 지금 그 준비를 하느라 바쁘답니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남편 자랑을 하는 양양. 그렇다면 양양은? 만화가로서는 세상 앞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지만 그녀 역시 현재 만화가로 맹활약하고 있다.
부모 커뮤니티 맘스쿨(www.momschool.co.kr)과 영어교육커뮤티니 쑥쑥닷컴(www.suksuk.co.kr)에서‘도시락툰과 ‘야무진네 만화일기’를 연재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 이는 주부라면 누구나 공감할 소소한 일상과 남편, 시어머니에 대한 진한 애증(?)이 묻어있는 내용으로 코 끝 찡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양양은 인기 만화교육가로도 명성을 날리고 있다. 장애인 만화교육 국내 1호 강사로서 만화가로서는 드물게 통합예술교과목의 일환으로 초등학교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가르치고 있으며, 문화관광부산하 (재)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문화예술교육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업체를 통해 문화관련 강의도 하고 있단다. 한마디로 만화교육가로 동분서주 하고 있는 것.
"문광부에서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관한 만화책을 기획하고 있는데 내년 2월까지 마무리 져야 해요. 곧바로 한 달 뒤 영어 만화도 나올 예정이에요. 저 정말 일복 터졌죠?" 양양의 즐거운 비명이 그저 부러울 뿐이다.
양양의 아들 야무는 인성교육을 주장하는 아빠의 교육철학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흔하게 하는 문화센터나 방문학습지 등은 하지 않는다. 그저 틈나는 대로 엄마 아빠와 뒹굴며 놀고, 음식을 만들고, 책 읽고, 산책하고, 전시회나 공연을 보러 다니는 것이 일상의 전부다.
만화가 부부라는 직업의 특성상 전시회, 연주회 등 문화행사에 초대 받는 일이 잦은데 그럴 때면 야무네 가족은 함께 공연을 즐긴다. 야무가 말을 시작하게 되면서 인상적인 장면을 재현하는 ‘야무표 공연'이 집에서 재개봉되기도 한다는데 야무는 그야말로 양양과 남편의 웃음보를 터뜨리는 귀여운 재간둥이다.
양양네 가족은 얼마 전 특별한 경험을 함께 했다. 지난 7월부터 샘표스페이스에서 3개월간 열린 <사이좋은 만화가족 사이-사이 간.간.간>에서 양양 부부와 야무가 함께 전시회를 가진 것이다. 이는 양양네 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 본 큐레이터의 강력 추천으로 애초의 의도인 ‘부부전'이 ‘가족전'으로 탈바꿈해 열렸던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야무의 작품을 보고 ‘기발한 상상력의 표현이 재미있다'는 평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전시는 반응이 좋아 내년에도 같은 주제로 또 열릴 예정이라는데 아무래도 만화사랑이 대물림 된 모양이다.
끊임없는 만화사랑으로 지칠 줄 모르는 양양네 가족.
그러하기에 강의하랴, 만화 그리랴, 아이 돌보랴 숨 돌릴 틈이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녀이지만 얼굴엔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있어 만화는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 질문을 던졌다.
"만화요? 만화는 제가 세상과 소통하는 창이죠. 남편, 아이, 친구, 가족 등 일상의 평범하지만 소중한 하루를 담아낸... 가끔은 만화를 통해 수다도 떨고 반성도 할 정도랍니다."
좋아하는 만화에 푹 빠져 사니 너무나 행복하다는 양양. 그녀의 꿈을 향한 질주에는 더 이상 브레이크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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