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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추위를 느끼며 잠을 깨었다.
거실문도 모두 닫혀 있었지만 방바닥이 너무 차가웠다.
지난 밤 나는 얇은 여름 치마를 입고 있었다.
여름에는 이것도 더워서 벗어버리고 싶은 정도인데 지금은 5월, 이만한 기온에
체온 조차도 유지시키지 못 하는 정도의 옷이었다니..
머리를 감으며 지난 며칠을 떠올렸다.
어제와 엊그제에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다.
5월 초부터 불어닥쳤던 몇 가지의 일들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린 듯 하다.
하루하루를 지옥과 천당을 오가 듯 지냈다.
어차피 지나고 나면 서서히 잊혀지고 말 것들이지만 당시에는 왜 그렇게
조바심을 내는지...
하루는 울고, 어느 하루는 기쁨에 환호성을 지르고...
내게 선택할 기회를 준다면 제발 기쁘거나 행복하지 않아도 좋으니
울만한 일만큼은 생기지 않기를..
어제 무심결에 들은 이야기지만 TV에서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하였다.
희노애락이 있으니 인생이 값지지 않은가? 라고..
하지만 나는, 아니다!! 라는 생각으로 그와 대화를 하였다.
노여움에 젖어들 때면 세상을 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괴롭고 상대방을 미워하게 된다.
그 대상이 자주 바뀌는 이 5월의 경우에는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다시 우울증이 도질지도 모른다는 겁을 먹으며 나 자신을 추스리느라 힘겨웠다.
미움의 정도는 사건의 건 수가 더하면 더해질 수록 그 세기도 세어졌다.
이러다가는 아무 것도 아닌 일로도 화를 내거나 타인을 핍박할 일이 생기지 않을까 두렵다.
조금 후에는 학교에 손글씨를 배우러 간다.
오랜만에 영남이를 보게 되겠지..^^
지난 번에 이름 때문에 속 없이 웃음을 흘렸는데 고까워하지 않고 있을런지.
오늘은 따뜻한 차 한 잔 나누며 은근히 위로가 되어주어야 겠다.
그렇게 우리는 또 깔깔 거리며 두어 시간 동안 행복해질 것이다.
내게 있었던 일도 영남이에게 하소연도 좀 하면서 그간의 일들을 마무리짓고
그 후에는 모든 걸 잊고 싶다.
그리고 절대로 자제와 인내의 끈을 놓지 말아야지.
힘들었던만큼 내 심장의 표피는 더 두꺼워졌으니 앞으로는 더 잘 살을 거라고
위안하면서 오늘을 출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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