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은 지난 주부터 며칠째 시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니고 있다.
물론 자식으로써 당연한 일이겠지만 왜 그렇게 못 마땅한지,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난다.
직장도 없는 도련님이 집에 뻔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을 부르시는 의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피곤해 죽겠다면서도 수시로 불려다니는 남편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누가 효자 아니랄까봐...
이틀 정도는 아무말 않고 그냥 보냈었는데 어제는 기분 나쁜 소리를 한 마디 해버렸다.
남편은 자동차 핑계를 댄다.
'당신이 오기를 기다릴 시간이면, 집 앞에서 버스 타고 병원에 다녀오고도 남을 시간이다.
그 노인은 그 시각이 저녁일 하는 아들이 한참 잠 잘 시간인 것은 생각 안 하는가?'
이 말이 목구멍에 치밀어 오르는데 참느라 고개 마저 돌려버렸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아버님 병수발로 10여년을 고생한 사람에게 어찌 또 그런 시련을 주시는지..
부모님 병수발은 의례 내 남편이 하는 것인줄로 알고 있는 도련님도 밉고
데리고 사시면서도 부리지 않으시고 도련님 밉다며 멀리 있는 셋째 아들만 찾는 어머니도 밉다.
다른 아들들은 핑계도 많으니 밉고, 우리 사정은 무시하니 더욱 미웁다.
가장 못 먹고, 못 쓰고, 못 입고 사는데 우리 형편이 제일 낫다고 생각하시니 기가차고
다른 자식들에게는 한 말씀도 못 하시면서 우리에게만 큰 소리를 치시니 기가 막힌다.
아버님 병수발 때 남편은 몸 깊숙히 염증을 얻어 두어 차례 수술을 했지만 낫지 않았다.
생리 혈 처럼 한 달에 한 번 정도 염증이 몸 밖으로 쏟아져 나왔는데 아무에게도 발설치 않았더랬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 횟수가 잦아들었다가 집안일이 시끄러워지면서 다시 도졌더랬다.
어머니께서 어찌 아셨는지 나에게 전화를 걸어 그런 남편의 병을 방치했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셨다.
기가 막혀서...
그렇게 아들을 귀하게 여기시는 분이 요즘 왜 또 부르시는가?
몸을 좀 무리하면 다시 도지는 병이라고 말씀 드렸음에도 지금 계속해서 아들이 한 참 자야할
새벽 같은 시간에 부르고 계시지 않은가...
수술 때문에 곧 입원을 하실 텐데, 수술비도 그렇고 간병비도 그렇고
돈이야 만들면 되겠지만 그 먼 곳까지 어찌 다닐까...
생각하면 할 수록 눈물이 앞을 가린다.
모진 말도 못 하면서, 끊지도 못할, 해가 가면 갈 수록 질겨지기만 할 이 인연을 붙잡고
이런 이야기나 하면서 울어야 하는지..
추천0
글수(4,014 )
최신
이전
쿨한여자
남편이 효자라서 그러네요..
정말 글을 읽는 내내 답답함을 느꼈어요..
모질게 가지마라 할수도 없고..남편 건강이 빨리 회복되시길 바랄께요..
아자 아자 화이팅..
답글
아지맘
감사합니다, 쿨한~님^^
아이가 오늘 등교하지 않는 날이라고 어제 마음 놓고 친구들과 만나
늦게까지 신나게 수다 좀 떨다 들어와 오랜만에 늦잠을 푹 잤더니
기분이 많이 풀렸습니다.
다시 또 남편의 건강 챙기며 더 열심히 살아야지요.
힘내렵니다,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