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행복한 가정생활을 이루는 것에 만족하려 했지.
20대.. 영원한 사랑을 꿈꾸었고
10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공부의 지옥에서 벗어나고팠다.
8살.. 처음으로 혼자서 연탄불에 밥을 지어먹은 경험을 했던 나이 이다.
된밥이었는지 진밥이었는지, 반찬은 무엇이었는지 조차도 기억은 못 하지만
동갑짜리 사촌을 불러 함께 맛있게 먹었었다.
저기 마을 어귀에서 무슨 놀이를 하든 최선을 다해 뛰어노는 내 모습이 보인다.
아직 말을 잘 못 하는 동생이 졸졸 따라와 놀이를 훼방이라도 할 때면 놀이무리에서 쫓겨났고
속으로 동생을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을 꾹꾹 억누르며 데리고 집으로 들어가 재우려 애를 쓰기도 하고..
행여나 엄마가 집에 있어주기라도 하면 동생은 떼어놓고 친구들만 데리고 동산으로 올라가
소꿉놀이겸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자상한 엄마 역할도 하고 쑥과 냉이를 캐기도 하고..
어느 봄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밖에 나와서 노는 아이라고는 한 명도 없건만
아직 녹지도 않은 땅바닥에 사방치기 판을 그려놓고 혼자서 열심히 놀던 내 모습이 보인다.
원피스가 얇아서 너무 추워보인다... 하하하
언니가 입던 예쁜 초록색 원피스가 드디어 내게 맞길래 신나게 입고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저녁에 그 옷을 입은 모습을 조하사 아저씨에게 보이고 싶었지만 비가 와서 아무도
공터에 나오지 않았었다. 나는 비가 와도 놀 수 있는데...
엄마는 내가 밤에 놀러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나는 간절히 나가기를 원했었다.
밤마다 조하사 아저씨가 부대 앞 공터에서 동네 꼬맹이들을 죄다 불러다 놓고
무서운 이야기를 해주거나 수건돌리기를 하며 놀아주었기 때문이다.
가끔은 우리와 놀던 조하사 아저씨가 황급히 부대로 뛰어들어가곤 했는데
초소 앞에서 거수 경례를 하고 있으면 배 나온 높은 군인 아저씨가 짚차에서 내려서
조하사 아저씨의 등을 두들겨 주고 들어가면 또 다시 우리에게로 달려와 놀아주었다.
가끔은 배 나온 아저씨와 같이 들어가서는 영영 나오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언니들도 나도 아니, 우리 엄마를 뺀 온 동네 사람들 모두가 조하사 아저씨를 좋아했다.
나는 조하사 아저씨처럼 잘생긴 군인아저씨에게 시집 가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었다.
하지만 그 꿈은 곧 잊혀져갔다.
조하사 아저씨가 내 이름을 한 번도 다정히 불러주지도 않았고 다른 아이들처럼
안아주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서 온 동네와 작별인사를 나누던 날까지도...
나는 그 탓을 자주 놀러나가지 않아서 아저씨가 나를 기억하지 못 한다고 생각했고
그 이유로 엄마를 많이 원망했었다.
그 부대는 지금 어디로 옮겨갔을까?
어른이 되어 그곳에 가 보니 부대와 함께 우리가 뛰어놀던 공터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독립공원이 들어서 있다.
아들의 체험학습 때문에 남편과 함께 아들을 데리고 두어 번 독립공원에 간 일이 있다.
그 때마다 어릴적 놀던 부대앞 공터가 오버랩 되었다.
나의 짧았던 짝사랑, 조하사 아저씨의 얼굴은 잊혀진지 오래지만...
추천0
글수(4,014 )
최신
이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