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 똑똑~

똑똑~
글쓴이 이구아나 등록일 2006-11-09 17:58 조회수 2,756 글자확대 글자축소

똑똑~

등록일 2006-11-09 17:58

“똑똑 가을바람이 제법 춥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물어가는 노을이 내게 말을 건넨다.

‘대답을 할까? 그냥 무시할까?’
나는 잠시 가을을 느끼려 하는 내 마음의 방문을 열지 않고 생각에 잠긴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의 방이 있어서
때로는 활짝 열어두기도 하고, 때로는 꽁꽁 문을 잠가버리기도 한다.
그것이 사람이 됐든, 사물이 됐든, 감정이 됐든 어쨌든...

문득 은사님이기도 하신 연극의 신 오태석 선생님이 내게 해주신 말이 떠오른다.

“누구나 태어나면서 머릿속에 수많은 방들을 가지고 있다. 그 방들은 친구를 만나면서, 책을 만나면서, 사랑하는 이를 만나면서, 혹은 스승을 만나면서 열리게 된다. 이러한 만남은 만남의 주체에게 닫혀 있는 방의 열쇠를 주게 된다. 꼭 그여야만 하는 누군가를 만나지 못하면 열릴 수 없는 문을 여는 것. 그것이 만남이라는 말이다.”

오선생님의 말처럼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열쇠를 건네받고 건네주면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인생이란 것이 꼭 긍정의 열쇠만 받게 되는 것은 아니어서 잘 못 열었다간 호된 광풍에 한참을 옴짝달싹 못하고 서성이게 될 때도 있다. 나머지 방을 열 엄두조차 못 내고 갈팡질팡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방문을 열어야 할까... ’ 그래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서 고민하고, 따지고, 재보고 혼란스러워 한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내가 타인에게 건네주는 무수히 많은 열쇠는 과연 어떤 의미가 될까?

나는 오늘 일상에서 늘상 마주치는 소소한 가을바람을 만났다.
하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다시 문을 닫았다.
가볍게 스쳐지나가 만남이기에 문을 열었다 말았다 얘기할 필요가 있을까 만은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나에게는 행복을 느끼냐 아니냐를 가늠하는 소중한 만남은 아니었는지.

모닝페이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