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갔다 오는 길에 호호언니를 만났다.
학교앞 버스정류장에서 손을 버쩍 드는 언니를 동승하고 오려니까
오늘 행사에 찬조를 해 준 ㅋ 치킨집에 가서 인사를 하는데 같이 가잖다...
만날때마다 반기기는하나 대화가 오고감에 있어 서론 본론이 없이 횡설수설하는 편이라 그냥 웃고 지내는 사이인데 썩 내키지는 않았다.
약간 통통하고 시력이 안 좋아서 잘아는 사람이 아니면 잘 보지 않는단다.
ㅋ치킨집으로 들어가는 세시경인데도 벌써 안면있는 한 엄마가 보인다.
'생각보단 깔끔하군!!!'
마치 한 번도 낮에는 맥주한잔 해 본적 없는 순진무구한 사람처럼 겸연쩍게
안으로 들어갔다.
봄날치고는 오늘 왜 이리 덥지 ...
그래서 그런지 시원하게 마셨다.
골뱅이에 사리를 얹어서 마시다 보니 조금 얼굴이 상기되려한다.
아고~~~ 그만 마시자.
호호언니는 만화책에 나오는 얼굴처럼 재밌게 양 볼이 동그랗게 빨갛다.
" 언니가 오늘 힘들었는데, 기분은 좋다..."
호호언니의 이야기를 삼십분간 들음으로 난 그동안 내가 얼마나 근시안이었나 점점 미안해졌다.
호호언니는 아이들 둘이 전부 초등학교를 졸업했는데도 학교앞에서 등교길 교통정리를 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하고 오후에는 독거노인 돕기, 주말에는 시설에 가서 장애우들 목욕시키기등... 정말 열거할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고 있었다.
그래서 늘 종종걸음으로 바쁘게 다닌거였다.
아이들때문에 일년에 두세번 아침등교길 교통지도를 이삼일 하다보면 아침이 엉망이 되곤 했던 내 자신이 생각나서 호호언니가 한참이나 우러러보였다.
아저씨도 밥대장이라서 아침을 안먹고는 출근을 못했는데 호호언니가 오랫동안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아침을 선식으로 바꿨단다.
언니는 봉사하고 나서 살아있음을 느낀단다.
내 도움을 받고 큰 물질적인 도움은 아니라도 내 몸이 움직임으로 다른사람의 생에 기쁨을 준다는 것에 감사한단다.
"어니이..... 정말 대단해요.!!!"
좁은 소견과 얄팍한 생각만 가지고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아주 가까운 사람들만을 생각하며 우리에 갇혀서 산 기분이 든다.
얼마지나면 또 예전에 나로 돌아가겠지만 엊그제 일상에 지쳐 무기력해져 있던 나에게로 비타민 봄비를 내려준 언니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분명히 봉사하는 삶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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