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 잊혀지지 않는 여인

잊혀지지 않는 여인
글쓴이 키엘 등록일 2005-03-10 09:26 조회수 2,349 글자확대 글자축소

잊혀지지 않는 여인

글쓴이 키엘

등록일 2005-03-10 09:26

제가 운영하는 카페의 회원님 글인데...
그냥 오늘 날씨 분위기와 어울리는 것 같아서 제 마이라이프에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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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글에 남겨진 음악을 들으니 문득 언젠가 대접 받은 차 한잔이 생각납니다.

시골 어느 동네에 갔을 때이지요.
허드레 나무를 때고 있을 때이니 겨울인가 봅니다.
추운 날이었지요.
일이 있어 들렀는데 처음 보는 아주머니가 우리를 초대했습니다.
들어와서 차나 한잔 하고 가라고...
생각지도 않던 접대에 졸졸 따라 들어간 집은 높은 솟을 대문이 고색창연한 한옥이었어요.

흔한 농촌주택이지요, 그것도 오래된...
쥔장은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계셨습니다.
따스한 아랫목으로 안내된 방은 조그만 사랑방을 터서 만든 구조였습니다.
입식 간이 부엌을 만들어 놓고 거기서 차를 끓여주는 것이었어요.
훈훈함이 밴 주인의 차가 따스했습니다.
대전 시내에 따로 살림집이 있고 부부가 가끔 이렇게 고향 마을에 들어와 주말을 보내고 가는 모양입니다. 도시 생활도 하는 분이 어찌 그리 따뜻한 마음을 가지셨는지...
몸을 녹이며 내내 훈훈한 마음이었습니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지나가는 나그네를 대접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문득 그런 상념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별 깊은 대화는 없었으나, 뜨끈한 가슴을 안고 뜨락을 내려 옵니다.

바깥 날씨가 추워도 전혀 겨울같지가 않습니다.
이렇게 정신 없이 살다가 문득 그때의 여인이 떠오릅니다.

얼굴도 아스라히 잊혀져가지만 조용한 음성과 고운 마음은 해가 갈수록 또렷해집니다.

노래를 부른 것도, 피아노를 친 것도 아니지만 그녀의 몸짓은 아련히 향수를 일으키며 내 영혼 속에 각인됩니다.

나도 그렇게 잊혀지지 않는 여인이 되고 싶습니다.
흙 속에 뒹구는 우리의 것과 함께...

.비너스.

모닝페이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