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 '비'하면 첫번째로 떠오르는 사람

'비'하면 첫번째로 떠오르는 사람
글쓴이 ♧송이♧ 등록일 2005-01-29 10:23 조회수 2,224 글자확대 글자축소

'비'하면 첫번째로 떠오르는 사람

등록일 2005-01-29 10:23

초등학교 2학년 비가 많이 오던 초겨울.
바람도 유난히 많이 불어서 나무가 휘청거릴 정도였다.
교실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린 마음에 바깥 풍경이 무섭기보다는 재미있어 보였다.
치마가 휘날리고 여름에 송충이가 드글거리던 그 가지 많던 나무들이 부러질 정도로 흔들렸다.
나도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바람에 날려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그 순간들을 즐기고 있었다.

재밌는 광경을 즐기는 것도 잠깐. 파할 시간이되어 밖으로 나오는데 다른 아이들은 모두 엄가 우산을 들고 마중나와 있었다.

어머니가 직장을 다니던 터라 작은 어머니가 자주 데리러 왔는데 그날따라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비바람이 두렵기보다는 나만 엄마가, 작은 엄마가 데리러 오지 않는 다는게 창피했다.

선생님이 아이들 엄마와 인사하며 아이들이 가는 것을 하나 하나 체크하고 계셨다.
난 뒤에서 쭈뼛쭈뼛 선생님의 눈만 피하고 선생님이 그만 들어가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아이들이 거의 빠져나가고 나를 포함한 3명의 아이들이 남았다.
난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선생님은 가지 못하게 우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는 같은 방향으로 가는 보호자에게 두명 다 붙여 보내셨다.

'앗, 이런 나만 불쌍해졌잖아' 어린 마음에도 자존심이 몹시 상해 풀이 죽어있었다.

원래 과묵하고 수업시간에도 하실 말씀만 하는 선생님이라 좀 무섭기도 했는데 그날따라 선생님에게 친밀감이 느껴졌다.

선생님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명의 학부모에게 우리 집과 같은 방향이냐고 묻고 있었다.
그러던 중 결국 같은 방향의 학부모님과 짝을 지어 보내셨다.

철없는 아이라서 그런지 걸어가는 길이 바람도 불고 우산이 꺾이고 해서 창피한 것을 잊어버리고 마냥 즐겁게 집으로 왔다.

겨울비가 내리면 시련의 슬픔이나 아련한 사랑, 고독보나는 서현호 선생님과 그날 바람에 펄럭이는 치마들, 뒤집힌 우산이 떠오른다.

참고로 난 초등학교 선생님 중 이분 존함만 기억하고있다.

{미즈 운영자 송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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