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 주부들의 공동창업 유기농 베이커리

주부들의 공동창업 유기농 베이커리
등록일 2010-06-28 14:37 조회수 5,783 글자확대 글자축소

용인시의 한적한 교외.
무미건조한 고속도로와 시멘트 건물만 들어서있는 이 곳은 전형적인 경기권 도시와 다르지 않았다. 가끔 들락이는 덤프 트럭과 짬짬히 퍼져있는 수풀.

그렇게 길 한 켠을 돌아 아스팔트 길을 벗어난다 싶더니, 갑자기 눈 앞에 삼청동에나 있을법한 예쁜 가게 하나가 시선을 잡아끈다.
아담한 목재 계단에 이상하게 어울리는 예쁜 화분 들.

‘달콤한 가게’ 해피 쿠키였다.

안녕하세요, 가게가 참 예쁜데요, 평범한 주부에서 이렇게 멋진 쿠키 가게 창업을 결심
하게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지금 이 곳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주부들은 모두 예전부터 아이들을 통해서 알던 사이에요. 그러다가 아이들도 중학교, 고등학교 진학을 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까 자연스럽게 ‘우리도 무언가를 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집에만 있는 주부의 생활도 좋지만, 무언가 스스로의 손으로 해보고 싶었던 열망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이 힘들지 않을 정도로 해서 빵 굽고, 만드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의기투합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죠. 그리고 모자란 쿠키 실력은 전문 선생님에게 도움도 받았고요.

유기농 쿠키 가게를 창업하신 이유가 있나요?

요즘 먹거리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이왕 쿠키 가게를 창업하기로 결심한 거. 유기농 쿠키를 선택해서 ‘마음 놓고 먹을 수’있는 먹거리를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주부이기도 하니까. 우리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만들기로 한 거죠. 그런 원칙을 세운 거에요. 우리들끼리(웃음)

창업 당시 각각 전담파트가 있었나요?

그런 것은 없었구요. 처음 하는 창업이다 보니 다들 참여해서 다 함께 결론을 내는 방식으로 창업했습니다.(웃음)

창업 과정에서 있었던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주부이다 보니까. 창업 하기 전에 몇 달씩 전문 강사로부터 교육을 받고 밤 늦게 들어가고, 또 가게 오픈 전에는 일에 매달리느라 과로하게 되고..무언가 창업을 한다면 프로페셔널하게 준비를 해야 하는데 다들 평범한 주부다 보니 그런 것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고생을 하다가 창업 멤버 중 한 명이 예전에 앓았던 병이 재발했었죠. 갑상선이 예전에 안 좋았는데 그게 과로를 하다 보니까 또 재발한 거에요. 하지만 그 멤버는 이 쿠키 가게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에게 얼마만의 시간을 달라. 그러면 회복해서 다시 가게로 돌아오겠다고 한 거죠. 그 동안 남은 저희들이 더욱 열심히 일을 했고 아팠던 멤버도 이제는 건강하게 쿠키 가게에서 지금도 일하고 있죠.(웃음) 정말 주부였기 때문에, 쿠키 만드는 것부터 가게 계약과 각종 사업적인 부분들이 많이 어려웠고 또 고생도 많이 했지요.

지금 동업을 하고 계신데요, 장단점이 궁금합니다.

장점은..아무래도 힘이 좀 덜 든다는 겁니다. 각자 열심히 일을 분담해서 하니까 일적인 부분에서 부담이 덜 되고요. 또 자기 혼자 가게를 할 때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많은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는 거에요. 좋은 기술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고요. 마지막으로 손님 중에서도 인맥으로 많이 오시는데 제 인맥 뿐만 아니라 다른 분 인맥을 통한 손님도 오셔서 좋다는 거?(웃음) 그리고 단점은 아마도 각자의 스타일과 주장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엇갈릴때 겠죠.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고 싶은데 그런 것들이 잘 안될때 가끔 혼란이 생기기도 해요. 하지만 이런 것들도 서로 보다듬어 가면서 의견을 보강하여 투박한 돌이 둥근 돌이 되듯이 잘 이끌어 가면 장점이 되는 것 같습니다.(웃음)

서로 의견 충돌이 생기면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창업 초기에는 서로 의견만 내고 상대방의 말은 잘 안듣고..그런 부분이 많았는데 그러다 보면 다투기도 하고 그랬죠(웃음)하지만 그런건 회식도 하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원래 알던 사이니까 술술 풀리는 방법은 참 많습니다. 또 각자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주부이다 보니까 ‘내공’들이 있더라고요. 괜히 10-20년 주부로 살아온게 아니니까요.(웃음)

창업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가족들은 아무래도..불편한 점이 많죠. 항상 미안하게 생각합니다.(웃음) 하지만 아무래도 동업이다 보니 서로 돌아가며 시간 배분도 가능하고 최대한 편의를 봐주기 위해 각자가 노력하다 보니 큰 문제도 없었고 가족들도 많은 불만은 없어요. 충분히 각자의 가족을 돌보면서 일 할수 있도록 서로 배려하고 있답니다. 물론 가족들이야 창업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해준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또 적극적으로 말리지도 않았고요. 많은 부분이 미안하지만 지금까지 쿠키 가게와 가족, 모두 놓치지 않고 잘 해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지금 일하고 있는 주부들도 어느 정도 나이도 있고, 가정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 문제 없죠 뭐. 원래 엄마가 제일 힘이 쎄잖아요.(웃음)

꿈이 있다면?

지역에는 많은 공동체가 있어요. 교양 강좌도 있고 작은 도서관도 있고..여러가지 공동체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한데 모으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싶어요. 저희도 쿠키를 만드는 작은 지역 공동체랍니다. 이러한 공동체들이 모두 모여서 지역 주민들에게 더 큰 기쁨을 주는 것. 저희는 이런 꿈이 있습니다.

성공창업 탐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