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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주부, 도예가, 캐릭터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등 그저 평범하기만 한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일탈을 꿈꿨다. 가슴 속에 숨어있던 ‘희망발전소'의 끊임없는 충동질에 못 이겨 구체관절인형 작가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찍은 것이다.
윤임숙, 이주연, 묘림, 정용일, 이재석, 배미례, 이재은, 문경혜 등 8인으로 구성된 프로젝트전시그룹 이도는 활동경력이 대부분 3~4년인 국내 구체관절인형의 첫 세대로 이들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불과 1년 전이다.
2005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통해 ‘이도공간-일상 속 상상 공간'이란 제목의 전시회를 개최한 뒤 해체되었다가, 2006년 다시 ‘이도(E-do)'라는 팀명으로 팀을 재정비해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 ‘환타지'라는 주제로 재 참가해 화제를 모으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을 통해 본격적으로 국내에 속속 알려지기 시작한 구체관절인형은 말 그대로 관절이 구체로 이뤄진 인형을 뜻한다. 1933년 독일의 초현실주의 작가 한스 벨머가 여성의 신체를 한 토르소 인형으로 첫 선을 보이며 시작돼, 일본으로 건너가 발전되면서 단순한 감상용이 아닌 현대조형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마니아를 위한 ‘장난감 인형', 또는 공포감을 조성하는 ‘흉물인형' 쯤으로 치부되고 있었지만 토이와 아트를 넘나드는 유연한 매력으로 점차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추세다.
이도팀이 구체관절인형에 빠져든 계기는 다채롭다. 중·고 시절 미술에 관심이 많았지만 집안 반대에 부딪혀 한동안 꿈을 접어뒀었다는 정용일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미술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피규어에 관심을 갖다가 우연히 구체관절인형을 접하게 되면서 인형에 인생을 올인 하게 됐다. 주변 친구들이 때때로 “남자XX가 무슨 인형이냐?”라며 면박을 주기도 하고 가족들 역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그는 더 이상 남들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단순한 직장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던 배미례씨는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구체관절인형이 자신의 창작 욕구를 채워줘 시작하게 됐고, 주부에서 작가로 변신한 이주연씨는 개인적인 취미활동에서 자신의 꿈을 이룬 케이스로 어릴 적부터 인형에 대한 판타지를 갖고 있다가 자신의 욕심을 채워주는 최고의 인형을 갖고 싶어 시작하게 됐다.
정용일씨와 이주연씨를 제외하고 이도팀은 모두 직장인으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말하자면 투잡족인 셈. 대체 구체관절인형이 무에 그리 좋아 이렇듯 부러 고생을 하는 걸까?
윤임숙씨는 “구체관절인형의 매력은 무엇보다 디테일이 섬세하고 표현방식이 무궁무진하다는데 있어요. 또 작가의 심성을 담아내는 영혼의 그릇으로서 감정이든, 테크닉이든 제약 없이 원하는 바를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죠.”라고 설명한다.
또 이재은씨는 “관절이 구형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죠. 제대로 조립하면 사람과 가장 근접한 창작물이 되지만 구형이라는 점 때문에 가장 왜곡된 표현이 가능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허물어주죠.”라며 작품의 특징을 토로한다. 덧붙여 작가의 손과 머리를 통해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단 하나뿐인 조형물로 완성된다는 것 또한 치명적 매력이라는 설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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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라만상의 원리라도 담고 싶은 걸까? 그들이 추구하는 작품세계는 비단 눈에 보여 지는 것만이 아니다. 인형에 마치 자신의 DNA라도 옮겨 심을 태세다.
“인간의 무의식은 연결돼 있다는 ‘아카식 레코드'의 원리처럼 신과 인간을 접속하는 패스워드로 형상화하고 싶어요.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도공간과의 소통을 작품을 통해 실현하고 싶은 거죠.” 이재은씨의 말이다.
언뜻 들으면 ‘섬뜩하다' 말 할 수도 있지만 ‘귀신들린 인형'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순수하게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이도공간을 작품을 통해 엿보게 하고자 함이다.
예술가가 작품에 혼을 담고 싶어 하는 것은 만고불변의 법칙일터, 윤임숙는 사건, 감정, 현상을 포괄하는 깨달음의 상징, 그리고 인생을 담아내는 영혼의 오브제를 완성하고 싶다고 말한다.
묘림씨도 “인간의 내면의 힘, 자신감 등을 신화적으로 담아내고 싶어요. 수많은 사람과의 소통 속에서 자기 안의 파워를 일깨우는 작품을 통해 사랑, 욕망, 억압 등의 심리를 상징적으로 전달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작품은 주로 무녀, 용신 등 스토리가 있는 드라마틱한 모습을 띄고 있다.
이주연씨는 제작 기간 동안의 심리상태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기에 자신의 인형을 ‘또 다른 자아의 일기'라고 표현한다. “내가 만든 인형은 다 슬퍼보여서 가끔 화가 나요.” 라고 말하는 그녀. 어쩐지 그녀가 만든 인형의 눈동자엔 소슬한 바람이 불고, 살포시 뜬 두 눈엔 눈물이 흐를 듯 아련함이 묻어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듯 이렇듯 자기주장이 강한 8인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서로 희생하고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해 때로는 동료이자 때로는 경쟁자로서 서로의 가치를 발전시켜 나아가는 이도. 그런 점에서 이도는 성장성이 뛰어난 작가그룹이다. 팀의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첫 번째 사례로 여럿이 뭉쳤으니 그 에너지가 원기백배인데다, 임동아씨의 제자들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서로서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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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늘은 무릎을 잘라 보려고. 넌 눈 판다고 했지?”
 ‘토막 살인이라도 하는가?' 의심하며 깜짝 놀라 휘둥그레진 눈들이 그들에게 집중됐다.
전시회를 앞두고 작품 활동을 하던 중 일어났던 식당에서의 일화로 구체관절인형이라는 독특한 분야를 파고들다보니 생긴 재미있는 에피소드다.
인체와 가까운 조형미를 추구해야 하는 분야이니 누드사진도 많이 봐야하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도 서슴없이 누드사진을 요목조목 따져가며 바라보니 레즈비언 혹은 변태취급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한번은 윤임숙씨가 남성 누드사진을 프린팅 하러 갔는데 출력을 하던 여자 종업원이 위아래로 쳐다보며 얼굴을 찡그리더란다. 그나마 출력물 중 작품사진이 포함돼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오해를 풀 수 있었지만
“변태인 줄 알았어요.” 라는 말에 민망함을 감추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동료들에게 “누드사진 출력할 때는 꼭 작품사진 한두 장은 뽑아!”라는 당부의 말을 건넸다고.
또 이재은씨는 가까운 친인척에게 “인체의 가죽을 벗긴 사진 좀 구해줘”라고 말했다가 “제발 좀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라”며 외면당해 당혹스러웠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모두 보다 인체와 가까운 사실적 표현을 하고자 열성인 것뿐인데 생긴 오해들이다.
어쨌든 남성누드는 워낙 찾기 어려워 수배하는 일이 만만치 않아 고심하고 있다며 이도팀은 “우리 변태 아니거든요. 남성누드사진 갖고 계신 분은 제발 연락 좀 해주세요!” 라는 다소 낯선 주문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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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관절인형은 한 작품 당 순수 재료비가 10~50만 원 선. 이것도 제대로 공구가 갖춰졌을 때 얘기다.또 완성하기까지 제작기간이 길게는 1년 정도 소요돼 은근과 끈기로 도전하지 않으면 끝이 보이지 않는 작업으로 만만치 않은 시간과 열정을 필요로 한다.
당연히 작품 당 가격도 만만치 않고 구입하기도 힘들다. 또 대중적인 작품이 아니기에 사업성을 가늠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도팀은 ‘시간문제'라 말한다.
작품을 갖고자 하는 잠재 수요자가 많은데다 전시를 하며 알게 된 것이 고등학생들의 경우 ‘작품'으로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작가가 되기 위한 방법을 문의하는 경우도 많아 점진적 성장 가능성을 점칠 수 있었다는 것.
더욱이 이도팀은 얼마 전 큐레이터로부터 판매전 제의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소한 사건(?)들은 그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업적 틈새시장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도팀은 2007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외에도 정기적인 그룹전을 열어 대중이 구체관절인형과 친숙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갈 계획인데 판매전과 작가전이란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재석씨는 국내에서는 아직 단가가 확립되진 않았지만 외국에서는 구체관절 인형이 오래될수록 대접받고 있다면서 선진화에 따라 수요층도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즐김의 대상이 아니라 대물림하며 소중히 보존 될 ‘예술작품'으로서의 성장을 예견하고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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