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약을 넘어, 에너지 전환을 통한 자립으로

등록일 2019-08-1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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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의 시작에는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목격하기 전까지만 해도 전기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관심이 없었다는 성대골 주민들은 전기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는 도시에서 살아나갈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에너지 절약에서 생산까지, 그리고 이제는 전력 거래까지 꿈꾸는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을 만나보자.<전문>





어린이도서관에서 시작된 에너지 절약 운동

동작구 상도3동, 4동에 위치한 성대골은 ‘어린이도서관 건립’을 준비하며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게 되었다. 2010년 1월 어린이도서관 만들기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고 2010년 10월 어린이도서관을 개관한다. 이 도서관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모였고 크고 작은 활동을 펼쳐가면서 공동체는 단단해졌다.

그런 성대골이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 바로 2011년 3월 후쿠시마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다. 어린이도서관장이었던 김소영 대표는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가져오는 현실을 목격하면서 값싼 전기를 고민 없이 쓰며 사는 도시의 삶이 얼마나 위험한지 인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통신망이 끊기면 불편은 하겠지만 생활은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전기가 끊긴다면, 우리는 살 수 없어요. 생명이 위험한 순간이 오는 거죠. 그런 현실을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는데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보면서 그 무서운 상황이 우리에게도 가능한 일이란 걸 알았어요. 특히 우리가 사는 도시는 전기 하나 만들어내지 못해요. 그러니 더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는 거죠.”
 
그해 가을, 성대골은 녹색연합의 후원으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전기에 관한 특강을 진행했다. 그 강의를 들은 마을 주민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주민들은 에너지 관련 공부를 시작하는 한편, 여성민우회 풀뿌리활동 공모에 ‘우리 동네 착한 에너지 지킴이’ 활동이 선정되면서 전문가 워크숍을 비롯한 임실 에너지 마을 방문 등의 활동도 진행했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주민들은 변화했다. 뭐라도 해보자고 마음을 모았다. 그게 바로 ‘절전소 운동’이다.

“세 집이 전기를 아끼면 한 집이 쓰는 전기량을 모을 수 있더라고요. 아끼는 게 곧 생산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쓰는 전기부터 절약했죠”라는 김소영 대표.

주민들은 벽면에 전년도에 사용한 월별 전기사용량을 가정마다 붉은색 막대그래프 모양으로 붙여놓고, 그 옆에는 초록색 막대그래프로 사용한 전기 소비량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절전운동에 참여하는 가구끼리 선의의 경쟁도 펼쳤다. 그렇게 1년 동안 주민들이 함께 줄인 전력사용량은 약 35,000kWh였다.

 

▲ 에너지 슈퍼마켙 게시판에 붙어 있는 전기사용량 그래프


성대골 성대시장 부근 상가를 대상으로 전기 절약에 동참하는 상점에 ‘착한가게’ 스티커를 붙이는 캠페인도 진행했다. 대기 전력을 차단하고 조명을 LED로 교체하고 손님이 없을 때 조명과 난방을 조절하는 등 전기 절약에 동참한 착한가게가 160곳 이상이 되었다. 동네 경로당 건물의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을 비롯한 내복입기운동과 같은 에너지 절약 캠페인, 에너지 학교 등 다양한 사업도 추진했다.

더 나아가 에너지 문제를 다루는 마을기업을 만들자는 데까지 뜻을 모아 2013년 마을닷살림협동조합을 만들고 에너지 절약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 에너지슈퍼마켙(켙의 받침 ㅌ는 Energy의 E를 뜻한다.)을 열었다.





▲ 성대골 에너지슈퍼마켙.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과 절전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다.


리빙랩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옥상거치형 미니 태양광 DIY 키트를 개발하고 태양광 설치 이후에 줄어든 전기요금으로 대출금을 갚도록 하는 금융상품 ‘솔라론’을 동작신협과 함께 개발하기도 했다.

리빙랩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 문제를 연구하는 마을연구원, 에너지 강연 전문가들도 생겼다. 이들이 각종 에너지 관련 교육 강좌와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특히 국사봉 중학교 등 성대골 내의 학교에서 특히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2015년에는 국사봉 중학교 교사와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사회적협동조합도 만들어졌다.

에너지 절약은 준비운동, 그 다음을 고민하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성대골은 에너지에 관련하여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마을공동체라 부를 만하다. 그러나 이들 스스로는 자신들의 활동이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우리가 이렇게 에너지를 절약하고 대체 에너지에 대해 고민하고 실생활에 적용하고 있는데 그게 과연 어떤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에너지를 절약한 만큼 발전소에서 적게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지, 그래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어들고, 발전소 하나 정도는 가동하지 않아도 되는 건지, 그게 실현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아무리 에너지를 절약해도 한전은 우리가 쓰는 것 이상 전기를 만들고 버려요. 20% 이상, 심할 때는 50% 이상 우리가 쓰는 전기보다 더 많은 전기가 버려지고 있어요. 우리의 노력이 어디에도 영향을 주고 있지 않았어요.”(김소영)

우리나라 전력 수급방식에도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생산구조를 보면 몇 개의 기업이 만든 에너지를 중앙 기관이 비싸게 사와서 국민들에게 저렴하게 파는 구조거든요. 전력의 생산 단가가 얼마인지 국민들은 모르는 거죠. 전혀 공개되어 있지 않으니까요. 왜 이렇게 비싸게 사오는지, 이렇게 저렴하게 팔아도 되는 건지 아무도 묻지도 않고, 답해주지도 않아요. 우리는 값싼 전기를 생각 없이 쓸 뿐이죠.”



 




▲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의 김소영 대표



에너지 문제가 곧 에너지를 둘러싼 자본과 권력을 가진 세력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성대골 주민들. 이들이 찾은 해법은 무엇일까.


“무엇 하나 스스로 생산할 수 없는 도시라서 더 암담했던 것 같아요. 도시의 우리는 전기를 비롯해 모든 것을 도시 밖에서 받아오고 있어요. 도시 밖에서 오는 것이 차단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죠. 그럴수록 필요한 건 자립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성대골 주민들은 독일 ‘에너지 혁명의 성지’ 쇠나우 사례를 만나며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인구 2,500명의 작은 도시 쇠나우는 1986년 체르노빌 사고를 목격하며, ‘탈핵’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교사 부부를 중심으로 의사, 경찰 등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에너지 절약운동을 벌이기 시작했고, 주민들이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방향으로도 활동이 이어졌다. 소형 열병합 발전기, 소형 수력발전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했지만 이렇게 만든 전기는 배전 독점권을 쥔 전력대기업에 판매를 해야만 했다. 대기업의 배전 독점권을 폐지하기 위한 길고 지루한 11년의 법적 투쟁이 이어졌고, 결국 배전망을 시민들이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쇠나우에는 협동조합이 10개나 있고 100여 명의 주민들이 전력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 주민들은 단순히 에너지 자립을 넘어서 자신들이 만든 전기를 독일 다른 지역에 판매도 하고 있어요.”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 역시, 가상발전소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2018년 5월 전기사업법의 개정으로 올해 2월부터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이 가능하게 되었는데, 지역 주민이 주도하여 가상발전소를 준비하는 곳은 성대골이 유일하다.

가상발전소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설비들을 통신망을 이용해 연결하여 중앙관제소에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모은 태양광 에너지는 전력거래소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 10kWh 이상 규모의 소규모 분산 전원을 설치해야 한다. 이 외에도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에너지저장장치(ESS)다.


“태양광 에너지나 풍력 에너지의 단점은 간헐적이고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에요. 눈비가 와도 일정한 전력을 공급해야 발전소의 역할을 할 수 있는데 태양광이나 풍력은 날씨에 영향을 많아 발전소로서 한계를 갖는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죠. 그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바로 전력을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예요.”

가상발전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발전시설과 에너지저장장치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현재 성대골은 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은 약 30~90평형의 공간이다. 김소영 대표를 중심으로 성대골 마을은 큰 규모의 옥상을 보유한 건물주를 찾고 접촉 중이다. 또 동작구청, 유한양행, 여성가족지원센터 등 과소비형 건물을 보유한 단체와 기업과도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올해 안에 소규모 분산 전원을 설치하고 저장장치를 적용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김소영 대표는 가상발전소는 “에너지 자립을 위한 사업이자, 에너지 생산 총량 절감이 목표인 사업”이라고 말한다. “기후 변화의 시대를 넘어 기후 위기의 시대입니다. 이런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으로는 부족해요. 외부 의존도가 높을수록 위기에 닥쳤을 때 대처 능력은 물론 회복력이 떨어집니다. 당연히 에너지 자립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가 생산해내는 에너지가 에너지 생산 총량을 감소시켜야 해요. 그래야만 이 사회가 닥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어요. 더 많은 공동체가 심각성을 알고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_임은선(소소북스 에디터)
사진_성종윤(포토그래퍼)




출처: 서울마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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