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회적경제, 장애인의 더 나은 삶을 고민하다

등록일 2018-07-23 13:36

조회수 1,046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국내 15세 이상 장애 인구는 2,441,166명(2016년 기준)입니다. 이 중 경제활동을 하는 장애인은 38.5%에 불과합니다. 특히 중증 및 발달장애인의 경제활동률은 더 낮습니다. 이처럼 일반 고용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일로서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히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최근 늘고 있습니다. 제과제빵, 복사용지 등 단순 제조 및 가공업에 집중되어 있던 분야도 교육, 문화, 예술, 보건 등 서비스 분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들의 더 나은 삶을 고민하는 서울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을 만나보았습니다.


10년을 한결같이 발달장애인과 함께한 '리드릭’


행복해졌어요. 옛날에는 화나고 짜증나고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이곳에는)나 또래의 친구들이 많아요. 같이 놀러 다닐 수 있고,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이전에는) 내 또래 없었어요. 어울릴 시간도 없었어요.”

지난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인쇄출판 사회적기업 리드릭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 지웅(가명) 씨의 얘기입니다. 현재 리드릭에는 80명의 직원이 일을 합니다. 이 중 절반인 40여명은 발달장애인입니다. 이들은 주로 복사용지 제작, 인쇄 공정 참여, DM 발송 등의 일에 참여합니다. 이렇게 일하고 한 달 급여로 최저임금 수준이거나 평균 85만원 가량을 받습니다. 국내 발달장애인의 월평균 급여가 45~57만원인데 비하면 월등히 높습니다.


리드릭에서는 80명 직원 중 절반이 발달장애인들이다.(사진제공. 리드릭)


리드릭에서는 하루종일 집중해서 일하는 게 어려운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일주일에 2시간은 음악·미술 테라피, 인권 교육, 취미·레저 프로그램 등 3명의 직업재활사들과 함께하는 힐링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작업 환경이 이러하니 리드릭에는 장기 근속하는 발달장애인들이 많습니다. 발달장애인의 근속 기간이 평균 20-47개월인 것에 비하면 놀라운 성과입니다. 리드릭은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14, 2016년 연속으로 서울시 우수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김정열 리드릭 대표는 장애인이 일로써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데 사회적기업이 핵심적인 역할을 강조합니다.

지난 10년 간 리드릭이 일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을 고용한 수가 356명에 이릅니다. 장애인 중에서도 가장 취업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을 우리처럼 사회적기업들이 적극 고용하면서 공공의 사회적 역할을 일부 해결했다고 자부합니다.”
 

교통약자용 지도 제작 등으로 장애가 무의미한 세상 꿈꾸는 ‘무의협동조합’

무의협동조합은 교통약자를 위한 지하철 환승 지도를 제작해 공개했다.(사진제공. 무의협동조합)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7 교통약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들이 교통 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일반인은 물론 임산부, 고령자에 비해서도 훨씬 길었습니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여전히 제약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장애인과 같은 교통약자를 위한 지하철 환승 지도를 제작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장애가 무의미한 세상을 꿈꾸며 장애인 이동권 콘텐츠를 제작하는 무의협동조합입니다.

무의협동조합의 홍윤희 이사가 처음 지도 제작에 나선 건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타는 딸이 지하철을 쉽게 환승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휠체어 바퀴를 멈춰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긴 대기 시간으로 장애인 콜택시 이용도 쉽지 않았습니다. 2016년 홍윤희 이사는 딸과 함께 환승 지도 제작에 나섰습니다. 시민봉사자, 계원예술대 디자인학과 학생들, 서울디자인재단 등 다양한 주체들이 힘을 보태줘 33개역에 58개 환승 지도를 공개했습니다.


무의협동조합이 제작한 지하철 환승 모바일앱 샘플 지도 사용 방법(사진제공. 무의협동조합)


올해는 50대 이상 장년층, 청년들과 협업을 통해 추가 지도 제작을 준비 중입니다. 리서치를 나갈 때 중장년층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 나가보는 교통약자 눈높이 체험도 함께 진행할 예정입니다.

궁극적으로 무의협동조합의 목표는 이러한 교통약자용 지도가 없어도 되는 사회입니다.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작은 상품 개발로 삶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가 바라는 건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조금씩 사회자 바뀌길 바랍니다. 장애인들이 동정이나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소비자도 될 수 있고, 함께 공존하는 시민으로 인식되는 날을 꿈꿔봅니다.”

눈이 보여 감사함을 느끼는 ‘눈탱이감탱이’


불빛 하나 없는 깜깜한 방. 촉감과 청각에만 의지해 탁구를 칩니다. 게임 방법은 조금 다릅니다. 공을 던지는 게 아니라 굴려야 하고, 공은 흔들 때마다 안에서 소리가 납니다. 탁구를 치고 나면 식사가 마련됩니다. 피클을 집으려다 물 컵에 포크를 담그고, 칼 대신 숟가락을 잡습니다


눈탱이감탱이에서는 어둠 속에서 이색 체험을 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사진제공.(주)암흑)


암흑 속에서 식사와 보드게임을 즐기는 등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는 이곳은 눈탱이감탱이입니다. 서대문구 창전동에 위치한 이곳은 사회적기업 암흑이 운영하는 이색 테마 레스토랑입니다. 프랑스의 블라인드 레스토랑방송을 접한 성정규 암흑 대표가 2014년 문을 열었습니다. 손님들은 이곳에서 영화 <어바웃 타임> 주인공처럼 어둠 속에서 밥을 먹고 게임을 합니다.

성 대표는 1급 시각장애인입니다. 초등학생 시절 갑자기 시신경에 염증이 생겨 시력을 잃었습니다. 이후 제과 공장, 출판사 등에서 박스를 나르는 등 궂은일은 물론, 안마 회사까지 차렸지만 그의 최종 종착지는 암흑 카페가 되었습니다. 눈탱이감탱이 체험의 독특성과 그 의미를 인정받아 MBC <무한도전>, JTBC <최고의 사랑>, KBS <생생정보통> 등에 소개됐습니다. 그동안의 장애 인식 개선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아 최근에는 ‘2018 장애인고용촉진대회에서 국무총리 표창도 받았습니다.

성 대표는 암흑 체험을 통해 비장애인들이 볼 수 있음에 감사를 느끼고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길 바랍니다.
저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와 비장애인이 달리기 시합을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똑같이 달리면 당연히 제가 더 느립니다. 저는 비장애인들이 이런 체험을 하면서 장애가 어떻게 불편한지 몸으로 느껴보고 장애인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협력했으면 합니다.”

. 라현윤, 박유진(이로운넷 에디터)



출처: 세모편지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목록 글쓰기




DreamMiz

K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