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 국회의원을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국회의원을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등록일2015-03-15 07:20 조회수6,568 글자확대 글자축소

“그때 쌤을 만나러 가는 게 아니었어요, 진짜 그날 쌤을 만난 걸 후회합니다”

가끔 그녀는 이렇게 푸념을 한다

“지발로 지가 와놓고 왜 날 원망해?”

퉁명스럽게 답하지만, 사실 난 그녀에게 미안한 게 너무 많다.

나 때문에 울기도 많이 하고, 마음고생도 심하게 한 그녀에게 살가운 말 한마디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야단을 치고 때론 윽박지른 일도 많았었다.

“ 근데 넌 왜 나한테 붙어있냐?”

그녀가 너무 힘들어할때면 위로는 커녕 이렇게 물어본다.

“아. 몰라요! 그냥 쌤 진심을 아니까 그렇지”

그녀는 또 쿨쩍 쿨쩍 운다.

“내 욕해도 돼, 넌 그래도 돼”

젠장, 난 왜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을 이따구로 하는걸까....

돌아보면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고마운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특히 그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또 앞으로 살면서도 만나기 힘들 정도로 고마운 사람이다.

조금 보태서 말하면, 그녀 덕분에 내가 굶어죽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녀는 날마다 내 밥걱정을 하고 챙겨주었다. 한때 그녀의 별명은 ‘공쌤 밥 담당’이라고 할 정도였다.

지금은 직장에 복귀하여 바쁘게 살아가기에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가끔 안부를 묻는 그녀에게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 못한 말을 한다.

“김지영, 고맙다. 그리고, 사... 사... ”

이런 된장!

“사식 넣어준다매! 보양식으로! 약속 지켜!”

[이재형님 그림]

연일 국회 법사위 의원 사무실에 전화폭격이 쏟아지던 어느날, 모 지역에서 서명운동을 하던 회원부부가 내게 긴하게 할 말이 있다며 만나러 오겠다는 연락이 왔다.

특례법 때문에 정신없이 바쁘고 기말고사를 하루 앞둔 터라 그야말로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정신없던 날들이지만 여러차례 간곡하게 부탁을 하기에 거절을 하지 못했다.

그 회원은 카페 게시판에 나를 만나러 간다는 게시글을 썼고 당시 육아휴직 중이던 김지영이 그 글을 보고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데 한번 가볼까’ 라며 어린 딸을 데리고 약속장소로 왔던 것이 그녀에게 고난의 시작이 되었던 것이다.

약속장소에는 애초 연락을 했던 모 회원 부부 외에 부산에서 활발하게 서명운동을 하던 윤소정과 근처에 살던 김지영도 자리를 같이 했다.

반가운 인사와 서명운동, 앞으로 활동에 대한 이야기 들을 하는데 모 회원이 ‘앞으로 전국회원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하자면 지역을 나누고 지역장을 두는 게 어떻겠느냐, 공쌤 혼자 동분서주 하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 고 했다.

당시 ‘하늘소풍’은 하루가 다르게 회원들이 그야말로 폭주하듯이 가입을 하고 있었고 전국은 서명운동 열풍으로 달아오르고 있었으며 국회 전화 폭격이 맹위를 떨치고 있었기에 게시판은 하루에도 수백개의 게시글과 수천개의 댓글이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울산계모 사건이 소개되면 반드시 하늘소풍에 대한 기사도 함께 오를 정도로 언론의 관심도 지대했었다.

지금 당장 특례법 통과가 우선이었고, 난 장기적으로 이 일을 할 생각이 없었으며 순수한 이 움직임을 ‘조직’으로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생각해보겠다’고 완곡하게 거절을 하고 돌아왔으나, 이후로도 이 회원은 계속 내게 ‘조직으로 전환하자’ 는 은근한 압박을 가했다.

‘이렇게 훌륭한 일을 하시는 분인데 정치적으로도 나가서 더 큰 일을 하셔야 한다. 우리가 돕겠다. 시의원부터 시작하자. 경제적인 것은 우리가 책임지겠다. 나중에 국회의원까지 만들어드리겠다’는 허황된 말도 해서 나를 웃게 만들었다.

난 어쩌다 이 광풍 같은 일에 휘말렸지만 그것은 순수한 분노에서 시작 된 것일 뿐, 그 어떤 의도도 없었다. 특히 정치라니? 어이구 끔찍하다. (그런데 내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 아동학대 근절 운동에 뛰어들었다는 루머는 지금까지도 떠돌아다니고 있어서 내 허파를 뒤집어 놓기도 한다)

당시 생업을 팽개치고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아 저절로 팽개친 꼴이 되었음) 특례법에 매진하고 있는 나를 몹시 걱정하며 그 회원은 자신들은 사업체를 운영하여 돈이 많기 때문에 나를 돕고 싶다며 생활비 조로 거액(백 단위를 넘는!)을 제시하며 ‘고생하고 있는 공쌤 일을 덜어주고 싶어서’라는 이유로 모지역의 지역장을 자신이 하겠다고 나섰다.

이 일을 하면서 수 많은 모함을 겪은 후 깨달은 것은, 나를 이리저리 모함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추한 욕망을 내게 투영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권력의 욕구가 있는 사람은 내가 권력 ( 정치적) 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모함을 하고, 명예욕이 있는 사람들은 내가 명예 때문에 일을 하고 있다고 모함을 하고 관심 종자들은 내가 매스컴에 나서고 싶어서 일하고 있다고 모함을 하고 본인이 더럽게 산 사람들은 내가 더러운 과거가 있다고 모함을 하는 것 같았다.

그 회원은 돈이 많아서 남편이 지역의 시의원 출마를 꿈꾸고 있었는데, 소위 말하는 스펙이 딸린 것 같았다. 한참 매스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단체 (우린 단체가 아니고 모임이었다) 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여 출마에서 내세우고 싶었던 게 아닌 가 싶다. 그런 의도도 간파하였지만 나는 ‘순수한 자발적 시민모임’ 이라는 하늘소풍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 어떤 불순함도 끼어들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완곡하게 거절하던 나는 점점 심해지는 그 부부의 제안에 마침내 딱 잘라 거절을 했고 카페에 이에 대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나는 노후도 준비해야하고, 폼나게 살고 싶고 , 부자도 되고 싶습니다

앞에서 총대매고 나서야 하는 이의 고독함과 상처를 대모님을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어떤 일에 욕먹으면서 나서야 하는 자리를 싫어라 합니다

평생을 투쟁해야하고 가난해야하고 남의 아픔을 지고 살아야 하는 삶은 싫습니다

그동안 돈만 들여놓고 본전을 못 뽑은 것도 원통하고(아동학대에 관한 일은 제 밥벌이와 전혀 무관합니다)무거운 짐을 지는 것도 힘겹고 나름대로 달려왔던 꿈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아쉬움도 컸습니다. 앞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일에 대한 걱정도 무지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욕심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내가 아니면 안되는 일은 아니지만, 지금은 해야할 일이라고 , 흔들리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제 밥벌이는 제가 합니다

그것때문에 피터지게 고민했지만 결론은,

우리 카페가 자발적 시민모임으로 투명하게 무대뽀로 투쟁하려면 그 어떤 지원이나 후원도 받으면 안된다,입니다. 조직이나 단체로의 행보도 없을 것입니다

누누히 글썼듯이 조직이나 단체가 되었을때의 잡음과 분열과 눈치보기는 우리 투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