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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날 이주영 의원을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자료 챙겨오시오’
조관장님은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단단히 결심을 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친분이 있는 이주영 의원님과의 방문 약속을 이미 잡아놓고 내게 통보하신 것이다.
헉!
법을 만든다니!
법이란, 어마어마하고 대단한 사람들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관장님의 추진력이 부담스럽기만 했다. 게다가 아동학대는 물론이고 인권이니 뭐니 관심도 없이 살아온 터라, 다른 아동학대 사건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 내게 자료가 있을 턱이 없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관장님이 하라고 하면 토달지 않고 따라갔었고, 이미 약속을 잡아놓으셨다니 뭐라도 하긴 해야 했었다.
그래서 ‘하늘소풍’ 카페 게시판에 이주영의원을 만나기로 했으니 좋은 의견을 달라고 공지하였다. 회원들의 열의는 대단했다. 80여개의 의견이 올라왔고 나는 그 의견들을 출력하여 챙겨놓고 서현이 사건을 ppt로 다시 만들어 놓았다.
그때, 울산 성민이 사건 카페의 회원에게서성민이 사건을 알려야 하니 성민이 아버지도 함께 참석할 수 있겠느냐는 연락이 왔다.
난 당시까지 성민이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아는 바가 없었다. 인터넷을 뒤졌다.
이럴수가...
겨우 28개월의 어린 아기가 어린이집 원장 부부의 폭행으로 학대의 혐의가 짙음에도 불구하고 원장 측이 변호사를 네 명이나 선임하여 ‘업무상 과실치사’로 원장은 1년 6월의 형을 선고받았으나 1년만 복역하고 풀려났고 , 그 남편은 집행유예로 풀려났으며 현재 잘먹고 잘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초동수사의 실패와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전형적인 예라고 볼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이런 법이 다 있나, 힘없는 어린 아가를 폭행으로 죽였음에도 1년 복역, 집행유예라니!
그렇구나! 법을 바꿔야 하는구나! 이래서 반드시 법을 바꿔야 하는구나!
관장님께 성민이 사건의 친부도 참석하겠다고 전화를 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하셨다.
2013년 11월 30일, 마산의 이주영의원 지역구 사무실로 찾아가 자료를 드렸다.
관장님의 ‘법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에 이주영의원도 깊이 공감하였고 그 자리에서 바로 전화기를 꺼내어 새누리당 ‘가족행복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자스민 의원에게 전화를 하여 12월 5일 국회에서 만날 수 있도록 약속을 잡아 주었다.
또 성민이 사건은 무척 안타깝지만 이미 대법원에서 판결이 내린터라 어쩔 수 없을 것 같다시며 이와같은 억울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특례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었다.
성민이 아버지는 수척한 얼굴로 낙담하였지만, 그래도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사를 굽히지는 않았다. 면담이 끝난 후, 관장님이 일행을 횟집으로 데리고 가서 회를 사주셨다.
그리고 내게 20만원이 든 봉투를 주셨다.
‘돈이 있어야 무슨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적지만 경비에 보태쓰시오’
평생을 인권운동에 투신하여 가난하게 살아온 분이 주신 돈을 내가 어떻게 받겠는가.
사양을 거듭하였지만 ‘돈없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끝내 손에 쥐어주셨다
당시 나는 무척 안일하게 생각했다
인터넷으로 사건을 알리는 것은 내 시간 좀 쪼개는 것 뿐, 그닥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일이라 여긴 것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나는 이 일이 이리 오래도록 진행되거나 전국을 누비는 일이 되리란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고 경비가 드는 것 외에, 내가 돈을 벌지 못하는 바람에 매달 기본적으로 나가야 하는 생활비의 펑크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평생 인권운동을 하신 관장님은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계셨던 것이다.
내가 국회에 간다는 공지를 올리자 어떤 회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인 이혜훈의원과 대학교 동창인데 만남을 주선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어 이 최고위원의 비서인 권구영 실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후 권 실장은 서울에서 열린 서현이 49재를 위해 국회의 보좌관들에게서 ‘삥’을 뜯어 경비에 보태는 등 많은 역할을 하였다. 차후에 소개하겠다)
2014년 12월 5일.
오전 9시 30분에 새누리당사의 이혜훈 최고위원을 만났다. 관장님도 지리산에서 새벽에 출발하여 도착해 계셨고 2580팀도 취재를 위해 이미 도착해있었다. 이 최고위원은 많은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건이 되풀이 되지 않게 정치권에서도 노력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이어서 부랴부랴 국회로 이동했는데, 이자스민 의원만 만나는 줄 알았던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가족행복특별위원회’소속 의원 십여명이 수첩과 자료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소회의실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토론을 하였다.
‘국회의원들이 뭐하는 자들입니까?’라며 관장님은 거침없이 호통을 치셨고 나는, ‘친권이 없다고 아이가 학대를 당하는데도 연락조차 없는 이런 법이 세상에 어디있느냐 . 친권이란 말을 아예 없애달라. 만 12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하여는 학대 치사가 아닌 살인으로 기소하게 하라 ’등 여러 가지 주장을 하였는데, 여기서 나는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이런 여러 가지 사항이 들어있는 ‘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롑법’이 이미 발의가 되어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법제사법위원회에 통과가 되지 못하여 현재 15개월째 계류중이라 하였고, 다른 법안에 밀려 심사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발의자가 새누리당 안홍준의원이라고 했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관장님이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알고보니 관장님과 안의원은 예전 시민운동을 할때부터 절친이었다는 것이다.
안홍준 의원과 통화가 된 관장님은 나를 끌고 국회 본청으로 향했다.
안의원은 당시 국회 표결차 본회의장에 있어야 했는데 급히 회의장을 나와 잠시 인사를 나누고 난 후, 다시 본회의장으로 들어가셨다.
나와 관장님은 안의원 비서가 뽑아준 ‘아동학대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훑어보았는데, 당시만 해도 이런 법안에 대해 깜깜 무식인 나로선 머리만 수세미가 될 뿐 뭐가 무슨 소린지도 몰랐다.
표결을 마친 안의원이 돌아와, 길고 긴 대화를 나눈 후 법안 복사본을 들고 헤어졌다
‘반드시 이번에 특례법을 통과시키시오!’
관장님은 내게 이 미션을 남겨주고 지리산으로 돌아가셨고, 난 쓰러질 지경이었다.
내가 국회의원도 아니고, 법을 어떻게 통과시킬 수 있냐고!
정말, 관장님은 해도해도 너무 하신 거 아냐? 라고 투덜거렸지만 부랴부랴 서울 회원들을 만나러 갔다.
법무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희 회원이 자리를 만들어주어 여러 회원들과 함께 논의를 한 끝에 다음과 같은 네가지 사항을 행동으로 옮기기로 하였다
1. 서울 회원들이 국회 앞과 민주당사 앞에서 돌아가며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인다
(피켓내용. 얼마나 우리 아이들이 더 죽어야 아동학대 특례법을 통과시켜주시렵니까!)
2 . 서울에서 간소하게나마 서현이 49제를 지내며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촛불 시위를 한다
3. 나는 뻔질나게 국회를 드나들며 법사위 의원들을 만나 읍소한다
4. 카페 회원들이 법사위 소속 의원들 홈피에 아동학대특례법을 통과시켜달라는 글을 남긴다
사실 , 이것만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였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관장님은 역시 한 발 앞선 분이었다.
법제 사법위 소속 국회의원과 보좌관들 개인 번호를 은밀하게 내게 입수하여 넘겨주며 ‘전화 폭격을 하시오’라고 팁을 알려주었던 것이다.
나는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들을 정당별, 지역구별로 구분하여 사무실 전화번호를 작성하여 카페에 게시하였다. 회원들은 국회사무실로 전화를 하고, 따로 ‘국회폭격대’를 몇 명 결성하여 국회의원과 보좌관들 개인 번호로 폭격을 하는 이원화 방식을 선택했다. 개인번호는 당시 열성적으로 활동하던 울산의 모 회원에게 넘겨주었다.
나는 연일 카페에 게시글을 올려 홈페이지 글 올리기, 국회사무실 전화 폭격하기를 독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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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에 법제사법위원 16명의 명단과 전화번호, 홈피를 올려놓았습니다
새누리당이건 민주당이건 상관없습니다
통과를 약속했다면 그 약속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라 하시고
통과가 안되었다고 하면 이유를 묻고 무조건 통과시켜달라하십시오
얼마나 더 아이들이 죽어나가야 통과시켜주실건지 물어봐주십시오
우리카페 인원으론 한계가 있습니다
더 많은 국민들이 전화하고 글을 남겨야 합니다
우리 카페 회원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널리 알려 한사람이라도 더 그들을 압박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카톡, 페이스북, 트윗, 카페, 사이트 가리지말고 알려주십시오
그리고 전화해달라고 하십시오. 글 남겨달라 부탁해주십시오
아동학대 특례법 통과시켜달라 요청하라 해주십시오
온 국민의 공분을 알아야 정치인들이 움직일 것 같습니다
우리가 무관심해서, 우리가 외면해서 서현이가 죽었습니다.
미안해서 , 불쌍해서 눈물만 흘리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움직여주십시오
다른 서현이들을 지켜주십시오
여기서 울지말고 그들을 붙잡고 울어주십시오
제발 업무가 마비되도록 전화하고 홈피가 부서지도록 글 남겨주십시오
되도록이면 자기 지역구 의원들에게 각개전투해주십시오
화력이 모자라면 카페에 화력요청하십시오
화력 요청하면 자기 지역구 아니라도 달려가 도움을 주십시오
이제부터 국회의원들과 전투를 벌여주십시오
대한민국의 모든 우리 아들 딸들을 위해
여러분!
전쟁을 벌여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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