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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에너지 자치와 협동조합
이주희 (iCOOP협동조합지원센터 국제협력파트)
유럽의 에너지시장자유화는 1996년도에 제정된 EU전력지침을 시작으로 각국에서 법제도정비와 함께 자유화가 단계적으로 진행되었다. 자유화된 시장에서는 국경을 넘어 사업을 확대하는 거대에너지사업체도 생겨났다. 유럽의 에너지정책은 ‘지속가능성’, ‘경쟁력확보’, ‘안전확보’ 의 3가지 목표로 2010년 11월 ‘유럽2020년 전력 20-20-20’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또한 2011년에는 ‘저탄소경제로드맵’에 따라 2050년까지 온실효과가스를 1990년 대비 80%삭감하고자 하는 시나리오가 발표되었다.
▲ 시민전력(BurgerWerke)20대 청년 6명이 주도하는 협동조합 (출처 : buergerwerke.de)
기로에 선 프랑스와 분산형 시스템으로 이동하는 독일
2014년도 독일 전력구성은 석탄이 45.2%, 재생에너지 26.2%(이중 수력 3.2%), 천연가스 10,1%, 원자력 16%, 석유 및 기타가 2.5%이다. 이에 반하여 프랑스는 원자력이 78.3%, 재생에너지 16.1% (이중 수력 10.9%), 천연가스 2.5%, 석탄 2.2%, 석유 및 기타가 0.9%로 이루어져 있다.
프랑스의 전력자유화는 1999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하여 2007년 완전자유화가 되었다. 국영전력회사였던 EDF는 2004년 주식회사화 하였으나, 지금도 정부출자는 8할을 넘고 있으며 원자력을 중심으로 하는 발전시장의 90%를 점하는 과점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발전소로부터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회사인 RTE는 EDF의 100% 자회사이며 국내유일의 사업자이다. 배전사업도 EDF의 자회사가 시장의 95%를 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 신재생에너지, 2016년 현재 26.2%에서 2030년 50%를 목표로”
반면 독일은 1998년부터 전력소매시장이 전면 자유화되면서 8대 전력회사는 4대전력회사로 흡수 합병하였다. 2004년에는 발전 사업이 95%를 넘을 정도로 이들의 과점상황이 계속되었으나 이후 2013년에는 시장점유율이 68%로 하락하였다. 재생가능에너지의 도입 증가와 원자력발전설비의 가동정지 등이 그 배경에 있다. 4대 전력 중 3사는 네덜란드, 벨기에 등의 송전회사에 매각하고 발전 및 송전의 분리가 진행되었다. 자유화 전에는 약 900개 사의 지역배전사업자가 민영화나 사업매수, 합병 등에 의하여 800개정도로 감소하였으나, 지역에너지사업체의 설립 등으로 다시금 지역주체의 에너지사업이 되살아났다. 2016년 현재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26.2%이며, 2030년까지 5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너지 시장 자유화는 대규모사업자가 더욱 거대해지는 프랑스의 사례도 있지만 독일과 같이 지역이나 시민이 주체가 되어 에너지문제를 논의하는 기회의 장 또한 마련한다. 에너지에 대한 권리를 지역주민이 소유함으로서 재생에너지의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증가하는 에너지협동조합의 역할
독일의 독일 전기에너지 구성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율은 2000년 6.4%에서 2012년 22%까지 증가했다. 발전차액제도(FIT)를 포함한 재생가능에너지법(EEG법)의 도입이 재생에너지 증가에 큰 역할을 했는데 주도한 것은 시민들이었다. 실제로 2010년까지 도입된 53,000MW의 재생에너지 발전장치의 40%가 개인소유이며, 농가가 11%, 4개 전력회사는 약6.5%를 차지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도입에 있어 큰 역할을 해낸 것은 다름 아닌 협동조합이다. 2000년대 100개 정도였던 에너지협동조합이 2008년부터 2011년 사이에 144개 조합에서 4배인 586개 조합으로 증가하였고 2012년 여름에는 600개 조합을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그 중에서도 90%는 에너지생산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에너지협동조합의 사업형태는 여러 가지이고 한 조합이 복수의 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사업내용을 대략적으로 구분해 보면 다음과 같다.
발전사업 내용을 보면 태양광/태양열 사업이 약 43%로 가장 많으며 바이오가스, 풍력, 수력사업이 약 19%, 열병합 사업이 15%, 배전사업이 12%, 전력거래 및 판매사업(도매, 배전망 비소유) 6%이다. (1개 사업체에 주요 사업 1개로 측정해서 집계)
에너지자립의 핵심, 에너지공급사업을 되찾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에너지공급사업이 대기업에서 소규모 지역 회사로, 민간에서 공공단체나 협동조합 등과의 연계사업으로, 지역이나 시민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다. 독일 수도 베를린은 동서독 통일 후 재건한 베를린시 전력공사가 2003년 스웨덴의 Vattenfall사에 매각되었다. 현재 전력망을 다시 되찾기 위해 2개의 시민 주도 그룹이 활동하고 있다.
‘시민에너지·베를린’은 배전망을 시민들이 사들여 배전사업을 이어받기 위해 2명의 학생들에 의해 설립된 협동조합이다. 이들은 배전망을 시민의 손으로 되돌려 ➀민주적인 전력사업 운영 ➁100% 재생가능에너지 공급 ➂배전 사업으로 Vattenfall사가 얻고 있는 거액의 수익을 시민과 지역으로 환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배전망 가격이 아직 공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40% 이상을 자기자본금으로 충당하기 위해 출자를 모았다. (1구자 100유로, 5구좌부터) 시민의 관심을 끌기 위해 미니콘서트나 상영회, 낭독회 등을 수시로 개최하여 1,000명의 조합원이 약 540만 유로의 자본금을 모을 수 있었다.
“지역과 시민이 주도하는 베를린의 에너지 공급사업”
또 하나의 베를린 시민 주도 단체인 ‘베를린 에너지 원탁회의’는 시가 전력공사를 재건해 배전사업을 맡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해 시민참가형 경영과 재생가능 에너지를 공급하게 하려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3년 2월부터 시민발의 법안을 지지하는 서명운동을 펼쳐 목표했던 20만 서명(필요 서명 17만 4천명)을 크게 넘은 26만 5천 장의 서명을 모아 대성공을 거두었다.
2012년, 두 단체는 협의를 통해 협력을 약속했다. 방법은 다르지만 ‘베를린의 배전망을 Vattenfall사에서 베를린 시민에게 환원하자’라는 목표는 같기 때문이다. 현재 두 단체는 베를린 에너지 민주주의를 위해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렇게 지역이나 시민의 손에 에너지공급사업을 돌려주려는 움직임은 독일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주민 주도, 협동조합 주도 사례도 있는 반면 지자체 주도의 경우도 있다. 2007년 이후 70개 이상의 지자체공사가 재건 또는 설립되었으며, 170개 이상의 전기가스공급계약이 자자체공사와의 사이에서 체결되었다.
전력소매협동조합 ‘시민전력’
FIT제도와 EEG법으로 인해 재생에너지설비의 대부분을 시민이나 생산자, 지자체, 중소기업 등이 소유하고 있다. 반면 4대전력회사가 소유하는 재생에너지설비는 5%에 지나지 않는다. EEG법은 2014년 크게 개정이 되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았던 FIT제도가 수정되었는데 FIT제도에 구애받지 않는 시장에서의 전력 직접 판매를 설비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며 입찰제로 서서히 이행한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은 사업비용을 증가시키고 리스크도 높아진다. 자본력이 있는 대규모사업을 우대하고 다양한 주체에 의한 중소기업을 영향을 주어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높다.
“참여 조합 45개, 조합원 1만 명 보유한 에너지협동조합의 연합조직”
전력협동조합인 ‘시민전력’은 이러한 역풍을 이겨내고 분산형 전력공급을 강화하기 위해 22개의 에너지생산협동조합이 연합하여 설립한 소매사업협동조합이다. 이 협동조합은 생산조합이 태양광으로 발전하는 전력을 수매하여 조합원 및 전국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100%독일산 재생에너지전력’으로 조합원을 모으고 설비를 증설하여 지역사회에도 공헌한다. 이윤은 생산조합에 평등하게 환원하는 형태의 이 협동조합은 생산과 소매협동조합이 지역에 걸쳐 연대하고 에너지생산제휴를 추진하는 모델로 유명하다. 이 사업의 중요한 점은 ‘에너지생산자가 직접 소매시장과 연계하여 FIT제도로부터 자립하며 새로운 사업콘셉트를 마련하여 수입원을 다양화하고 사업을 안정화’하는 것이다. 2016년 1월 현재 ‘시민전력’ 협동조합의 조합수는 45개 생산조합이며 이들 총 조합원수는 1만 명으로, 전국에 250개소, 합계 20메가와트의 발전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흑림의 성피터(St.Peter)바이오에너지협동조합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슈발츠발트 지대에 가문비나무가 햇빛을 볼 수 없을 만큼 빽빽이 들어선 숲이 있는데, 바로 흑림이다. 2015년 iCOOP생협이 방문한 성피터마을(인구 2,500명)의 에너지협동조합은 태양, 물, 바람,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발전 외에도 폐목재를 이용한 열병합 발전소를 건설하는 등 다양한 노력으로 바이오에너지자립마을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 성피터 협동조합 모습. 성피터 마을은 에너지자립마을로 발돋움을 했다.
2009년 8월 11명으로 설립한 이 협동조합은 2015년 현재 235명까지 조합원이 증가하였으며, 마을에서 필요한 전기의 300%를 생산하고 난방은 60%를 생산하여 매년 3,500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있다. 조합원의 자원봉사 형태로 협동조합운영이 이루어지며, 지역의 220개 주택을 대상으로 지역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2009년에는 바덴-뷔르템베르크 바이오에너지 대회에서 수상하기도 하였으며, 10명의 조합원은 명예직으로 일하면서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고 있다.
▲ 에하드 슐츠(Erhard Schulz)
독일 풍력에너지협회(BWE) 바덴뷔템부르크주 회장, 프라이부르크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연구원.
성피터협동조합에서 현재 활동중이며, 재생에너지, 환경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연구와 활동을 진행중이다.
참고자료
1) 일본생활클럽생협연합회 연구소 ‘사회운동’ 2013년 7월호(400호) <왜 지금 독일에서 에너지협동조합이 성장하는가 ‘에너지 자치’를 위한 시민과 지역의 전술>
2) 일본생활클럽생협연합회 연구소 ‘사회운동’ 3016년 4월호(422호) <전력자유화의 시대, 지산지소·직거래를 실현하자>
3) iCOOP생협 2015년 독일연수자료집
※ 이 블로그에 있는 사례 기사는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에서 포스팅 주제에 맞게 선정해 취재한 것으로, 서울시의 공식 추천 협동조합은 아님을 밝힙니다.
출처: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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