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 i-프로슈머 시대
[디지털타임스 2004.12.27 04:08:11] 기사자료
박환승 산업기술인터넷방송국 대표인터넷 커뮤니티가 주축이 돼 만들어가고 있는 `i-프로슈머' 운동이 놀라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프로슈머(Prosumer)는 제품 기획, 제조, 유통,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모든 활동에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생산적 소비자를 의미한다.
미니 기기 매니아들의 모임인 `미니비앙(
www.minivian.com)'이 지난 7월 이어폰 공동구매를 진행했을 때의 일이다. 국내 한 중소기업이 순수 국산기술로 제작한 이 이어폰의 공동구매 가격은 7500원에 불과했다. 성능이 외국 유명 제품에 버금간다는 평이 온라인상에 전파되면서 순식간에 1000여개가 팔려나갔다.
그런데 회원들의 사용후기가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격에 비해 품질이 아주 우수하고 만족스럽지만, 전체적으로 중저음이 약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게시판을 눈여겨보고 있던 제조사는 과감히 품질 개선에 착수했다. 커뮤니티 회원들의 안목을 믿었던 것이다. 곧 이전 제품의 문제점을 보완한 신형이 출시됐고, 커뮤니티에서는 다시 공동구매가 진행됐다. 가격은 성능보완에 따라 8500원으로 이전 제품에 비해 10% 이상 뛰었다. 하지만 이 제품은 대박을 기록했다. 커뮤니티 회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시장의 반응이 예전 보다 더욱 뜨거웠기 때문이다.
이 제품이 5만~6만원 대 외국 유명 제품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판이 온라인에 꾸준히 올라오면서 제품뿐 아니라 회사의 이미지와 인지도가 급상승한 것은 물론이다. 이 회사는 현재 품질과 가격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세계시장 진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처럼 프로슈머 활동이 온라인세상의 파워로 점차 자리매김되고 있다. 인터넷 서점의 서평이나 쇼핑몰 업체의 상품 후기 등으로 발전해 온 프로슈머 활동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가고 있다. `i-프로슈머'가 바로 그것이다.
마니아들이 주축이 된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들은 자신이 구입했거나 관심을 갖고 있는 제품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개진하고, 기업은 이를 통해 제품ㆍ 기술 개선과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렴하는 건강한 순환 체계를 일궈내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i-프로슈머' 운동은 기존의 `소비자 권리 찾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소비자 권리 찾기가 제품을 사용하면서 발생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해 기업의 대책을 요구하는 데 머무르는 반면, `i-프로슈머' 운동은 전문가 수준의 뛰어난 경험과 식견을 지니고 있는 매니아들이 문제점 지적과 함께 문제의 개선과 대안 제시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더욱 생산적인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전문가 못지 않은 지식과 폭넓은 제품 사용 경험으로 무장한 커뮤니티의 요구 사항은 때로는 까다로움의 극단을 보여준다. 기업 입장에서는 귀찮고 성가신 존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 정상 수준의 까다로움을 가진 우리나라 커뮤니티 회원의 입맛을 맞춘다는 것은 결국 세계 정상 수준의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말과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대기업에서는 자체적으로 소비자 평가단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힘든 중소기업으로서는 기존 인터넷 커뮤니티와의 적극적인 협력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때마침 산업자원부가 산업기술 커뮤니티 포털 사이트 `엔펀(
www.enfun.net)`을 출범시키는 등 정부에서도 커뮤니티 육성ㆍ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나라가 600만개 이상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유한 커뮤니티 초강대국임을 감안하면, 커뮤니티의 저력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연결하는 다양한 방안이 지속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또한 기업으로서도 커뮤니티와의 협력을 통해 `i-프로슈머' 운동의 극대화를 꾀함으로써 자체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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