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톡!직업]고객 가장 서비스 평가 ‘미스터리 샤퍼’
[경향신문 2004-09-13 16:36]
지금 당신 앞에 있는 고객을 대하기가 아무리 짜증나더라도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길. 사실은 그가 일반 고객이 아니라 ‘특수임무’를 띤 인물일 수도 있으니까. ‘미스터리 샤퍼’(Mistery Shopper)라는 신종직업이 있다. 일반 고객으로 가장해 매장을 방문해 제품과 서비스를 평가한다.
이웃사촌인 경혜진씨(37)와 신정이씨(35)는 미스터리 샤퍼로 3년째 일하고 있다. 원래 설문조사 부업을 하다가 소양교육과 실습 등을 거쳐 미스터리 샤퍼로 활동하게 됐다. 국내 최초로 미스터리 샤퍼팀을 만든 조사전문기업 리스피아르 소속. 현재 500여명이 이곳에서 미스터리 샤퍼로 활동하고 있다.
미스터리 샤퍼의 생명은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것. 그렇다고 첩보영화의 스파이마냥 선글라스를 끼고 비밀리에 활동하지는 않는다. 평범한 주부나 학생 등 일반 고객과 똑같은 모습으로 매장을 찾는다. 신씨는 “노출되지 않으려면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이야 베테랑이 다 됐지만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경씨는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얼굴부터 빨개지고 점검해야 할 항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며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아 메모도 손이 떨려 못했다”고 덧붙였다. 활동은 모두 철저한 준비와 계산 아래 이뤄진다. 방문 매장을 할당받으면서 매장명과 매장 방문일은 물론 방문시간대까지 지정받는다. 어떤 제품을 사야 하고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정해져 있는 경우도 있다.
매장 방문에 앞서 기본 정보는 물론 지침서에 따라 검토할 항목까지 숙지해야 한다. 시간 제약상 항목 점검을 30분 정도 내에 끝마쳐야 한다. 경씨는 “보통 관찰한 내용을 메모하기 위해 화장실을 자주 이용한다”며 “하지만 그것도 눈치챌 염려가 있어서 웬만한 것은 머리 속에 입력한다”고 했다.
평가에 필요한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요령있게 이야기할 줄 알아야 한다. 유연한 상황 대처는 필수. 신씨는 “매장 직원이 ‘혹시 모니터 요원이냐’고 물으면 ‘그게 뭔데요’라며 빠져나올 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족이나 친구를 동반하고 매장을 찾기도 한다. 혼자 매장을 찾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상황을 설정해 오히려 더 편하게 행동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가족에게 양해를 구하는 게 필요하다. 신씨는 “아이가 ‘엄마 또 일해’라고 해서 당황한 적도 있다”며 웃었다.
미스터리 샤퍼가 마냥 재미있는 직업만은 아니다. 자신의 평가에 따라 매장이나 매장직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낀다.
“저희 평가 하나에 따라 매장의 평가가 달라지니까 부담도 가지지만 그만큼 소비자에게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거겠지요. 지적한 사항이 개선되면 뿌듯하기도 합니다.”
▶미스터리 샤퍼가 되려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미스터리 샤퍼만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회사는 드물다. 보통 마케팅이나 여론조사 전문기업에서 모니터링 요원 등과 함께 운용하고 있다. 미스터리 샤퍼가 되기 위해선 이들 조사전문기업에 문의, 지원하면 된다.
인터뷰 등 자격검증 절차를 거친 뒤 소양 교육과 실습을 받으면 미스터리 샤퍼로 활동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맡으면 구체적인 평가기준 등에 대해 교육을 또 받는다.
미스터리 샤퍼는 경험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초보와 베테랑이 맡는 일의 난이도가 다르다.
미스터리 샤퍼는 매장 환경이나 서비스 등 전반적인 걸 평가해야 하므로 꼼꼼한 계획성과 관찰력이 필요하다. 정확한 평가를 위한 객관성과 함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는 융통성도 요구된다.
이들이 평가하는 항목은 매장의 청결도나 친절도, 불편사항 등 20개가 넘는다. 이 모든 항목을 점수로 평가하는 동시에 객관적인 글로 묘사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최근 미스터리 샤퍼는 전문화·숙련화하고 있는 추세다. 녹음기나 디지털 카메라는 물론이고 몰래카메라 같은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고객대응 실태를 더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다.
활동이 많아지다보니 ‘미스터리 쇼핑’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 점검 대상 영업점이 서로 경험을 공유하고 많은 관찰을 통해 대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스터리 샤퍼 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다. 리스피아르의 신정현 팀장(36)은 “제품 차별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기업이 고객의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계속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 김진우·사진 김영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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