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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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린 <드라큘라>를 시작으로 <햄릿>, <클레오파트라>로 이어지던 체코 뮤지컬의 서울 입성은 지난해 <삼총사>로 최고의 성과를 거두었다. <삼총사>의 성공에 주목해야 할 이유 중 하나는 이 작품이 체코의 <삼총사>를 거의 새로 만들다시피 한 창작에 준하는 대대적인 수정을 통해서 한국 관객의 입맛에 맞는 작품으로 재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왕용범 연출은 “프라하에서 공연을 처음 보았을 때, 이 작품이 서울에서 그대로 올라갔다가는 좋은 결과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원작도 그런 면이 있지만 체코 공연의 경우 주인공이 리슐리외라고 보아야 할 정도였는데, 한국 관객들이 <삼총사>라는 작품, 특히 뮤지컬에서 기대할 것이 무엇이냐고 생각해보면 역시 남자들의 활극, 삼총사의 활약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의 예상대로 엄기준, 박건형, 유준상, 신성우 등 남성적인 매력을 가진 배우들의 에너지를 백퍼센트 발휘할 수 있는 모험극으로 다시 만들어진 <삼총사>는 2008년 폭넓은 관객층으로부터 큰 지지를 받으며 이러한 ‘준창작뮤지컬’이 대극장 창작뮤지컬의 리스크를 줄이면서 나름대로 우리 방식으로 제작 경험을 쌓는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프랑스 작가 뒤마의 소설을 체코에서 뮤지컬로 만들고, 그 작품을 한국에서 대거 수정해서 무대에 올렸던 <삼총사>처럼 <잭더리퍼> 역시 영국의 악명 높은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체코 뮤지컬을 한국에서 다시 만든 작품이다. “일단 체코 버전과는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 프라하에서 본 공연에서는 살인마 잭이 성불구자인데, 그에게 악마가 ‘살인을 할 때마다 여자를 한 번 안을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는 식이다. 이건 한국에서는 뮤지컬로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 후 왕용범 연출은 실제 사건부터 꼼꼼하게 추적해갔다. 그가 잭 더 리퍼 사건을 살펴보면서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 첫 번째 질문을 ‘왜 장기를 꺼내갔을까’라는 점이었다. 또한 이 연쇄살인에 언론사가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 또한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관련된 내용이 있는 책들을 찾아보면서 경악하기도 했다. “살인자들에 대한 책이 너무 많더라. 보면서 이게 돈이 되는구나, 책뿐만 아니라 신문기사도, 뉴스도, 이런 사건들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대중들은 이를 마치 엔터테인먼트처럼 여기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충격을 받았다. 동정할 수밖에 없는 살인마를 그리되, 현대의 관점에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원했고 그러기 위해서 블랙 코미디로 풀어보자는 선택을 했다.” 체코에서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가수 겸 작곡가인 바소 파테이들(<잭더리퍼>의 작곡가)은 한국 공연을 위해 자신의 베스트 앨범에 있는 100여 곡 중 선곡하여 작품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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