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은빈맘

등록일 :2004-01-04 06:25:57

조회수 :7,421

모 엘리트집단에서 2003년의 우리사회상을 정의하는 사자성어로 "우왕좌왕"을 1위로 뽑았다는데.... 그만큼 바쁘게 뛰어다녔지만, 구심점이 없어 얻는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았던 측은한 우리네의 삶의 모습이 녹아 있는 듯 해서 왠지 공감이 가네요.
정치경제야 말할 것도 없고 우리엄마들의 자녀교육도 "우왕좌왕"였다고나 할까요... (하긴 교육제도가 중심을 못잡고 왔다리갔다리니 헷갈리는 엄마들을 탓할수 만은 없지..쩝~)

빠른변화의 물결속에서 아이에게 속절없이 스피드를 강조하게 됩니다.
제가 하루중 은빈이에게 가장 많이 쓰는 단어는 아마도 "빨리 빨리.."일겁니다. (울 딸내미가 워낙 느긋한 성미이다보니...)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마토 마사루)"를 읽다보니 긍정적단어(사랑해.너 훌륭해등등..)와 부정적단어(나쁜놈.너 싫어등..)를 물에게 들려 주었을 때 물의 결정모양이 달라진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빨리빨리"라는 단어에 대한 물의 반응은...
어떠했을까요?
파괴적이었슴다. 물의 육각결정이 깨져버리고 흐리멍텅한 모양새가 되더라구요.... 물조차 싫어하는 단어를 우리 아이덜은 오죽 할라구요....
저의 야만적 언어생활을 다시한번 반성했습니다.

각설하고...
시계보며 느리적거리는 아이뒤통수 째려봐야 하는, 혹은 전시물 못만지게 말리느라 신경곤두세워야 하는 자신에게 염증을 느끼는 분이 계시다면...
이런 미술전시회는 어떨가요?
한발자국 물러서서 아이속도로 슬로우슬로우 따라가는 전시회.
한나절정도 아이와 함께 무장해제하고 널럴한 시간을 보내실만한 전시회로 추천하고 싶네요.

안국역에서 도보로 15분거리에 위치한 금호미술관에서 책을 주제로한 어린이미술 전시회 "사람을 닮은 책 책을 닮은 사람"이 열리고 있답니다
그날은 방학식날이라 10시에 하교한 은빈이 손붙잡고 일찌감치 출발했기에 한산한 분위기속에서 모처럼 느긋하게 즐길수 있었답니다.

1층에는 책을 주제로한 대형그림전시와 함께 글자가 지워진 책과 만화책(캔디)에 직접 글자를 짜깁기하거나 써서 채워넣을 수 있는 작업대가 있어요.
은빈이는 소설책을 저는 캔디만화를 부여잡고 한참동안 글자채워넣기작업을 했습니다. 옆쪽 공간에는 재고인듯한 책한무더기가 쌓여있는데, 아무거나 한권씩 골라 가져가라고 하더군요.

지하층 왼쪽방에는 목조다락방을 만들어 군데군데 깔개를 배치하고 책을 쌓아놓아 편한자세로 책을 볼수 있게 했습니다. 은빈이는 '깃털없는 보르카'를 저는 '갈매기의 꿈'을 필두로 한참동안 책보다보니, 어느새 엎드려 누운 자세가 되어 있더구만요.(전시회가 아니라 방바닥도서관에 온줄로 착각..)
오른쪽방에는 물속에 지은 도서관이란 주제방으로 연못조경과 욕조들이 눈에 먼저 들어오네요. 아이들이 욕조속에 누워 책을 볼수 있죠.

3층왼쪽방은 작가들의 책을 주제로 만든 기발한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오른쪽방에는 작가 자녀들과 함께 구성한 더 기발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답니다.
아이와 함께 어떤 미술놀이를 할까 고민하시는 분들이라면 찌리잇~필을 느끼실것 같네요.
전면에 위치한 대형 로봇책꽂이 앞에는 3대의 스탠드망원경이 어린이눈높이로 설치되어 있어요. 어른이 볼라치면 아예 받침대를 들어서 봐야한답니다.
(그외의 전시물들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나지막한 것이 참 정겹네요..)

쌈박하게 이거다하는 소득물에 연연하지 않고, 아이발길머무는대로 편안한 시간보내고 싶은 유아.초등 1.2학년엄마들에게 권하고 싶은 저시회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