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자유사랑

등록일 :2003-04-12 15:56:30

조회수 :10,978

아이 둘과 특이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적 놀던 가락이 마구 떠오르더라구요. ^.^
아이들에게는 그 많은 흙덩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나 보더라구요.

기다란 가마니 길로 연결된 두 개의 전시장을 넘나들며 흙을 소재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놀이천사의 리드에 따라 체험했는데, 통제할 수 있는 소그룹으로 나누어 진행이 되니 어수선하지도 않고, 아이들도 집중해서 잘 따라했던 것 같습니다.
곳곳에 우리 고유의 것을 소개하고 강조하는 노력이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신선한 아이디어도 눈에 많이 띄구요.

전반적으로 각 프로그램에 그냥 재미있게 즐기고 가는 흥미위주가 아니라, 마음 속에 오래 남기게 하는 정신적인 코드가 숨어있다는 것도 기분좋은 발견이었습니다.
단순한 흙놀이만 체험하게 한다고 생각하면 중요한 가치를 놓치시게 될거라 생각되요.
아이들에게 무의식으로라도 흙과 자연의 중요성, 흙과 인간과의 긴밀한 관계, 흙이 만들어내는 문화환경, 우리나라 전통 속에서 발견되는 흙의 소산물들, 흙을 통한 마음의 카타르시스 효과.....
등을 알게 해 준다면 큰 소득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이것이 이번 기획이 진정으로 의도하는 주제가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아쉬웠던 점은 아이들 각자의 개성과 관심을 고려한 자유시간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 아이들 나름대로 좋아하고 더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각각 있을텐데 말이죠.
프로그램을 다 돌고나서 10~15분 정도라도 자기가 더 하고 싶은 활동을 해 보라고 하면 어떨까 생각도 해 봤답니다.

전 사실 점도가 좀 더 강한 흙이리라 짐작했었습니다.
손으로 쥐면 손가락 사이로 미끌거리며 빠져나올 정도.....
발로 밟으면 발가락 사이로 몰랑거리며 올라올 정도.....
촉감으로 강하게 느끼지 못해 좀 안타까웠습니다.
바닥의 흙은 발꿈치로 꾹꾹 눌러야 자국이 날 정도여서 흙 자체의 느낌보다는 차갑다는 느낌이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모양찍기나 입체 모형 만들기를 할 때는 조물락거리며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손으로 직접 그리기나 붓으로 흙그림 그리기도 재미있어 했구요.
물그림자 만들며 소원 말하기와 '바투' 이야기 듣기를 할 때는 아이들도 아주 진지하게 임해서 기특하더라구요.
고래뱃속이라 불리는 흙 터널(?)도 참 좋아했습니다.
놀이천사들의 차분하고 자상하고 매끄러운 진행으로 아이들도 편하고 질서있게 움직였지요.

돌아오는 길에는 밑에 어느 분의 말씀처럼 흙놀이도 이렇게 기획을 해서 시간을 마련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참 씁쓸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에게 고유의 전통문화를 소개하지 않으면, 점점 빠르게 세계화가 되어가는 이 시대의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이 아니게 되는 날이 올 것 같아 두렵구요.

그나저나 신발 넣는 주머니 말이죠.
옛날 방식으로 그렇게 매니 너무 편하더라구요.
몸에 밀착되어서 무거움도 덜 느껴지구요.
어깨 빠질 듯 무거운 2학년 큰 아이의 책가방이 새삼 슬펐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