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지현맘

등록일 :2003-01-11 11:38:47

조회수 :12,486

쑥쑥 싸이트에 올라와있는 별지기 동영상을 보고
너무나도 아름다와 가슴이 설레어
화요일 공연을 신청해보려 했으나
뒤늦게 해서인지 모두 예매가 끝나고 난뒤라 목요일 예매를 했답니다.
B열의 앞에서 4번째 자리인지라 다소 안심하고-
쑥쑥에 올라와 있는 수많은 원성의 글을 가는날 아침에 읽었던 터라,
걱정이 아니 되었던것은 아니나,
부딪혀서 직접 확인하자는 심사로 -
결론은 인형극 자체는 훌륭했읍니다.
그러나 이것을 기획한 측에는 정말 많이 화가 나고
한마디로 황당하더군요.
극장안은 그야말로 썰렁했습니다.
다소 앞자리라 안심했던 저희의 자리가
바로 그날 제일 마지막 자리일 줄이야.
결코 뒷좌석이기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더군요.
앞에서 4번째자리에도 불구하고 옆의 사람을 피해 보느라 목이 뻣뻣했고,
아이는 내내 무릎에 앉혀서 다시 방석에 올려 보아야 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타라는곳은
한마디로 공연장이라 할 수 없는 곳이더군요.
대형화면을 상영하는 영화관이라도
앞좌석과 뒷좌석의 높이나 거리는 거기보다 나을것입니다.
하물며 사람의 손만한 크기의 인형들이 나와서 공연하는 것을
그런 썰렁하기가 이를데 없는,
마치 대회의실에 의자를 가져다 놓은 듯한 공간에서 보았다니-
인형극 자체가 주는 감동을 단 십분이라도 건지기 위해
초인적 집중력을 요구했습니다.
제생각에는 이 인형극은 아주 조그마한 소극장에서
서로의 숨결이 느껴지는 그런곳에서 숨죽이고 보았다면
정말 환상적이었을 그런 극이었습니다.
공연이란
종합예술이라서
내용만 좋으면 되는 그런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극장이란 왜 있는것이고, 극장이 갖추어야 할 요소란 어떤것이어야 하는지
우리모두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많은 분들이 공연자의 관람태도를 지적하셨지만
제가 보기에 이번 공연은 전적으로 주최측의 무지가 빚어낸 해프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공연문화가 발전하기위해서는
정말 모든 분야에서의 고른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고는
머언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아이들이란 정말 순수해서
그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고
즐거워 하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꼭 극 그자체만 보기위해서
극장을 가는것이 아닙니다.
극장을 간다는 것은 총체적인 체험이고 오감을 통한 만족을 얻기위한 것입니다.
그 체험으로 훗날 어떤아이는 멋진 극장을 짓는 건축가가 되기도 하고
어떤아이는 멋진 공연기획자가 되기도 하고ㅡ
엄마들이 공연 그자체만이 아니라
총체적인 비판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 비판이 현실을 바꾸는 힘이 되어야 합니다.
(참고로 LATT의 리틀 드래곤을 보고 극장이 좀작다고 얘길했더니
그 이상이 되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안된다고 하더군요.
그런 프로정신이 아쉽습니다.)
저는 공연을 보고 내려오면서
엄마들의 수많은 비판의 글들에 심각하게 귀기울이지 않은
저의 오만에 대해서도 반성했습니다.
또 엄마들의 좀더 객관적인 평가와 분석도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세종문화 회관의 긴계단을 걸어내려오는데
무언가 당한것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읍니다.
털린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날씨도 추웠지만
정말 마음이 썰렁했습니다.

다음번에는 좋은 공연의 감동을 함께 나누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