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웃는 가게, 마을 공동체 안에서 발달 장애인과 공존

등록일 2019-01-0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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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웃는 가게’는 재사용 물품을 보수하여 판매하는 상점이다. 특이한 점은 이곳에서는 발달장애인이 비장애인을 응대한다는 점. 발달장애인들에게 다양한 사회 경험과 교육을 통해 마을 공동체 안에서 당당히 마을 구성원으로 존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강북구 마을기업, 함께 웃는 가게를 방문했다.




▲ 물건 재사용 환경과 장애인의 자립에 기여하는 ‘함께 웃는 가게’.




우리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

일반학교 특수 학급을 졸업한 발달장애 청년들은 갈 곳이 없다. 학교라는 사회 조직에서 벗어나면 다시 부모의 품 안이다. 집 안은 안전하지만, 그곳에는 꿈도 목표도 친구도 없다. 발달장애 청년들도 재미있는 활동을 하며 즐거움을 느낄 줄 안다. 교육을 받고 조금의 도움만 있다면 어엿하게 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과 분리의 시선 때문에 대부분의 발달장애 청년들은 사회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부모의 손길 닿는 곳에서만 생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발달장애 청년들에게 손을 내밀고 집밖에 나와 지역사회에서 함께 어울리는 연습을 하자고 말하는 곳이 있다. 강북구 마을기업협동조합 ‘함께 웃는 가게’가 그 주인공이다. ‘함께 웃는 가게’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발달장애 청소년을 둔 강북구의 부모들이 함께 고민을 나누면서 태동했다. 학부모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우리 아이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머리를 맞대보았지만 뚜렷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복지센터, 보호시설 같은 한정적인 시설을 제외하면 “도저히 갈 곳이 없다”라는 안타까운 현실만 직시하게 될 뿐이었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이들의 자립을 돕는 공간을 마을 안에서만이라도 만들어줄 수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강북구장애인부모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2010년 ‘함께 웃는 가게’ 사업단이 결성되었다. 이들은 못 쓰는 물건을 되파는 재사용품 가게를 주목했다. 


강북구는 자원순환문화가 잘 되어 있는 편이라 아름다운 가게나 녹색가게 등의 매장도 많은 편이다. 그래서 재사용품 가게를 기반으로, 판매 수익금을 발달장애 아이들의 자립과 지원을 위해 쓰겠다는 취지의 사업설명회도 열었다. 강북구 수유2동에 작은 매장을 마련했고, 2011년과 2013년 서울시 마을기업 공간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함과 동시에 매장을 현재의 자리로 옮겨 꾸준히 운영 중이다.

17평 정도의 아담한 매장 내부는 각양각색의 물건들이 오밀조밀 꽉 차 있다. 의류, 신발, 가방, 모자, 책, 생활용품, 아동용품, 소형가전, 인형 등 전부 마을 주민들이 기증한 재사용 물품들이다. 깨끗하게 세탁하고 손질을 마친 제품들은 마치 새것 같다. 손님 맞을 준비가 덜 된 제품들은 매장 안쪽 사무실에 있다.

물량만 봐도 판매 수익금으로 발달장애인들의 자립을 돕는다는 가게의 운영 취지를 응원하는 주민들이 그만큼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오전 10시에 문을 여는데 아침 일찍 출근길에 가게 문 앞에 물품을 놓고 가는 직장인도 많다.




▲ 마을 주민들이 기증한 물품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매장 내부.



함께 웃는 가게는 판매 수익금으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느끼고 스스로 할 수 있는 활동을 중심으로 지역 내 공동체 단체와 연계하여 프로그램을 제공하려 노력한다. 바리스타 교육, 자전거 수리, 천연 세안제 만들기, 합창, 마을장터 참여, 사진촬영 등 그동안 진행된 교육 프로그램만 해도 다양하다.

이런 교육의 목적은 발달장애 청년들에게 자립심을 길러주는 것이다. 최근에는 서울 25개 자치구를 돌며 직업을 가진 발달장애 청년들을 만나보기도 했다. 자신과 같은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직업 체험도 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질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사회 경험을 제공하는 활동도 진행한다. 마을의 반찬가게에서 그릇 포장하는 일을 하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거나 도서관도 이용해본다. 마을 나들이라는 뜻으로 ‘마드리’라는 이름의 활동을 통해서는 마을 곳곳을 탐방하기도 했다. 이런 활동을 통해 ‘함께 웃는 가게’가 바라는 효과는 두 가지다. 하나는 아이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사회생활에 자신감을 갖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을 주민들에게 발달장애인들도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살고 있는 마을 구성원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발달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서로를 자주 보는 것부터 시작해, 관계를 맺고 서로를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함께 웃는 가게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장애인들과 일상적으로 마주칠 때 차별은 사라진다

일주일에 한 번, 오후 1시에 이곳을 찾는 손님은 조금은 특별한 청년과 만난다. 직업교육훈련을 받고 시간제로 일하는 발달장애 청년이다. 물건 분류하기, 의류 손질하기, 손님 응대하기, 돈 계산하기 등의 훈련을 받은 청년은 능숙하게 돈 계산도 하고 손님 응대도 야무지다. 성격이 소심한 청년은 사무실 안에서 물건을 손질한다. 서비스 업무는 조금 어려워할지라도 규칙을 정해 정돈하고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데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 발달장애 청년 이건우 씨는 작년 3월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꼼꼼한 성격으로 물건 정리를 맡고 있다.



손님들의 반응은 어떨까? 함께 웃는 가게의 이은경 매니저는 “선입견을 갖고 냉담하게 대하거나 피하는 분들은 거의 없어요. 도리어 일을 곧잘 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는 분들이 많죠. 이런 가게가 있냐며 후원하는 마음으로 잔돈을 받지 않겠다는 분도 계시고, 주변에 입소문을 내겠다는 분들도 많고요”라면서 ‘실제로 발달장애 친구들을 만나보는 것이 중요하구나’라는 걸 새삼 느낀다고 덧붙였다.

함께 웃는 가게와 5년째 인연을 맺고 있는 이은경 매니저 역시 발달장애아를 둔 부모다. 함께 웃는 가게 사업단이 결성되고 사업설명회가 열렸을 때 6학년 아이를 둔 엄마였던 그는 그때는 해당 부모들의 마음을 100% 이해하진 못했던 것 같다고 한다.

“그래도 부모의 마음이란 모두 같지 않겠어요. 정말 안타까웠죠. 그래서 남편 몰래 제가 갖고 있던 돈을 출자금으로 냈어요. 후원하는 마음으로요.”


▲ 출자금을 낸 조합원 중 한 명이자 역시 발달장애아를 둔 부모인 이은경 매니저.




이후 5년 동안 이곳의 매니저로 일하며 그는 이 사업의 중요성을, 이런 기회가 만들어내는 작지만 큰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면 집에서만 생활하는 발달장애인이 많아요. 사회와 완전히 단절되어 사는 거죠. 그런 아이들을 보면 자신감이 낮고 움츠려 있고 소심해져 있어요. 저는 그게 일종의 퇴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랬던 아이들이 함께 웃는 가게에 나와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점점 달라지더라고요. 일단 얼굴 표정부터 달라져요. 자신감이 향상 되는 게 느껴졌고요.”

긍정적인 변화는 또 다른 곳에서도 일어났다. 부모들의 사고방식도 달라진 것이다. “장애아를둔 부모님들 중에는 과보호하는 경우가 많아요. ‘항상 내가 아이 옆에 붙어 있어야 돼’라고 생각하던 어머니가 계셨어요. 그런데 아이가 이곳에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혼자서 많은 활동을 해냈거든요. 지금은 다른 가게에서 일도 하고 있고요. 

어머니도 놀라셨죠.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교육과 주변의 도움만 있으면 발달장애인들도 충분히 혼자서 무언가를 할 수 있어요. 24시간 아이 곁에 붙어 있지 않아도 되니 부모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도 높아지죠.”




이은경 매니저는 ‘함께 웃는 가게’ 활동이 발달장애인과 지역사회가 자연스레 연계되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보이지 않는 존재’ 취급을 한다. 아니면 도와줘야 할 불쌍한 존재로 여긴다. 모두 분리와 배제의 방식이다. 그러나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말한다. 장애인들이 마을의 주민들과 분리되지 않고 일상에서 마주할 때 차별은 사라질 것이라고.

“늦은 밤 마트에 가면 발달장애 아이를 데리고 장을 보는 분들이 보여요. ‘낮에 편히 나오셔서 사람들과 어울리시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얼마나 마음 아픈지 몰라요.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이 늦은 시간에 나오는 거잖아요. 발달장애인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마을, 발달장애 아이와 부모들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좋은 곳으로 마을이 변했으면 좋겠어요.”

이은경 매니저의 바람은 ‘함께 웃는 가게’를 비롯한 발달장애인을 키우는 모든 부모들의 바람일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는 마을을 꿈꾸며 이런 공간이 좀 더 활성화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 권민정(자유기고가)
사진 | 신병곤(포토그래퍼)




출처: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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