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린, 여행지의 하루가 누군가의 희망이 되는 곳

등록일 2018-07-31 15:59

조회수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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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 스스로 당당한 직업인으로 설 수 있다면? 장애인 문제의 가장 확실한 해법이 될 텐데요. 정부나 자치단체에서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나 자활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여전히 중증장애인을 위한 일터는 턱없이 부족한데요. 대부분의 시설이 제조업 위주 사업장들입니다. 그런데 제주에는 특별한 장애인직업 재활시설이 있답니다. 바로 호텔을 운영하는 '호텔엘린'과 건물 위생관리 하는 '엘린클린'이  바로 그곳인데요. 관광 제주의 이점을 십분 살린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란 생각입니다. 여행지의 하루가 누군가의 희망이 되는 곳 '엘린' 이야기를 제주 사회적경제 매거진 '제주와'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by 기획 큐레이터 이현정


엘린, 여행지의 하루가 누군가의 희망이 되는 곳

- 한봉금 대표


엘린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엘린은 사회복지법인 창암복지재단 산하  장애인직업재활시설입니다. 호텔 운영을 하는 ‘호텔 엘린(이하 호텔)’과 건물 위생관리를 하는 ‘엘린클린(이하 클린)’ 두 개의 사업장이 있으며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되어 있어요. 호텔에는 근로장애인이 룸메이드, 프론트, 주방 등지에서 일을 하고 클린은 관리자 한명이 근로장애인 7~8명을 인솔하면서 호텔 엘린을 포함한 건물위생관리를 합니다. 4개 팀 중 3개팀은 100개 이상의 빌라와 1년 단위의 계약을 맺고 주차장과 계단 같은 공용 공간을 관리하고 1개 팀은 석재 관리, 왁스 작업, 카펫, 대리석 세척 등 기술적인 분야를 담당합니다. 



근로장애인들이 직업재활로 호텔을 운영한다는 것이 생소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단 생각이 듭니다. 서비스업으로 재활하는 것이 국내 최초인가요?

네. 숙박으로 등록해서 직업재활시설을 운영하는 곳은 처음이에요. 전국의 직업재활시설들이 제조업 위주가 많죠. 수익도 얻고 일자리도 창출해야하는데 원가비용이나 판로에서 어려움이 많아요. 그래서 서비스업을 시도해보았어요. 현재 근로장애인 50명, 비장애인종사자 20명 총 70명이 엘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호텔 운영에 가장 중점으로 두고 계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호텔의 경우 규모가 작은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 청결함과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어요. 개원 후 현재까지 제주시 숙박위생점검 최우수 녹색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2013 튼튼관광제주만들기 캠페인에서 숙박분야 우수업체로 선정된 적도 있죠. 요즘 언론이나 유튜브등에서 숙박업소 청결문제가 대두되기도 했잖아요. 저희 역시 호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청결이라고 생각해요. 매일 고객 객실의 컵, 양치컵, 실내화, 비품들을 세척, 살균하고 침구도 세심히 살피고 매일 세탁합니다. 오시는 분들이 아침에 편안히 잘 잤다는 마음이 들게 노력하지요. 내 가족이 묵고 가는 것처럼 생각하면서요. 실제로 고객평을 체크해보면 깨끗하다는 후기가 많습니다.



처음 오픈하고는 어떠셨나요? 오래 일하는 근로장애인들도 있는지.

정신이 없었죠. 저희는 사업가가 아니고 사회복지사잖아요. 시스템을 만들고 직무교육을 반복하면서 장애인분들의 직무를 향상시켜나가고 사회적이슈에서 매출이 자유롭거나 일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마케팅 대상을 연구하면서 꾸준히 향상시켜왔어요. 그에 따라 장애인채용도 지금에 이르렀구요. 장애인분들이 일을 함에 있어서 비장애인 종사자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죠. 근로장애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현장에서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하구요, 이제는 어엿하게 직장인으로서의 자세를 갖추어나가는구나 생각이 들어 보람도 느껴요. 근로장애인 스스로도 출근해서 근무복을 딱, 착용하고 일을 하면 전문가라는 인식을 갖더라고요. 엘린에서 일한다는 자긍심이 꽤 높아요. 이제 개원한지 만6년 지나다보니 장기근속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장애인분들의 근무의욕을 높이기 위해 5년 장기근속자 해외연수를 실시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15명이 방콕 파타야를 다녀왔으며 올해는 홍콩 마카오를 다녀왔어요. 비장애인의 비해 이직률이 높은 것을 감안한다면 5년을 근속한다는 것이 그분들에게는 대단한 거죠. 5년 동안 열심히 일했으니까 그 정도의 보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봐요. 갔다 오고 나서 얼마나 좋아들 하는지 그런 모습 보면 우리도 덩달아 행복해져요. 그리고 이렇게 직장에서 기회를 제공하지 않으면 자발적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게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엘린클린의 경우 클라이언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호텔 엘린은 물론이고 꽤 많은 기관과 기업에서 엘린을 파트너로 함께하는 것 같은데요.

기술팀은 고객만족을 높이기 위해 항상 노력해왔고 근로장애인에게도 시스템화 해서 가르치죠. 난이도가 높은 장비는 관리자가 맡고 보조장비는 근로장애인들에게 교육한 후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전국건물관리업 종사자기능경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구요, 올해는 대상을 받았어요. 다음 대회에는 비장애인이 경합하는 대회에 근로장애인을 1년동안 교육하여 출전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어요. 종사자들이 장애인들의 기술향상에도 의지를 갖고 있어서 저로선 너무 고마운 일이죠. 또 건물관리는 1년 단위 계약을 하는 편이라 중간에 해지되거나 재계약이 안 되기도 하거든요?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건물청소는 엘린에 맡기면 틀림없다”고 인정해주시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엘린의 종사자들과 장애인들이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걸 고객분들이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특별한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습니다.

많죠. 근로장애인이 점자블럭 닦는 일을 하는데 가로 닦기만 가능하다가 6개월 만에 세로 닦기가 가능해져서 저희가 박수를 쳤던 일도 있구요(웃음). 그렇게 기초를 반복하면서 직장인으로서의 자세를 갖추게 되거든요. 직무가 부족할지라도 일을 좋아하고 성실함, 끈기, 인내심으로 직무가 향상되는 것을 보면 참 뿌듯하죠. 사실 근로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일해요. 이성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가족 간에 문제발생이 생기기도 하구요, 다만 다툼이 오래가면 직장에서도 의욕이 떨어질 수 있으니 관계를 빨리 회복 시켜주는 게 중요해요. 취약한 가정의 경우에는 가족 및 주변의 문제를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해요. 그래서 상담교사가 신변에 문제가 있을 때 개입하거나 약복용하시는 분들의 경우에는 건강상의 문제들을 체크하고 지원하죠.


보호자의 역할도 함께 하네요. 대표님은 어쩌다 이 일을 하게 되셨어요?

제게는 27세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어요. 장애인 부모로서 장애 단체에서 일을 하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죠. 제 아들이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직업재활을 하기 어렵지만, 독일이나 선진국에 살았다면 일하는 게 가능했을 거란 생각을 해요. 독일은 기초연금으로 보장이 되기 때문에 진정한 직업재활을 해요. 장애유형이나 장애정도에 관계없이 직무가 단순하고 시스템이 전산화 되어 있으며 색이나 기호로 표기되어 이해하기 쉽게 일을 배우고 있어요. 제조업의 경우에도 직업재활시설에서 어떤 품목을 할 지 고민하고 판로를 개척하는 게 아니라 기업에서 어떤 것을 만들어 달라고 의뢰가 들어온답니다. 우리나라와는 완전 다르죠. 그리고 사회구조가 중증장애인이라도 일을 하고 싶어 하면 그 사람이 일할 수 있게 시스템이 갖추어져요. 거기엔 장애인도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하고 존중받는 삶이 있죠. 아직 우리는 장애인 일자리에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만큼 많은 장애인가족들이 선진국의 장애인복지를 부러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그런 사례를 접할 때 이민을 가볼까 가끔 생각하기도 해요. 10년만 젊었다면..(웃음)



선생님이 이민 가셨음 지금의 엘린도 없었겠죠? 남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애아들을 둔 엄마이자 엘린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현재 복지제도를 보자면 어떠세요?

제주도내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10개가 운영되고 있는데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일자리에서 특히 소외되는 장애인들이 일을 하고 있어요. 우리 직업재활시설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사업을 하는 게 아니고 장애인분들에게 노동의 가치를 경험하게 하고 일, 직업이 있는 당당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게 지원하기 위해 존립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엘린의 근로장애인도 50여명인데 이분들의 급여를 책임지는 게 사실 많은 부담이 돼요. 종사자들도 업무가 점점 가중되고 있고요, 국가나 지자체에서는 중소기업일자리안정자금, 청년일자리 등 여러 가지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로장애인에 대한 대책은 눈을 씻고 봐도 없어요. 우리도 전 근로장애인에게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고 있는데 걱정이 많지요. 일을 하는 장애인들에게도 최소한의 최저임금은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있었으면 해요.  그리고 정부에서 공공기관들이 직업재활시설제품을 1%이상 구매하도록 중증장애인생산품우선구매특별법을 제정했는데 제재나 강제성을 띄고 있지 않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요. 그런 제도가 권장사항이 아니고 의무사항으로 강화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장애인 생산품이 품질 면에서 뒤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편견이 있는데 아주 우수하고 정직합니다. 다른 직업재활시설들도 좋은 원자재를 쓰고 식품의 경우 인체 해로운 첨가물들을 쓰지 않아요. 또한 여러 컨테스트에서 수상한 경력들도 가지고 있고 저희도 호텔은 우수관광 사업체 등 인증을 받았으며 클린은 전국기능경기대회 대상을 받아서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사회적기업의 경우에도 사회복지법인 이라는 이유로 마케팅 관련 등 재정지원에서는 제외되고 타이틀만 갖고 있는 거거든요. 사실 우리는 모든 수익금을 장애인 고용유지나 고용창출에 써야 하는 비영리 기관이고 공익성이 큰데 여타 사회적 기업들이 누리는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어요. 직무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과 함께 일하며 민간과 경쟁하는 구도에서 자립해 나가는 게 정말 어렵고 한계가 왔음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답답하고 속상한 일도 많았겠지만 지금까지의 활동을 돌아보자면 어떠신가요?

그 전에는 절박하니 강박증도 있었고 어떤 의무감이 강했어요. 사회가 시민의식을 따라오지 못하는 데에 분노도 있었구요. 그래도 엘린에서 일하는 근로장애인들을 보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엘린에서 일하는 가운데에서 작은 것에 만족하고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엘린은 라틴어로 ‘행복’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깨끗한 잠자리를 제공해 여행객들에게 행복을 주고, 여행객들은 숙박만으로도 장애인의 경제 자립에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자연스레 착한 여행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엘린을 통해 장애인들이 이 사회에서 당당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엘린 연혁

2012.03.30. 중증장애인직업재활시설 엘린 시설 신고

2012.04.01. 한봉금 원장 취임, 훈련생 모집 및 사업 개시

2012.05.18. 엘린 개원식

2013.08.23. (주)트라이앵글과 건물관리 기술제휴 협약

2014.04.16. 국무총리 표창(장애인고용촉진대회 대표자 부문)

2014.05.30.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 지정서 획득(청소용역, 숙박업)

2014.06.30. 사회적기업 인증

2016.09.30. 2016년도 전국건물위생관리 기능경진대회 최우수상 수상

2018.04.19. 고용노동부장관표창(장애인고용촉진대회 종사자 부문)

2018.06.01. 2018년도 전국건물위생관리 기능경진대회 대상 수상


출처: 제주 사회적경제 매거진 제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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