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간의 건강한 연결고리, 카페 그물코

등록일 2018-07-2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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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공간ㅣ주민들의 건강한 연결고리, 카페 그물코
 
카페 그물코
 
양천구 신정2동의 마을 카페 그물코.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카페이지만 속이 꽉 들어차 있다. 이곳은 친환경 수제 간식으로 아이들의 안전 먹거리를 책임지고, 소모임 활동으로 주부들의 자기계발을 응원하며, 카페 운영으로 경력단절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마을 카페다.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해 내 이웃을 돌보는 삶으로 영역을 확장중인 카페 그물코를 방문했다.

아이들에게 친환경 간식을 제공하는 카페

어부들의 생업 도구인 그물. 그 그물의 줄과 줄 사이의 매듭을 가리키는 단어 ‘그물코’를 이름으로 삼았다. 작년 9월 문을 연 카페 그물코는 이름 그대로 주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연결 고리를 지향하고 주민간의 관계망을 확장하는 마을 카페 겸 복합마을공간이다.

카페의 시작은 아이들에게 친환경 간식을 제공하고 싶은 욕구였다. 변혜준 이사장은 “여기에는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활동을 하며 느꼈던 아쉬움이 깔려 있다”고 했다. “생협을 이용해 친환경 먹거리를 사가면, 내 가정의 먹거리는 안전할지 몰라도 집 밖의 아이들은 여전히 불량식품과 패스트푸드 같은 음식들에 노출되어 있잖아요.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더 많은 주민, 특히 아이들과 나누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신선한 친환경 재료로 만든 수제 간식을 제공하는 카페를 열었어요.”


인드라망생활협동조합의 조합원이었던 4050세대 주민 7명이 ‘먹거리 안전성’을 지키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 그리고 이들의 독립 출자로 마을카페그물코협동조합이 탄생했다. 카페 장소는 인드라망생활협동조합이 물류 창고로 쓰던 곳이다. 골목에 숨어 있고 매장 크기도 작았지만 이익을 내기 위해 카페를 만든 게 아니니 만큼 개의치 않았다고.
 

아늑한 카페 그물코 공간.
주민들이 동아리방에서 만든 수공예품을 카페 벽면에 진열해 두었다.
▲ (위) 아늑한 카페 그물코 공간. 
(아래) 주민들이 동아리방에서 만든 수공예품을 카페 벽면에 진열해 두었다.


아늑하고 작은 카페 공간은 얼핏 보기엔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다. 남다른 것은 메뉴. 공정무역 커피 원두를 사용하고 모든 메뉴는 생협의 친환경 재료를 사용해 조합원이 직접 만든다. 유기농 토마토, 케일, 양파, 양상추에 무항생제 슬라이스햄과 유정란 등이 들어가는 ‘클럽샌드위치’는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 우리밀 식빵으로 만들어 쫀득거림이 덜 하고 MSG나 보존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친환경 케첩을 사용해 맛은 다소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유기농설탕과 직접 담근 사과청으로 만든 사과시나몬토스트도 단맛이 덜하다. 그렇지만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담백하고 건강한 맛이랄까. 그새 입소문이 나서 아이들을 주겠다고 간식 메뉴만 별도로 포장해 가는 주부들도 많다. 보통 카페에서는 볼 수 없는 안흥찐빵과 연잎밥도 인기 메뉴다.

소모임과 경력단절여성 지원에 나서다


 
카페 안쪽에 별도로 마련된 밝고 쾌적한 동아리방.
▲ 카페 안쪽에 별도로 마련된 밝고 쾌적한 동아리방. 
카페 이용객인 주민들의 다양한 관심사가 모임과 수업 형태로 나타난다.

처음에는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되었지만 카페라는 공간이 생기자 다른 바람도 하나둘 생겼다. 수공예 전문 강사인 한 조합원은 작은 소모임을 원했고, 식생활 강사 두 명은 간식 외 식사메뉴로까지 친환경 먹거리를 확장하길 바랐다.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마을 일자리 창출을 고민하는 이도 많았다. 변혜준 이사장도 그중 한 명이다.

“‘주민들에게 무언가 이로움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되면 각각의 욕구를 해결해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마을 모임, 마을 일자리, 아이들을 생각한 건강한 먹거리라는 주제와 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생활 여건 개선은 결국 동일 선상에 놓인 문제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이 세 가지 의제는 양천구 주민이 느끼는 실제 생활 속 문제와도 일맥상통한다. 약 12만 가구가 살고 있는 인구 밀집지역인 양천구는 아파트 단지와 학원가가 모여 있어 다른 지역보다 3~4인 가구가 많은 지역이다. 자극적인 음식으로 학생들을 유혹하는 가게들이 즐비한 이곳에 먹거리 문제를 고민하는 어머니들이 많은 것은 당연지사. 더군다나 그들 대부분은 40, 50대로 활동력과 참여욕구도 높지만 대부분 경력단절여성들이라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제한적이다.

그물코 카페는 이런 지역적 특성을 감안하여, 소모임 활동이 가능한 동아리방을 마련했다. 카페와 모임이 상호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안쪽에 따로 만든 동아리방에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다양한 수업이 열린다. 야생화 자수 초급반, 손뜨개, 퀼트, 인물화, 야생화 자수 중·고급반이 대표적인데, 모두 주민과 조합원의 의견을 반영해 만든 수업이다.

동아리방이나 카페에서 일하는 마을 강사, 카페 바리스타, 직원은 모두 마을 안의 경력단절여성들이다. 변 이사장 말대로 “마을에서 오랜 시간 친환경 먹거리와 건강한 삶을 고민해온 이들이 내린 나름의 해답 같은 공간”인 셈이다.
 
건강한 마을공동체를 위한 작은 그물코가 되고 싶다

야생화 자수 수업반 모습. 주민이 강사가 되고 주민이 수강생이 된다.
이날 만든 완성품의 모습. 야생화가 수놓인 앞치마.
▲ (위) 야생화 자수 수업반 모습. 주민이 강사가 되고 주민이 수강생이 된다.
(아래) 이날 만든 완성품의 모습. 야생화가 수놓인 앞치마.

“카페가 매개체가 되어 주민들과의 관계가 생각지도 못하게 확장되고 있어요. 우연히 카페에 왔다가 모임에 참여하는 주민, 그들의 친구가 모이면서 서로 몰랐던 이웃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었거든요.”

변 이사장은 이런 변화가 신기하고 놀랍다고 한다. 처음 카페를 열 때만 해도 과연 메뉴가 사람들의 입맛에 맞을지, 마을 소모임에 참여할 사람들이 있을지 고민이 많았기 때문이다. 20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고 생활협동조합에서 활동한 이력만 가지고 카페를 덜컥 운영하다니 무리가 아닐까 걱정도 되었다. 그럴수록 초심을 생각하며 힘을 내었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2010년부터 생활협동조합에서 일했어요. 협동조합이란 생산자가 친환경 농사를 포기하지 않도록 건강한 소비를 조직하는 역할을 하거든요. 얼굴 있는 생산자와 얼굴 있는 소비자가 직접 만나 생산자는 소비자의 밥상을 책임지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농업을 책임진다는 취지가 정말 좋았어요. 그런데 중간자 역할을 물류센터가 맡으면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접점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아쉬웠죠.”

협동조합 초기의 취지를 살리고 싶어서 인드라망생활협동조합 앞에서 화요일마다 장터를 열어보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누고 관계를 맺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실상은 “생산자는 팔기에 바쁘고 소비자는 사기에 바쁜” 단순한 마트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막연히 마을 공간을 상상했던 것 같아요. 주민들과 친근한 관계를 맺고 그 관계망으로 마을에서 가치 있는 어떤 일을 할 수 있길 바라면서 말이에요. 결국 이렇게 현실이 되었네요(웃음).”

마을 주민들의 관계성을 살리는 일이 되었다고 말하는 변혜준 이사장.
▲ 마을 안에서 건강한 먹거리,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한 카페 일이 
마을 주민들의 관계성을 살리는 일이 되었다고 말하는 변혜준 이사장.

앞으로 그물코가 그리는 미래는 마을의 복지를 챙기는 거점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배고플 때 언제든 와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엄마 적립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이 이름으로 엄마가 소정의 금액을 카페에 적립해두면 아이는 적립 금액을 다 쓸 때까지 마음껏 이용 가능한 시스템이다. 배부른 한 끼 식사가 가능한 집밥 스타일의 메뉴도 개발하려 한다. 또 아이들은 학원에서 늦게 돌아오고 남편은 회식과 야근으로 늦을 때 혼자 저녁을 해결해야 하는 주부들을 위한 ‘저녁 집밥 모임’도 계획 중이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와서 건강하게 먹고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 엄마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현실에서 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싶습니다. 나아가 주민들이 일상생활 속 어려움을 서로 도와줄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해나가는 데 그물코가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 같아요.”


몸이 아픈 독거 할아버지의 점심을 챙기는 청년, 맞벌이 부부를 대신해 이웃집 아이의 저녁을 챙기는 부모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더불어 사는 마을공동체를 위해 그물코가 앞으로 엮어 나갈 시간들이 더욱 궁금해진다.
 

카페 그물코
▲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카페에서 마을 주민의 삶을 연결하는 공동체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카페 그물코.
  


  | 권민정(자유기고가)

사진 | 신병곤(포토그래퍼)



출처: 서울마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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