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여성들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카페 나무(Na-mu)

등록일 2018-07-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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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간ㅣ십대 여성들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카페 나무(Na-mu)
 
카페 나무


가정 또는 학교 밖 사회의 폭력에 순응하지 않는 십대 여성들을 마을의 여성공동체가 품었다. 카페 나무는 서울시 내 도움이 필요한 십대 여성들을 지원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그들은 안전하고 자유롭다. 여성이 안전한 지역사회를 목표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는 카페 나무를 찾았다. <전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직원과 바리스타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모두 여성이다. 외관에는 ‘커피’, ‘테이크아웃’, ‘초콜릿’, ‘음악’, ‘소모임’ 등의 아이콘 이미지가 귀엽게 달려 있다.
동작구 상도동의 카페 나무는 십대 여성들을 위한 공간이다. 2010년부터 동작구, 관악구에 지역안전망을 구축하고 여성과 사회적 약자가 안전한 마을 만들기 활동을 해온 비영리 민간여성단체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의 회원들이 2013년 2월 오픈하여 운영하고 있다.

 

작구 상도동의 번화한 거리 이층의 카페 나무. 평범한 외관이지만 십대 여성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남다른 활동을 해오는 곳이다.
▲ 동작구 상도동의 번화한 거리 이층의 카페 나무. 
평범한 외관이지만 십대 여성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남다른 활동을 해오는 곳이다.


카페 이름인 ‘나무’는 잎이 달리고 열매를 맺는 나무란 뜻도 있지만, ‘나(Na)는 무(Mu)지 사랑스러워’라는 뜻도 있다. 가정과 사회의 폭력에 순응하지 않는 십대 여성들에게 자긍심을 되살리고 여성으로서 응당 가져야 할 권리를 되찾아 당당한 모습으로 사회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운영방식도 행정기관이나 일반 단체가 운영하는 곳의 방식과 사뭇 다르다. 십대 여성을 대상화하지 않고 동등한 권리를 가진 주민으로 대하려고 노력하는 카페 나무는 마을 안에서 그들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머무를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고 정신적,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십대들에게는 모든 음료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면서, 보드게임 등을 하며 여가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일상의 문제들을 상담해줄 수 있는 활동가가 상시 머무르고 있다.

 

여느 카페처럼 다양한 음료도 먹을 수 있고 책과 보드게임도 즐길 수 있다.
▲ 여느 카페처럼 다양한 음료도 먹을 수 있고 책과 보드게임도 즐길 수 있다.

카페를 찾아온 십대 여성들이 요청할 경우 그들은 자유롭게 머무르며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 배고프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씻고 싶으면 씻을 수 있다. 그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어른들의 불편한 간섭은 없다. 이곳의 어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볼 뿐이다. 그들이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면 의료센터에 연계해 치료를 받게 해주고, 공부가 하고 싶다고 하면 공부할 수 있는 기관을 연결해준다. 이곳과의 관계를 통해 검정고시를 치르거나 악기를 배우는 등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용기를 낸 경우도 많다. 일례로 선생님을 따라 클라리넷을 배웠던 십대 여성이 선생님과 함께 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취업을 결심하게 된 경우도 있다. 그는 이제 번듯한 직장인이자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실히 자기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마을과 십대 여성들의 만남

  
이곳은 비영리 민간여성단체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운영한다.  대표이자 카페 나무의 운영위원인 김도은 씨.
▲ 이곳은 비영리 민간여성단체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운영한다. 대표이자 카페 나무의 운영위원인 김도은 씨.

하지만 세상과 어른들에게 받은 상처로 굳게 닫혀 버린 마음의 문을 열기란 쉽지 않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의 대표이자 카페 나무의 운영위원인 김도은 씨는 “부모의 방임과 폭력을 겪은 아이들은 기성 사회와 어른들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죠. 그 관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게 해주는 게 가장 급선무입니다”라면서 “그 과정에서 억압받은 사회 경험이 전부인 이들에게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회, 자신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받아들여주는 사회도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들을 억압하거나 다그치지 않고 자유롭고 편안하게 두는 이유도 닫혀버린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선택한 방법 중 하나다. 그래서 카페 나무의 활동가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 있는 여정을 이해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먼저 귀 기울이는 것을 우선 원칙으로 삼는다. 어찌 보면 평범하고 당연해 보이는 말이지만, 위의 표현은 카페 나무의 운영방침이자 이곳이 십대 여성들과 만나는 특별한 방식이다. 이곳의 프로그램들도 이런 가치관을 잘 반영하고 있다.

 

다양한 수공예 만들기 시간. 아이들은 이 수업을 통해 사회에서 안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좋은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 다양한 수공예 만들기 시간. 
아이들은 이 수업을 통해 사회에서 안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좋은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일례로 다양한 수공예 만들기 시간이 있는데 천연스킨, 립밤, 팔찌 등 다양한 수제품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통해 사회에서 나쁜 어른만 만나왔던 그들은 안전하게 관계할 수 있는 좋은 어른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때로 그들의 요청으로 원하는 수업이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이수업의 강사 대부분은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의 재능 있는 회원들이 맡고 있다.

이곳은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의 다른 프로그램이나 마을 주민들의 소모임, 공동체 활동을 펼치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김도은 대표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건강한 어른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의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건강한 어른들과 관계 맺으며, 지역사회와 손잡게 되면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어요. 굳이 일방적인 교육이나 상담을 강요하지 않더라도요. 저는 이런 효과 때문이라도 마을 차원에서 이런 공간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십대 여성들이 안전한 마을 만들기

카페 나무 공간은 2층과 3층으로 구성된다. 2층은 카페와 사무공간이다. 평범한 일반 카페와 다름없이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다. 2층은 십대 여성이 아닌 사람들도 카페처럼 사용 가능하다. 십대 여성들만을 위한 공간은 3층에 있다. 침실과 화장실, 샤워실, 휴게실, 주방 등을 갖춰 두었다.

“이곳은 일시적인 지원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만 머무를 수 있어요. 카페 운영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요. 대신 밤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달나무’라는 공간을 인근에 마련하여 저녁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머무를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시간만 제한적일 뿐 그 다음날 또 찾아와도 상관없어요. 방문 횟수는 무제한이니까요.”

마침 이용자들이 모두 나가 있어서 김대표가 카페 위층에 마련된 십대 여성 일시지원센터의 공간을 소개해주었다. 공간을 소개하는 김대표는 터프하고 시원시원한 말투에 손짓 하나에도 거침이 없어 상대방까지 기운차게 만드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2남2녀의 셋째로 태어나 집 안팎에서 성차별을 많이 받고 자랐다고 했다.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할머니의 구박을 심하게 받았어요. 대신 어머니께서 잘 절충해주셨죠. 어머니의 보살핌 덕분에 빗나가지 않고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성차별을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 자신을 더 독려하고 강해져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자신이 어릴 때 겪은 일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받은 차별이라는 걸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을 만났다는 그는 십대 여성들과 마을의 여성들에게 계속해서 ‘성차별을 스스로 인지하는 힘을 기르라’고 주문하고 있다. 무엇이 차별이고 폭력이고 문제인지 알아야 잘못된 부분을 말할 수 있고,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십대 여성들이 원하면 성교육뿐만 아니라 인권 찾기에 관한 교육, 상담도 받을 수 있다.
▲ 십대 여성들이 원하면 성교육뿐만 아니라 인권 찾기에 관한 교육,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카페 나무에서는 성평등과 관련된 교육 또한 받을 수 있다. 성교육, 인권 찾기, 여성의 권리에 대한 교육과 상담이 늘 마련되어 있다. 이런 교육을 통해 그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이렇게 살게 된 게 너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나의 잘못이 아니었구나’라는 인지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 다음이 내겐 어떤 권리가 있고, 왜 나의 신체와 존재를 지켜야 하는지 아는 거죠. 성차별적 현장이나 위기상황이 생겼을 때, ‘이건 나의 잘못이 아니라 당신(가해자)의 문제’라고 큰 목소리로 맞설 수 있는 힘을 그들에게 키워주고 싶어요. 그런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지역사회의 어느 누가 그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겠어요. 지역사회에서 가장 약자라 할 수 있는 십대 여성들이 당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안전함을 느낄 때, 마을의 나머지 여성들도 더 안전해질 수 있겠죠. 저희 카페 나무는 여성이 안전한 마을을 위해서 언제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려 합니다.”



글·사진 | 권민정(자유기고가)



출처: 서울마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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