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소비 | 1회용 규제로 자원순환 고민하는 사회적경제

등록일 2019-01-0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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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물질입니다. 편리하고 값싼 소재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게 불편해지기 시작했어요. 바로 재활용 문제 때문입니다.


-강신호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장-



연간 사용되는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는 어디일까. 2016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가별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한국(98.2kg), 미국(97.7kg), 일본(66.9kg) 순으로 한국이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8월부터 플라스틱 규제 강화에 나섰다. 환경부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8월 1일부터 카페 내 1회용컵 사용 규제, 1회용 비닐봉투 사용 금지 등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 개정안을 2일부터 40일 동안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신선경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은 "사용 규제와 생산자 책임 강화만으로는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조금 불편하더라도 환경과 미래세대를 위해 1회용품의 사용을 줄이는 등 소비자의 자발적인 참여와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규제가 불러온 여파, 사회적경제 분야는 어떻게 이를 준비하고 있을까.



혁신가들이 즐겨 찾는 공유공간 커피 매장들은 지금?



1회용 사용 규제로 가장 분주해진 곳은 어디일까? 바로 커피 매장들이다. 서울의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입주해 있는 대표적인 공유공간에서 운영하는 카페들도 8월 발표 이후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소셜벤처들의 본거지로 일컫어지는 성수동의 코워킹 스페이스 ‘카우앤독’과 공유 오피스 ‘헤이그라운드’에 자리 잡은 카페들은 모두 개인 텀블러 이용 시 음료 값 할인을 해주고, 테이크아웃 잔을 대체할 유리컵을 다량 구매했다. 


헤이그라운드’ 1층에 자리한 카페 ‘영춘’에서는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이 불가하다는 안내 팸플릿을 제작해 메뉴판 옆에 붙여둘 예정이다. 환경부에서 시행하는 정책에 대해 모르는 소비자들을 위해서다. 매장 내 다회용 컵을 사용하거나 테이크아웃 시 텀블러를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쿠폰을 발행할 계획도 있다. 카페 영춘의 직원은 “1회용 컵 사용을 줄이면서 일하는 직원으로서는 수고스러운 점이 있지만 플라스틱 컵을 안 쓰는 쪽으로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면 우리도 당연히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피쿱협동조합은 음료를 다회용 컵에 담아주고, 개인 컵을 가져오면 100원을 할인해준다.


녹번동에 있는 서울혁신파크 내 카페에서도 플라스틱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힘쓴다. 혁신파크 내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피쿱협동조합은 음료를 다회용 컵에 담아주고, 개인 컵을 가져오면 100원을 할인해준다. 


이피쿱 관계자는 “사회적경제 조직이 많다 보니 다회용컵 사용에 긍정적인 손님이 많은 편”이라면서 “그렇지만 정부 정책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도 있어 매장 내 일회용 컵을 쓰는 손님에게 ‘안 된다’고 제지하면 수긍하는 손님 반, 무시하는 손님 반인 상황이다”라고 답했다. 


미래청 1층 청년허브 내 자리한 ‘창문카페’에서는 일회용품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3달 전 카페 문을 열 때부터 머그잔이나 유리잔만 사용한다. 커피 음료의 경우 빨대 없이 유리컵에 입을 대고 마시도록 하고, 셰이크나 스무디 등 일부 음료에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다회용 빨대를 세척해 제공하는 식이다.



청년허브 1층에 자리한 창문카페는 일회용품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다시 자원순환 고민하는 생협들


유기농업을 바탕으로 친환경 유기농 제품을 유통하며 자원순환을 고민해온 생협들의 고민도 더 커졌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최근 생활협동조합(생협)에서 판매하는 비닐, 플라스틱 등의 물품 포장재가 재활용되지 않고 과도한 쓰레기를 만든다며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매장에서 벌크 시범판매 중인 두레생협.



생협 이용자인 이파람 씨는 “지구를 살리고 사람을 살린다는 생협조차 편리함의 가치를 따라가는 것 같아 아쉽다”며 “많은 조합원들이 ‘불편해도 괜찮아’를 외치고 있기에 같이 해법을 찾아갔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생협들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오귀복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 상무는 “생협은 근본적으로 친환경 유기농을 위해 시작된 곳이다”며 “소비로 끝나지 않고 생산부터 유통, 소비까지 자원이 순환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생협들은 조합원들과 함께 포장재 줄이기, 병 재사용 운동, 우유상자 재활용 등 생활실천운동에서부터 조합원 인식개선, 포장재 전면 개선, 정부 정책 개선 요구 등 자원순환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겠다는 고민이다. 


두레생협은 지난 6월 포장 저감화 TF를 구성하고 플라스틱 포장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포장 부피 저감화, 포장디자인개선 등이 그것이다. 


한살림은 기존에 추진하는 병 재사용 운동을 더 체계화하고 확산한다. 또한 자원순환의 날(9월 6일)을 맞아 캠페인, 토론회 등 자원순환 주간행사를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빈병 재사용 운동을 벌이는 한살림.


아이쿱생협은 생협 내부에서부터 자원순환 구조를 만들고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제품 공급을 두고 장기 계획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2017년부터 시작한 ‘바디버든 줄이기 캠페인(생활 속에서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하고, 화학물질을 꼼꼼하게 따져서 생활하는 캠페인)’은 현재 967명의 조합원이 참여했고 앞으로도 지속할 방침이다.



아이쿱생협이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바디버든 줄이기 캠페인.



정부의 정책 변화 등 더욱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결국 소비자-생산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 소통을 통한 인식 개선과 사회적경제들 간 연대가 우선이다.


최현호 두레생협 상무는 “1인 가구, 맞벌이 등의 증가로 소포장, 간편식에 대한 조합원 요구가 늘어나면서 포장재가 더 강화된 측면이 있다”며 “계획소비를 통해 불필요한 소비 자체를 줄여나갈 필요도 있다”며 조합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정규호 한살림 정책기획팀장은 생협을 넘어 사회적경제로까지 폭 넓은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팀장은 “재활용에 대한 정부 정책이 없는 게 아니라 그게 시장에서 돈이 되느냐 아니냐로 보는 현실이다. 이참에 정부 정책을 다듬어 가는 데 사회적경제 영역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닐·플라스틱 대체용품으로 일찍이 지속가능한 지구 고민한 사회적경제


8월 플라스틱 규제에 앞서 환경을 고려한 대체용품 사용으로 일찍이 지속가능한 지구를 고민한 기업들도 있다. 


예비사회적기업 하이사이클은 도자기나 플라스틱 화분을 대신해 황마(Jute) 소재의 커피자루로 숨 쉬는 화분을 만들어 판매해왔다. 숨 쉬는 화분은 분갈이 할 때 바닥면만 십자로 가르고 그대로 옮겨 심으면 된다. 화분 자체가 흙과 물을 만나면서 서서히 분해되기 때문이다. 하이사이클은 화분 외에도 황마(Jute) 소재의 커피자루로 에코백이나 파우치·컵슬리브·코스터(컵받침) 등 다양한 용품을 만들고 있다.



하이사이클의 커피자루로 만든 숨 쉬는 화분(사진제공: 하이사이클)


사회적기업 오르그닷은 플라스틱 문제가 크게 대두되기 전부터 폐기된 페트병으로 메쉬백을 만들어 판매해 주목을 받았다. 또한 SK와이번스 유니폼을 폐 페트병을 재활용한 재생 폴리에스터 소재로 만들기도 했다. 이는 프로구단의 실제 경기에 재생 소재로 만든 유니폼이 적용된 세계 최초의 사례였다. 


소셜벤처 위스타는 반려견 산책 시 사용되는 배변봉투를 잘 썩는 친화경 종이 봉투 ‘도기’ 사용을 알리는 펫티켓 캠페인을 8월부터 시작했다. 조무연 위스타 대표는 “반려견이 매일 한 번씩 산책한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665만 장의 비닐 봉지가 필요하다”며 “도기는 종이로 만들어 빨리 썩는다”고 설명했다.



반려견 배변봉투를 잘 썩는 친화경 종이 봉투로 제작한 위스타의 ‘도기’(사진제공: 위스타)



자원순환으로 지역사회를 훈훈하게 이어주는 사례도 있다. 


노원구 되살림사회적협동조합은 기존에 지역에서 소규모로 운영되던 4개 되살림가게(작은나무, 든든한보따리, 자연터, 동네방네)를 같은 브랜드로 사용하며 자원순환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시(노원구) 사회적경제 예비특구 본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에서 노원구 사회적경제특구추진단은 ‘일상용품 자원순환체계 확립’을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특구사업 과제로 설정했다. 


이경선 되살림사회적협동조합 부이사장은 "과거에는 재활용품들을 '구제'라 하며 터부시했다면 최근에는 구매자 폭도 넓어지는 등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며 "특구사업을 통해 공동사업을 하다 보니 매장 간 물품 교환도 가능해지며 또 다른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노원구 되살림가게는 지역의 자원순환 거점이 되고 있다. (사진: 이우기)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는 서울시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자원으로 바꾸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서울혁신파크 내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자원화하는 실험을 위한 첫 번째 모임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강신호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장은 “전문 기술자가 아닌 음식을 먹는 시민이 주체로 나서 음식을 어떻게 소비하고 버리고 재활용하는지 과정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부분 버려지지만 작은 단위에서라도 음식물을 자원화 하는 의미 있는 시도다”라고 밝혔다.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는 파크 후문 ‘같이가게’ 건물 옥상에 발효통을 설치해 이달 중순부터 박테리아를 배양 중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바이오 가스로 바꾸는 박테리아가 통 안에 자리를 잡으면 실제 음식물을 투입해 가스를 만들어보고, 생산한 가스를 실내로 끌어와 실제 불을 켤 수 있는 설비를 구비해나갈 계획이다. 리빙랩 프로젝트는 오는 12월까지 진행되지만, 연구소는 1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시도가 될 수 있도록 이번 실험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글. 라현윤/양승희(이로운넷 기자)



출처: 사회적경제 세모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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