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소비 | "세상을 바꾸고 싶나요? 정치하세요!"

등록일 2018-12-2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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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동네의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 동네 선거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구의원은 우리 동네의 구정이 잘 돌아가는지 감시하고 수천억 원에 이르는 구청 예산을 심의·의결합니다. 각종 조례 등 자치 법규도 만들거나 바꿀 수 있지요. 가장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쥐락펴락하는 자리입니다. 

  

정치와 친해지기를 모토로 활동하는 소셜벤처 '칠리펀트'는 정치가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도록 주력합니다. 교과서 속 정치가 아니라 실생활 속에 파고든 정치교육으로 민주시민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칠리펀트는 정치가 일상에서 가깝게 느껴질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의 지방의회 진출을 돕는 온라인 플랫폼 ‘첼렉션’


구의원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은정(가명·30대) 씨는 칠리펀트가 만든 온라인 플랫폼 '첼렉션'을 통해 자신의 공약집을 완성했습니다. 사설 컨설팅을 받으려면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무료로 말이죠.



정책보고서는 먼저 출마자들이 주어진 질문에 답변하면(SING) 

그 내용을 토대로 제작진들이 최종보고서를(SSING) 작성하는 양방향 형태로 진행된다.



'첼렉션(Challenge + Selection = Clection)'은 선거에서 도전을 선택한다는 의미로 일반 시민이 정당의 기반 없이도 무소속으로 구의원이나 시의원에 출마할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 통합지원 서비스입니다. 

  

서비스는 크게 2가지입니다. 벽보·명함·어깨띠·공보 등 홍보물 제작과 관련된 디자인 부문과 공약·슬로건 등 정책 관련 보고서 제작입니다. 이 밖에 시·구의원이 하는 일과 해당 지역 유권자에 대한 상세 정보도 제공합니다.




컨설팅 보고서에 담긴 6가지 주요 내용들



여기엔 청년 기업 3곳이 힘을 모았습니다. 플랫폼을 만든 ‘칠리펀트’가 서비스 총괄을, 정치 소셜벤처 ‘폴리시브릿지’는 정책 제안을, 전문 디자인 회사 ‘공영그래픽스튜디오’는 선거에 필요한 홍보물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니 막막했는데 힘들거나 궁금한 점이 생길 때마다 물어볼 수 있어 큰 도움이 됐어요. 공약이나 슬로건 등 정책을 제안하기 위해 사전 질문서에 답변하고 미팅도 가졌는데 그 과정들이 저 자신에 대한 검열과 성찰의 시간이 됐습니다.


-구의원 출마자-






첼렉션이 제공한 6가지 홍보물 디자인



김 후보는 “세월호와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정치적인 사람이란 게 별것 아니라 아픔을 공감하고 곁에서 행동해주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며 “자신 같은 비혼 여성이나 예술가·청년 등 다양한 색채를 지닌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해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의미 있는 일”임을 강조했습니다.

  


당선되면 1년 간 월급의 10%를 후원금으로


첼렉션에 서비스를 의뢰해 이번 선거에 구의원으로 출마하는 무소속 후보들은 모두 4명입니다. 박신수진 칠리펀트 대표는 “현행 기초의원 제도에서는 지역 유지와 같은 특정 계층의 목소리만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합니다.



박신수진 칠리펀트 대표



“우리의 지원 대상자는 구의원과 시의원입니다. 이 분야는 여성·청년·지역 활동가들처럼 동네를 빠삭하게 아는 사람이 나와 지역 일꾼으로 일하는 것이 본래의 취지에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

  

첼렉션 이용료는 무료이지만 당선되면 월급의 10%를 1년간 후원금으로 내야 합니다. 이 후원금으로 플랫폼을 계속 업그레이드해 매번 선거 때마다 무소속 출마자들을 돕는다는 전략입니다. 

  

4년 전 서울에서 당선된 무소속 기초의원(구의원)은 단 3명뿐입니다. 서울시 전체 기초의원 수가 419명이니 1%도 채 안 되는 숫자이지요. 


정당 활동을 안 하면 정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정당에 들어갈지라도 공천을 받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잖아요. 

공천 과정에서 잡음도 많고요. 저희는 그 벽을 깨고 싶습니다.



 

보드게임으로 배우는 꿀잼 정치로 시민 역량 강화


박신 대표는 세상을 바꾸려면 정치와 친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야 특정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견제를 통해 시민의 힘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죠.



칠리펀트가 개발한 3종 보드게임


그들이 선택한 정치와 친해지는 방법은 재미를 곁들인 보드게임입니다. 칠리펀트는 지금까지 국가 원수, 공직 사회, 의회 정치 등 3개 테마의 보드게임을 만들었고 내년까지 정당 정치, 국정 운영, 사법 체계 등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구현주 칠리펀트 이사는 “사람들은 정치에 참여하고 싶은 욕구는 달아올라 있으나 알고 있는 내용이 너무 빈약하다“며 ” 보드게임 안에 기본 정보를 재미있게 녹여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가 원수 보드게임은 대통령이 국정 운영 과정에서 부딪힐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묘사하고, 

이에 필요한 자질이 무엇일까를 고민해 본다.



“국가 원수 보드게임은 정답이 있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이 갖춰야 할 자질을 함께 추적해보고 토론의 과정을 거쳐 스스로 가치관을 정립하는 일이죠. 대통령의 자리란 어떤 것인지 선거권을 갖기 전인 청소년 시기부터 숙고해 보는 시간입니다. ”

  

공직 사회 게임은 조선시대 최초의 보드게임으로 알려진 승경도를 현대식으로 해석한 이른바 벼슬살이 도표입니다. 윷놀이처럼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각 부처별 직급별 주요 명칭을 익히게 됩니다.



윷놀이처럼 즐기면서 복잡한 국가 공직 체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제작된 공직 사회 보드게임



“텔레비전에서 너무 쉽게 말하는 장관·차관·청장 등이 얼마나 높은 직급인지 알려주고 싶었어요. 높은 지위를 부여한 만큼 그들에게 정당한 비판과 감시의 날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죠.”

  

의회 정치 게임은 국회의원의 다양한 활동을 녹여 넣은 것으로 제일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는 게임입니다. 이 과정에서 게임 참가자들은 협치와 설득의 기술을 배워나갑니다. 



참여형 수업으로 사회 교과 우수 콘텐츠로 자리매김


보드게임은 3명에서 최대 6명까지 즐길 수 있습니다. 게임을 활용한 정치수업은 종류에 상관없이 강의(PPT)-놀이(게임)-활동(퀴즈)의 3단계로 이뤄집니다. 미니 퀴즈를 통해 게임에서 배운 내용을 정리해봄으로써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의회정치보드게임에 푹 빠진 학생들



민주주의 국가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존중하고 수용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대학생-




토론을 신중하게 여러 번 해야 좋은 법안이 나온다는 걸 

게임하면서 느꼈습니다. 


-중2-



칠리펀트는 지난해 서울과 수도권의 중·고등학교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시범수업을 진행하며 보드게임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의회정치 보드게임


“보드게임은 주입식이 아니라 참여형 수업이라 학생들이 흥미를 느낍니다. 시범수업을 들은 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구매를 요청하는 사회 교과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전국의 중고등학교는 5,500여 곳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1,470여 중학교에서 자유학년제가 도입됐고 고등학교에서는 창의체험학습이 늘어나고 있지만 다양한 수업에 필요한 콘텐츠들이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보드게임은 마지막 단계에 미니 퀴즈형식을 빌려 교육의 효과를 높인다.



지자체 역시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예산이 배정돼 있지만 1회성 특강의 형태가 많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칠리펀트는 정치 보드게임을 활용한 단기특강 정치수업부터, 모의 선거캠프, 모의 인사청문회, 모의 의회 등 참여형 프로그램을 결합한 다양한 형태의 정치수업을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합니다.

  

“학교나 단체 대상의 칠리펀트 정치수업 신청과 2018년도 정치 강사 양성과정 신청은 저희 페이스북과 메일로 연락받고 있습니다. 강사는 경력단절 여성들과 장기 미취업생들을 우선 선발할 계획입니다.” 



“시민이 빛나는 사회를 꿈꿔요.”


박신 대표는 대학에서 정치외교학, 대학원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하고 정치 관련 시민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정치와 관련된 사회문제에 눈을 떴습니다.



정치보드게임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는 박신 대표. 

칠링펀트는 노원구 동일로 서울창업디딤터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소수의 고위 공직자가 아니라 시민이 빛나는 사회를 꿈꿉니다. 그러려면 정치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소수의 엘리트 의식을 가진 정치인들이 어떻게 나라를 좌지우지했는지 잘 경험했습니다. 그때마다 분노나 울분 같은 감정적 대응으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시민의식이 필요합니다. 시민의식은 국가가 알려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닌 시민 스스로가 역량을 키워나갈 때 비로소 얻어질 수 있는 것이죠.“ 

  

지난해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가 육성과정 7기에 선발된 칠리펀트는 새내기 소셜벤처로 차근차근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정치는 사회를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란 점에서 소셜벤처와 일맥상통합니다. 

정치를 바로 알면 우리가 흔히 보는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의 모습이 

진짜 정치는 아니란 걸 알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정치적 무관심이나 정치 혐오도 사라지지 않을까요?






6월 13일 실시되는 제 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는 전국적으로 광역의원 705명, 기초의원 2,519명, 그리고 3,000명이 넘는 지방의원을 지역구 의원으로 뽑습니다. 선거 때면 일꾼임을 자처하지만 뽑히고 나면 ‘갑’으로 돌변하지 않도록 이번 선거에는 우리 모두 두 눈 부릅뜨고 잘 선택해 봐요.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illiphant

이메일: chillipha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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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백선기(이로운넷 책임에디터)

사진. 이우기(사진가)



출처: 사회적경제 세모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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