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패와 뒷통수

등록일 2015-10-27 06:05

조회수 8,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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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2013년 12월 31일 저녁 열시 무렵 국회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가 되었다.
잘될거라고 낙관은 하고 있었지만 혹시라도 ,,하는 생각에 조마조마한 마음을 부여잡고 있다가 밤 열시 반쯤  ' 통과되었답니다!! 방금 이주영의원님께 전화받았습니다!!' 라는 조관장님의 전화를 받고 환호성이 터져나왔고 카페에 '위대하신 의병여러분의 승리입니다'  라는 글을 올려 그동안 고생하신 회원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이후 서현이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뉴스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겨우 한고비를 넘겼지만 숨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하나를 만들었으니 또 하나를 만들어가자!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신고를 하지 않아도 처벌받은 예가 단 한번도 없었으니 서현이 사건에서 신고를 하지 않은 학교담임과 허벅지 뼈 골절, 화상 치료를 했던 병원의 의사를 처벌받게 하여 신고의무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자!


 그래서 울산시청에 신고의무자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라는 민원을 넣고 온라인 서명을 받고 전화로 항의하자는 계획을 세웠고 이에 회원들이 호응을하여 2014년 새해가 밝자마자 '울산시청 폭격'을 시작하게 되었다. 울산시 홈페이지에는 신고의무자 과태료 부과를 요청하는 글들이 넘쳐났고  직무를 담당하는 사무실에 연일 회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그 와중에 조관장님이 '국회에서 간담회를 개최하라'는 특명을 내려주시며 안홍준 의원과 이주영 의원실을 섭외해주셨다.

 

조관장님의 특징은 내게 무엇을 하셨으면 좋겠다 라고 한마디만 툭 던져주시고 휘적휘적 길을 닦아놓으신다는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한다는 친절한 설명같은 것도 없이 말이다.

나 역시 '이걸 어떻게 하는거예요? 무엇을 이리저리 하면 되는건가요?' 라는 물음같은 게 없다는게 특징이다. 하라고 했으니 묻지 않고 따지지 않고 그냥 해치워버린다

기자회견처럼, 간담회 역시 참석을 해본 적도 직접 진행해 본일도 없으니 뭘 어떻게 하는건지 도무지 알지 못했으나,  하라니까 무대뽀로 진행을 했다


 각 의원실 보좌관들과 통화해서 장소와 시간을 맞췄다.  

서울의 김성희 회원이 총대를 매 회원 모집과 간담회 이후 뒷풀이 장소를 섭외했고 회비 3만원씩을 각출해서 모았다


1월 10일, 오후 세시로 약속된 간담회 전에 개그우먼 김미진씨가 꼭 점심을 사주고 싶다고 하여 여의도 방송국 근처에서 만났다. tv에 나오는 모습보다 백배는 예쁘게 생긴 김미진씨는 만나자마자 쇼핑백에서 꽃무늬 목폴라와 직접 만든 쿠키 등을 꺼내서 주었고 함께 콩나물 국밥을 맛나게 먹었다.


 몇달 전에도 방송 출연차 여의도에 갔다가 김미진씨를 만났는데, 기차 시간이 급박함에도 불구하고 부득부득 나를  집으로 초대하여 미리 준비해 둔 비빔밥을 먹고 가라고 하여 그야말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 일이 있었다. 급하게 먹었지만 정말 맛있었다. 김미진씨는 서현이 사건 이후 카페에 가입하여 방송국과 여의도 근처 학교를 돌며 서명을 받으러 다닐 정도로 열심히 활동해왔다. 
 
 국회 본청으로 가자 이미 많은 회원들이 로비에 모여있었다.

기차를 잘못 타서 하마터면 못올뻔하다가 화물칸에 간신히 타고 왔다는  부산의 윤소정 회원, 평소와 달리 정장에 금목걸이를 착용하고 와서 못알아볼 뻔한 창원의 김지영 회원, 평소 스타일대로 점퍼 차림으로 당당하게 올라온 창녕의 민정숙 회원, 중국 교포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서명운동을 해온 김만철 회원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회원 26명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아이를 데려올 수 밖에 없는 엄마들을 위해 유아교사 자격증이 있는 서울의 이영미 회원이 인천의 마지영 회원과 함께 간담회 동안 밖에서 아이들을 보살피는 자원봉사를 하기로 하여 각종 놀이기구와 간식을 준비해서 왔다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서울에 있는 회원이라는 분이 날 찾아와 서현엄마가 누구냐며 물었다. 일때문에 간담회 참석은 못하지만 꼭 만나고 싶다고 하더니 서현엄마에게 백만원이 든 봉투를 찔러주고 총총 사라졌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이 분은 이후 카페 일에 큰 도움을 주신 (주) 아이온애드의 사장님이었다.


 오후 세시에 외교통상부 회의실에 안내를 받아 들어가 안홍준 의원과 특례법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듣고 회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특례법이 완전하지 않지만 일단 제정을 하는 것이 급하다며 제정된 이후에는 개정이 가능하니 서서히 고쳐나가면 된다고 하며 한시간 정도의 간략한 간담회를 나누고 우리가 감사의 뜻으로 제작한 감사패를 전달해드렸다.




그리고 장소를 이동하여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에서 이주영 의원과 2차 간담회를 가졌다
이주영의원은 본인도 몹시 당하셨음에도 우리 회원들의 국회 의원 사무실 전화 폭격이 특례법 통과에 큰 기여를 했다며 칭찬을 하시는 바람에 참석한 회원들에게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주영 의원은 회원들 하나하나의 질문에 친절하고 상세한 답변을 해주었는데, 회원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아 애초에 약속한 한시간을 훌쩍 지나버려  간신히 다음을 약속하고 감사패를 전달드리고 아쉽게 헤어졌다.

이주영의원은 아동학대 사례를들 모아 보내주면 개정안에 활용하겠다는 약속을 해주었는데, 이후 해수부 장관으로 취임하자마자 세월호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아쉽게도 지켜지지는 못했다.






이후 회원들과 여의도 근처 국수집에서 간단하게 뒷풀이 겸 저녁식사를 하고 헤어져 창원으로 돌아왔다.


 간담회 결산 보고를 하자마자 다시 울산 시청에 과태료 부과 요청 맹공을 퍼부어댔는데 이 와중에 우리 카페 김현주 회원과 울산시청 직원 간에 다툼이 일어났고 서로 좋지 못한 말까지 오가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지금 돌아보면 우리는 당시 모두 분노의 감정이 끓어오르고 있는 상태였다.

그동안 학대로 죽어간 아이들의 사연을 기사로 보며 혀만 차다가 서현이 사건을 통해 구체적인 스토리를 낱낱이 알게 되고  아이의 귀여운 사진과 끔찍한 학대의 상처를 보며 어떤 한 구심점 아래 모여 그 분노를 표출하게 되면서, 그 누구도 돌아보지 않고 그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행태에 분노 게이지가 점점 상승하고 있을 때였다.

울산시청의 담당직원도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몰아치는 항의 전화에 짜증이 있는대로 솟구치던 무렵이라 사소한 말한마디가 서로의 분노와 짜증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담당직원의 막말로 인해 카페는 또 한번 뒤집어졌다.
과태료 부과 요구 전화와 더불어 담당직원에 대한 항의전화가 빗발쳤고 마침내 담당과장이 내게 면담을 요구하게 되었다.

면담에 앞서 새벽부터 울산시청 정문과 북문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한 후  막말을 들은 당사자인 대구의 김현주 회원과 함께 몇 명의 회원을 대동하고 울산시청으로 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담당직원에게 김현주 회원에게 사과를 하게 하였고, 김현주 회원은 들고 간 서명지를 내밀고 서명을 요구하여 담당직원 뿐 아니라 사무실 직원들 모두에게 서명을 받았다. 사과 받으러 간 자리에서도 서명을 받아낸 김현주 회원의 투철함에 나조차도 혀를 내둘러야 했다 .

담당 과장은 가능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기 위해 자신들도 노력하고 있다며 기다려보라고 우리를 다독거리며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항의전화를 좀 자제해주십사 부탁을 했다.




우리는 과태료 부과가 단지 한 개인에 대한 징벌 때문이 아니고 이 나라의 모든 신고의무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함임을 강조하며 혹여라도 전교조나 대한의협의 압력때문이라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약간의 (?) 협박으로 마무리 하였다


그 무렵, 우리가 울산의 00병원, 부산의 화상전문 병원인 0000 에 과태료를 부과하라는 맹공격이 시작되자 대한의협에서 의사 과실이 없다는 식의 성명서가 발표되었고 담임에 대한 과태료 부과 요구에 대해 울산의 전교조에서 또 담임교사를 감싸는 성명서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면담을 끝내고 다시 울산시청 정문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함께 간 회원들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신고의무자 과태료 부과 서명을 받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울산 ubc에서 촬영을 나왔다. 우리의 활동이 언론에 알려짐으로 인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동학대의 심각성과 가해자 엄벌에 대한 뜻을 모으고 신고의무자의 신고의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잠시의 쪽팔림은 감내하자는 쪽이다.






그러나... 우리는 며칠 후 호되게 뒷통수를 얻어맞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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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라맘 2015-11-09 18:04     답글 | 공감(0)
    그동안 많은 수고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마지막 글이 엄청 궁금하게 만드네요....
    뒷통수....어떤 일이 생겼을지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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