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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님이 새신랑은 '처 위독 급래' 라는 전보를 받고 특별 휴가를 받아 부랴부랴 군복 차림으로 고향집으로 달려왔다.
그런데 고향집 대문에 빨간 고추가 끼워진 금줄이 걸려 있는게 아닌가?
2-3년 터울로 줄줄이 동생은 낳은 ( 그 중 둘은 홍역으로 잃었지만) 아직 젊은 부모님께서 또 다시 남동생을 낳은 거라고 여긴 새신랑은 위독한 처와 새 생명 탄생에 대한 복잡한 심경으로 대문을 들어섰다.
' 어무이~ 할무이~'
새신랑의 부름에 작은 방에서 선산댁이 구르듯이 달려나왔다.
'아이고 왔나, 오느라 심들지 않았나, 그래도 우째 금새 나왔노. 배 안고프나'
새신랑을 얼싸안듯 감싸고 두서없이 쏟아내는 선산댁의 몸피를 보니 남동생 쪽은 아닌 것 같은데,,,, 혹시?
'집사람이 위독하다캐서......?'
새신랑의 눈은 신혼방인 작은 방 쪽으로 돌아갔다.
'아이고 홍아, 니가 아부지 됐데이~~ 니가 아부지가 됐어~ 시상에 니가 아부지가 다 되다이~ '
선산댁의 수다를 뒤로하고 새신랑의 몸은 이미 문이 열린 작은방으로 달려들어가고 있었다.
오뉴월 염천임에도 작은 방은 절절 끓고 있었고 기진한 갑님이 옆에 작은 생명이 하나 쌕쌕 잠 들어있었다.
임신한 줄도 모르고 입대했기에 저 작은 생명이 뜬금없었다.
새신랑을 본 갑님이가 몸을 일으키려다 말고 눈물을 쏟았다.
'개얀나'
살아있으니 다행이었다.
고생했다고 안아주고 싶고 다정한 말이라도 건네고 싶고 저 뜬금없는 작은 생명을 보듬어 살피고 싶었으나 눈치없이 옆에서 출산 무용담을 들려주는 선산댁 때문에 그저 안타까이 말만 건네고 말았다.
어른들 앞에서 제 자식 안는 것조차 팔불출이라 여기던 시대였고, 자기 아내를 챙기는 것 조차 공처가라고 놀림 받던 시대였다.
눈물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갑님이 옆에서 고생했다 말 한마디 더 하고 싶었지만 어른들께 인사가 먼저였다.
선산댁에게서 ,
아버지는 김천 장에 가셨고 할매는 민약사 앞에서 아 낳았다고 삐끼서 새터재 너머 작은 아버지 댁으로 가셨다는 말을 들은 새신랑은 갑님이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 무릎을 펴야 했다.
일어서며 보니 뜬금없는 새생명의 정수리가 부여 은진미륵처럼 길쭉했다.
'아 가 여드레동안 산도를 들락날락했으니 저래 안됐나, 크면 개얀을기다 (괜찮을거다)'
선산댁이 말했다.
갑님이 옆에 더 있고 싶었으나 새신랑은 새터재 너머 작은 아버지 댁으로 가야했다.
가고 오는데 하루였다.
사흘간의 휴가에서 고향집에 오는데 하루, 새터재 너머 가고 오는데 하루, 귀대하는데 하루가 걸렸으니
일분 일초가 아까웠지만, 할매 (시할머니)를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밤을 새워 가야했다.
새터재 너머 작은 집에서 시할머니는 작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 긴 장죽에서 연신 연기를 피워올리며
'내가 더 살아 뭐하겠노, 두 년들이 작당을 해서 집안을 말아묵을라 카고, 아들이라 카는 빙시는 두년들한테 홀키갖고 (홀려가지고) 지 에미도 몬알아보는데 내가 더 살아 뭐 할끼고' 하며 울고 있었다.
작은 아버지 내외는 군복입은 새신랑을 보고 반색을 했다.
조카를 만난 반가움 보다는 밤낮없이 울어대는 자기 어머니를 모셔가리란 사실이 더 기쁘다는 것을 벙실벙실한 미소에 서 숨김이 없었다.
새신랑을 본 시할머니는 군복입은 손자를 끌어안고 섦게 울었다.
'젊으나 젊은 년이 글쎄 사나 앞에서 가랭이를 벌리고 ~ 아이고~~ 우리 장손이 집을 비우니 여시같은기~~ 아이고~~'
아마 시할머니는 사나앞에서 가랭이를 벌린 젊은 년을 장손이 이제사 알고 집안이 뒤집어지게 난리가 나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처에 나가 공부를 했던 당시로선 진보청년이었던 새신랑은 할머니를 꼬옥 끌어안고 이렇게 말했다.
'할매, 내가 있었으마 민약사 안불렀어예, 지는 벌씨로 병원 델꼬 갔을깁니더. 할매 시상이 변했어예, 내는 요 할매, 젊으이가 살고 아기도 살았으니 참 좋십니더. 할매 마음 푸시소'
아들보다 더 좋은 장손이 다정하고 나긋한 목소리로 끌어안고 ' 할매 이자 집에 가입시더, 군대 갔다 휴가 나와서 집에 왔는데 할매 없으니 집이 휑하고 아무도 없는 거 같아예' 라고 하자 설핏 마음이 동하였으나 보따리 싸서 나온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됐다. 내는 그집구석에서 사람취급도 못받으이 고마 작은 아들 집에서 살다 죽을란다'
뒤에 있던 작은 아들 내외 얼굴이 흙빛이 되는 것을 시할머니는 보지 못했다.
'에헤~~이, 내는 할매 없으마 몬산다. 할매 할매 내가 업어주까? 내가 업고 집에까지 가까? '
장손의 어리광에 시할머니는 못 이긴척 펼치지 못한 보따리를 다시 머리에 이었다.
새신랑은 시할머니를 업었다가 걸렸다가 다시 업었다가 해가며 집으로 모셔왔다.
그러나, 시할머니는 새신랑이 귀대한 후부터 당신이 돌아가실때까지 갑님이가 낳은 아이를 한번도 안아주지 않았다.
사나 앞에서 가랭이 벌리고 낳은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년 후 시할머니는 자궁에서 피를 쏟는 병에 걸리고 말았다
(이후 갑님이는 혹시 그것이 자궁암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하였다)
당시 병에 걸리면, 그저 운명을 받아들이는 수 밖에는 없었다.
1960년 초, 우리나라의 의료 기술이낮았고 병원비는 높았기에 아프다해서 병원을 갈 엄두를 못 하던 것이 당시 시골의 현실이었다.
피만 보면 기함을 하는 선산댁을 대신하여 피묻은 시할머니 기저귀를 갈고 빨고 하는 병수발을 갑님이가 하였다.
그러나 돌아가시는 그 순간까지
시할머니는 갑님이와 갑님이의 첫아들을 외면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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